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하품

당하동, 2026

by 유광식

아니라고 하지만 정해진 대로 사는 건 아닐까?

문밖의 이름과 현상, 사건은 영화 '트루먼 쇼'에서 비친 것처럼

감시되고 중계되고, 반복적이기도 한 것 같다.


속살을 찌르는 강추위 검날에 희끗희끗 웃다가

대놓고 겨울을 한 입 물어뜯는 봉지를 만난다.

커다란 주둥이 내밀며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겨울 찬바람을 몰아넣는 모습을 지나치기 어렵다.

간혹 음식을 먹고 짱구춤 흉내 내며 맛의 기분 펼치듯

하얀 봉지는,

두툼한 허리 덩실덩실하며 본인의 존재를 서툴게 부풀린다.

겉면에 그을린 선이 뚜렷한 걸로 보아

겨울볕에 잘 구워진 자유의 보증 같다.


매서운 고독의 칼날 위에서

하나의 뜨거움이 공허를 단숨에 폭파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들다가도

자꾸만 하품 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