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안전모 하나가 반짝인다.
어느 외국인 근로자의 것으로 보이는데 왜 여기 드러누웠을까?
(안전모와 안전화는 공사 중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건물이 완공되고서 버려진 건지 다른 물건 챙기다 깜빡했는지
하늘만 덩그러니 새파랗다.
보자마자 다양한 사항이 쓰여 있어 놀랐다.
이름은 대문짝만하게 크게 붙었고 혈액형까지 적혀 있다.
사고 시 발견이 쉽도록 형광 띠까지 붙인 것 같다.
안전 신분증이 따로 없다.
그런데 안전모의 주인인 화이남 아저씨는 어디에?
바로 앞 공공임대아파트는 아직도 건설 중이고
주황색 끈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을지가 ‘좌불안전’이다.
분명한 것은 안전 신분증이 반구형의 모양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지갑 안에는 넣지 못한 것이다.
바다로 간 아이들의 이야기로부터 우리나라의 ‘안전’ 개념이
비로소 수면에 드러난 것 같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도 아이들의 ‘진실’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생각하면 할수록 곡소리 나는 일인데
이에 대한 기억 투쟁조차 제작ㆍ방송이 막히게 된 상황에 너무도 화가 난다.
화나는 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