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광식 Nov 22. 2023

땅굴 파기

어렸을 적, 마당이나 밭고랑 한편에서 도톰한 아치 모양의 흙 터널이 

발견되곤 했다. 

그 끄트머리를 파보면 땅강아지 한 마리가 놀라 쳐다보는 것이었다. 

땅강아지는 얼핏 땅콩처럼 보인다. 

갈색 톤에 윤기 도는 토실한 몸매가 특징이며 

나의 몇 안 되는 귀여운 친구였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현대판 땅강아지 노릇을 지하철 전동차가 대신한다. 

전동차가 직접 길을 내는 건 아니지만 

터널 건설을 위한 원인을 제공하며 

현대인들의 주된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인천지하철 1호선 검단 연장(3개 역)을 위한 공사가 막바지다. 

아라뱃길 아래에서 땅굴을 판다고 상상하니 

아찔한 기분이다(지구 곳곳이 땅굴 천지). 

옛날 땅강아지의 귀여움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장 노선이 개통되면 

철갑상자(전동차)는 검단 사람들의 귀여움을 단박에 독차지할 것이다.


너른 땅 위 벌말기사부페 식당. 

인근 대형 물류창고 기사들과 지하철 공사 관계자들로 북적인다. 

식사 후엔 두툼한 복부를 매만지며 주차장 아래의 터널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서로가 마음을 판다.

매거진의 이전글 드러난 비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