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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밥집들

송현동, 2019

by 유광식

그 당시엔 먹고살기 위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단다.

자신이 아닌 고향 명(혹은 자녀명)이 적힌 간판을 얼굴 삼아

평생 우리 곁의 밥집으로 운영되던 곳들이었다.

송현자유시장(양키시장) 개발 추진으로 이 골목은 사라졌다.


이전과는 다른 반짝이는 밥집이 계약되겠으나

눈물의 사연을 덮고 이웃과 더불어 아리랑을 건넌 밥집들이

어딘가로 뿔뿔이(어디 밥집뿐이랴) 흩어진 것이다.

보글보글 끓던 국밥과 전골의 연탄 이야기를

이 장소에서 더는 맛보기 어렵다.


장소의 상실은 기억을 지우며

생각의 열쇠를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는데,

이 거리의 풍경을 어떻게 말해 두어야 할까?


고향 떠나 새로 고향집 지었고

다시 고향집 등지는 이 세계는

마침, 취침, 헛기침의 공기로 자욱한 인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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