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승강기 바닥에 박스가 깔리는 날이 있다.
축축한 날이면 어김없이 재활용 박스 매트가 먼저 드러눕는다.
매번 어떤 박스가 깔리는지 눈여겨보는 맛이 있다.
지난 연말, 눈이 많이 오던 날이었다.
어김없이 뽀송한 매트가 방긋 인사한다.
밟은 자리엔 짙은 색이 퍼지고, 그렇지 않은 면으로 옮겨 가며
효과가 있든 없든 드라이한다.
택배 송장을 떼지 않은 귀책이 있어
다른 동에서 버려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남자아이가 있는 집이라는 생각도 잠시,
‘지하 1층입니다’라며 판단 더하기를 오래 허락하지 않는다.
눈이 내리면 아직도 마음이 뽀송해진다.
그런데 어르신 세대는 걱정의 산을 쌓는다.
곰곰이 생각하면 남 일이 남 일이 아니며
내 일이 되는 내일이 온다는 결론이다.
어찌 되든 건강이 출렁이며
만수무강에서 분명 나올 수밖에 없는 시기가 도래한다.
언제부턴가 거리에서 앞선 세대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한다.
한껏 외면하고 싶은 눈길이지만 미리 공부한다는 생각도 든다.
수업료 면제라 감사하기도 하고
저 먼 집의 아이 또한 뭔지 모르게 뒤따라올 것임을 안다.
잠시 밟은 뽀송이(보솜이) 덕에 질척이지 않게 승강했더니
세상이 미묘하게 밝아진 기분이다. (눈길을 걸은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