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건너뛰기

어린이와 어른이

송현동, 2024

by 유광식

어느 금요일이었다.

새벽에 남청라IC에서 화물 트럭이 불타고 있다는 안전문자가 노크한다.

모 원로 배우가 고혈당 쇼크로 추정되는 사인으로 생을 달리했다.

어렴풋이 이때쯤이라며 음력을 계산하니 친구의 생일이다.

서울에서 볼일을 보고 내려와 동네서 외식하였다.

집에서 잠시 허공에 정신을 짖어대다 곯아떨어진다.

꿈처럼 흐르던 가을 시간의 살가움이란.


두 남자 어르신이 노인문화센터로 향한다.

딱 봐도 값비싼 차림새를 한 외출이다.

다 왔다며 힘내라는 대화 소리가 낙엽처럼 흩날리며 떨어진다.

지팡이 대신 그 귀한 핸드폰을 쥐고 뒷짐을 지어 걷는 두 어르신이

어른 아닌 어린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까옷 차려입고 마당을 한 바퀴 뛰는 나의 옛 모습이 되살아났는지도 모른다.

점점 속도를 내어 멀어지는 옛 시간 따라잡아 쳐다보게 되는

그 짧은 기운은 대체 어떻게 눈 속에 박히는 것일까?

바닥에 쓰인 어린이 흰 글씨를 보다 멈춰 서게 된다.

어른이 되면 알게 된다는.


모르는 게 많던 어린이의 마음은 무엇일까?

어린이의 마음은 나도 그랬겠지만, 그저 웃음이 전부였다.

두 어르신이 어른 웃음 아닌 어린이의 웃음 차려입고 걷는 뒷모습은

빈부를 막론하고 혈당 쫓는 진귀한 마법 지팡이가 아니었을까?


시월 끝자락 알싸한 공기를 탁! 튕겨 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