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대한민국 사용 설명서 “눈길” 프로젝트
대안학교 8년차 엄마의 리얼 체험기
Part 1 대안학교 8년차 엄마의 리얼 체험기
#17 대한민국 사용 설명서
“눈길” 프로젝트 (1)
별무리의 아이들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학습을 한다. 스스로 문제의식을 발견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 속에서 협업과 소통을 배워갈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능동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해 가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별무리학교의 PBL(Project Based Learning) 학습시스템은 아이들이 이러한 학습이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아이들의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프로젝트 “눈길”은 별무리의 2기 졸업생 지인이가 친구들과 함께 탈북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돕고자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팀원 아이들은 우선 청소년 새터민 대안학교인 “다음학교”를 직접 찾아가 그곳의 청소년들이 실제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듣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나원에서 탈북청소년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받는 교육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하나원은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에 오면 제일 먼저 적응교육을 받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장소이다.)
프로젝트 팀원들은 처음에 언어적인 부분을 도울 방법을 찾았지만,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그들이 겪고 있는 실질적인 어려움은 언어가 아니라 실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조언의 부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이라든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일상적인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것 등등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 것들이 탈북청소년들에게는 매우 낯설고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터뷰를 통해 새터민 청소년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고민하면서 팀원들은 탈북청소년들의 실생활에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안내책자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의 기본적인 생활방법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 담은 최초의 대한민국 사용설명서이다.
책속에는 다양한 주제 아래 교통, 상점, 쇼핑, 식당, 전자기기, 청소년 문화, 학교문화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내용들이 들어있다. 다음학교와 소통하며 새터민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궁금해 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들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단원마다 생활 속에서 적용가능한 활동집까지 만들어 넣었다.
북한에서는 주로 한 가문의 역사를 외우는 것에 주력하고 철저히 개인의 생각을 통제받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탈북청소년들에게는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눈길 프로젝트에서 제작한 책 안에는 질문을 통해 그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잘 말할 수 있고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활동들을 넣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제작되고 출판을 앞두고 있는 “어깨동무” 라는 책은 곧 다음학교와 새터민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줄 예정이다. 책 내용 속에는 아이들이 지하철을 타고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사는 방법이 그림으로 쉽게 설명되어 있다. 청소년들의 문화를 한눈에 공유할 수 있는 세부적이고 유용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책 제작에 필요한 비용은 별무리학교의 프로젝트 지원금과 교내외 편딩을 받아 진행했다. 책이 인쇄되면 다음학교와 연계된 학교의 새터민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만큼 배부할 예정이다.
눈길 프로젝트의 목적은 단순히 책을 만드는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평화통일을 위한 실제적인 발걸음이다. 또한 이를 통해 별무리학교의 4대 가치 중 하나인 샬롬을 이루어 가는 일이다.
책 만들기 이외에도 눈길의 팀은 교내의 통일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탈북청소년들을 학교로 초대하는 행사도 마련했다. 외부강사를 초빙하여 강연회를 열고 새터민 청소년들과 함께 질의응답을 통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러한 행사의 목적은 기독교적 통일에 대한 견해를 별무리학교의 학생들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다.
“눈길”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우리의 눈길을 돌려 소외된 탈북청소년들을 바라보고 함께 샬롬의 사회를 만들자라는 뜻이 담겨있고, 또 다른 하나는, 지금은 보이지 않는 통일의 눈 덮인 길 위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의미 있는 활동을 만들어 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별무리의 고등학생들은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자신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기 위한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줄 안다.
배움을 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육,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고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는 학교를 우리의 다음세대들이 더 많이 만들고 키워갈 것을 소망한다. 지인이는 별무리학교 졸업이후에 다음세대의 교육에 꿈을 품고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에 진학했고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훌륭한 스승과 좋은 교육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