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동, 2025
낚시를 갈 적에 고기를 담아 올 통을 가지고 간다. 그런데 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무거운 한숨과 자조 섞인 농담만 한 통 가득하다. 살면서 겪어내는 의미가 어디 이뿐이겠냐마는 자전거 짐칸에 싣고 다니는 투박한 얼음 상자만은 포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녹아버린 이야기가 땡땡 얼어 기다릴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나는 열어보지 못한다. 그런 바람이 쏙 빠진 두 바퀴가 보였는지 혹은 무임승차 시도하며 혀를 날름거리는 녀석을 보아서 그랬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이 차는 목표하는 그곳으로 고스란히 실어다 줄까? 빨간 자전거의 녹슨 기억의 페달을 실수라도 밟았다가는 이미 가버린 이야기 속으로 빠져버릴 것이 분명하다. 동네 사람들의 사연이라도 넣어두었을 얼음 상자를 이고 녹 쓸어내며 달릴 이유가 분명 있을 테다. 연말을 앞두고, 쉰 살을 앞두고 만난 친구들과는 학창 시절 이야기만 조몰락거리며 끝났는데, 가끔은 목 돌아간 자전거라도 타고 볼 일이다. 그 누구도 세지 않은 계절이 빙빙 돌았고 나는 넘어지던 어딘가에 밭을 일궜다. 꽃이 피는 줄도 모르게. 산다. 얼음차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