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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Jun 03. 2024

종이집

종이배, 종이비행기는 숱하게 만들어 보았지만, 종이집은 애써 만들어 본 기억이 없다.

가게 주인도 굳이 의도하여 만들어 세놓는 건 아닐 테고

그저 시간의 배에 태워 훨훨 날리는 행위였을 것이다.


어느 공판장 기둥에 세놓은 종이집.

그동안 햇볕에 마르고 비바람에 젖고 먼지로 덮여 수년은 버티었을 종이집에

말벌이 땅콩을 밀수해도 들키지 않을 구멍 창 하나 뚫려 있다.

이 집을 덮은 투명한 이유 하나 오물거려 본다.


어느 날에 뒤태를 보게 되었다.  

어떤 비밀스러운 이야기라도 발견한 것 같아 고소했다.

찹쌀떡 상자로 만든 집 벽에는 임대문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주인은 마음이 돌아섰는지 중간 번호 부분을 뜯어냈다.


이 삶 끄트머리까지

있어도 없어도 이고 갈 자신의 집 생각, 잡채 하나.

노끈 하나에 매달린 처지가 애처롭지만 끈질기게 어떤 역할 하나 해보려는

종이집 한 채가 비타민-E 작용을 하는 땅콩처럼 고소한 맛을 낸다.


종이집일지언정 더는 노화되지 않았으면.   

땅콩가게 이야기가 노화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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