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넘어서

석남동, 2025

by 유광식

강둑을 넘은 토사물이 길을 덮치고 점포를 덮치고

세상모르게 잠자던 가족을 덮치던 시대가 있었다.


예순이 다 되어가는 옛 경인고속도로 옆 기슭에서

불어난 빗물의 흐름이 새벽을 두드리며 난리를 쳤다.

항진된 빗물에 반지하 주택이 머드로 가득 찬 풍경이 조용하고도 미끄럽다.

방음벽이 자동차 소음뿐 아니라 사태의 다이어그램, 주민 곡소리까지 집어삼킨 모양이다.


멋모르고 서 있던 방음벽이 전면 철거되고 있다.

오랫동안 닿지 않던 도로 양옆의 풍경을 꿰매 당기면

여름 홍수의 위협에서 위로의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