연극이 끝난 후 또 다른 객석을 찾아 나선다.
이날 염소가 그려진 그림책 한 권을 샀다.
전혀 알 수 없는 장소였다.
지-----------난 노래의 고삐를 당겨 다가섰으나 쉽게는 열지 못하겠다.
암호처럼 적힌 검댕 글씨. 자세히 보니 1996년생!
누구는 노래를 탔겠고 누구는 방황을 타며 여기에 섰다.
삐딱한 계단을 올라가니 삐딱한 테이블 몇 개, 메모지와 포스터가
태풍을 맞은 것처럼 여기저기 나붙어 있다.
굵고 질펀한 옛 노래들이 흐르고 젊은 여성 두 명이 이야기 중이었다.
누런 다락방 같은 공간에 술장고 문 테두리만 파란 LED로 번쩍인다.
여긴 대체 어떤 곳인가? 여기 아무도 없나?
잠시 출렁이는 공기의 흐름을 틈타 경사진 테이블을 똑바로 하고 싶었으나 단념한다.
동료와 맥주를 나누며 화장실은 안 갔으면 했고
보던 곳을 보고 또 보며 좀 더 너덜너덜해지라고 주문을 걸어 본다.
새 음악이 시작되고
늦은 시간, 집에 갈 궁리로 초조해졌다.
짧은 만남을 잘랐다.
좁고 가파르며 오가던 사람들의 피로 무게인지
중앙이 꺼진 계단을 내려가 문을 닫으니
그냥 오늘이다.
옆은 누구의 장소일까?
예술인 각자가 지닌 음표를 모아 문을 열면
모두가 잠자는 사이
노래의 파도가 일어
우주를 휘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장소는 성장할 것이다.
거기가 집, 우리의 기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