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동, 2024
어느 금요일이었다.
새벽에 남청라IC에서 화물 트럭이 불타고 있다는 안전문자가 노크한다.
모 원로 배우가 고혈당 쇼크로 추정되는 사인으로 생을 달리했다.
어렴풋이 이때쯤이라며 음력을 계산하니 친구의 생일이다.
서울에서 볼일을 보고 내려와 동네서 외식하였다.
집에서 잠시 허공에 정신을 짖어대다 곯아떨어진다.
꿈처럼 흐르던 가을 시간의 살가움 같은~
두 남자 어르신이 노인문화센터로 향하고 있었다.
딱 봐도 값비싼 차림새를 한 외출이다.
다 왔다며 힘내라는 대화 소리도 낙엽처럼 흩날리며 떨어진다.
지팡이 대신 그 귀한 핸드폰을 쥐고 뒷짐을 지어 걷는 두 어르신이
어른 아닌 어린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까옷 차려입고 마당을 한 바퀴 뛰는 나의 옛 모습이 되살아났는지도 모른다.
점점 속도를 내어 멀어지는 옛 시간 따라잡아 쳐다보게 되는
그 짧은 기운은 대체 어떻게 눈 속에 박히는 것일까?
바닥에 쓰인 어린이 흰 글씨를 보다 멈춰 서게 된다.
어른이 되면 알게 된다는.
모르는 게 많던 어린이의 마음은 무엇일까?
어린이의 마음은 나도 그랬겠지만, 그저 웃음이 전부였다.
두 어르신이 어른 웃음 아닌 어린이의 웃음 차려입고 걷는 뒷모습은
빈부를 막론하고 혈당 쫓는 진귀한 마법 지팡이가 아니었을까?
시월 끝자락 알싸한 공기를 탁! 튕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