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동, 2024
어렸을 적에 연극은 왜 그렇게 하기 싫었을까?
멧새의 꽁무니 따라잡으며 달리기를 못해서 그런가
내내 아이의 심장은 붉으락푸르락했다.
머릿속은 낫으로 나무를 깎아 팽이를 만들 생각에 이미 돌아버렸을 것이다.
가시 부스러기 무늬 옷을 입고 솜사탕 맛에 빠진 어느 강아지는
뒤따르는 따라극단 큰 개의 멋진 모델이 되어 있었다.
의상은 제설 포장재와 겨울을 시샘하는 가을 낙엽 한 잎이다.
흡사 상합조개의 촉수가 하얀 겨울을 토한 후 빨간 가을을 되삼키는 건 아닌지 싶다.
대략 이 시기 연극의 결말은 희극적이다.
제설제가 강아지의 동료들을 이미 공격했을지라도
둘의 연분은 분명 드러날 것이고 결국 박수받을 것이 뻔하다.
그 마음이 마음대로를 달리며 강아지를 보호해 준다.
둘의 모습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연말이면 호두까기인형 발레가 생각나서일 것이다.
이게 다 그때 그 시절 꽁꽁 배우지 않고 녹아 버린 연극 덕분이다.
매해 말, 전 세계 아이들은 호두를 까고 놀았다. 나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