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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은행 되세요

장수동, 2025

by 유광식

한 해의 끝자락!

돌아보고 정리하고 계획하고(계획은 새해 벽두부터~)

인생 아닌 평생의 파노라마를 찍어 보는 시기다.


800살이 넘었다는 은행나무는 고려 중기, 몽골족의 눈치를 살피며 싹을 틔웠을 터이다. 혹시 기운빨 좋다고 가지 하나 꺾어 가면 800살 은행나무는 799살이 되어 더 젊어지나? 설령 그랬다가는 나의 미래가 은행털이범으로 해가 질 녘이 되겠지?


800살, 900살이 되는 기분은 알 수 없다.

나무가 말을 할 수 없으니 그의 대답을 듣지 못할 것이고

내가 나무가 될 수 없으니 경험할 수도 없다.

보아하니 오래 살기에는 지팡이도 십몇 개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

그저 몰래 나무를 타고 구름 모자에 숨어 산으로 갈 따름이다.


노란 은행잎 장판 주위로 푸른 생명과 썸을 타는 사이

나의 시각은 마치 만기 적금 타는 날처럼 밝아졌다.

부디 내 계좌에도 따듯하고 동글동글한 자릿수가 생기길

두 손 모아, 당신의 손도 모아

싹싹하게 빌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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