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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꽁꽁 발이 맹꽁

갈산동, 2019

by 유광식

첫눈이 왔을 때

기쁨보다는 대비 부족에 대한 질타가 더 폭설이었다.

오르막길 군데군데 서로 격한 입맞춤이라도 했는지

차들은 가까이, 뭉뚝해져 있었다.


차마 밖으로 나가 슈퍼맨이 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헛도는 바퀴에 연탄재를 바르는 상상을 하며 까치발로 서둘러 지나간다.

겨울 매서운 칼바람이 눈길을 철썩이는 사이

멀리 노란 백열등 비치는 옛) 집이 보였다.


충청도 사투리 같기도 하고

무슨 비닐 브랜드는 아니고

들어오라는데 들어가기 싫은

추운데 에어컨 틀어줄 것만 같은 그곳은

정작 파라다이스인지 납치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노곤한 몸이 금세 녹고 작은 맹꽁이 신음 허공에 띄우며

꿈길 없는 잠에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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