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네팔의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작은 NGO 로뎀나무

by 리니아니


Part 1 대안학교 8년차 엄마의 리얼 체험기

#16 네팔의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작은 NGO “로뎀나무”

네팔 지역의 어우러이 마을은 불가촉천민untouchable 2만 명 정도가 모여 사는 지역이다. 이곳은 카스트계급에 속하지도 못하는 하층민들 중에서도 제일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힌두교도가 대부분인 이 지역에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기독교인이 단 한명도 없었다. 그 어우러이 마을에 학교를 세우고 그리스도의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계시는 한국인 선교사님 한분이 계신다. 힌두교 중심의 이 지역은 그리스도의 복음이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선교사님은 그곳에서 지역민들을 위해 교회와 학교를 세우고 딸기 농사를 지으시면서 복음 사역을 하고 계신다.

어릴 때부터 유아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하은이가 네팔의 어우러이 마을 아이들을 만난 것은 별무리 10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별무리고등학교의 가치수업 시간에 인권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있었다. 청소년, 세터민, 아동 인권 등의 분야 중에서 하은이가 선택한 주제는 ‘소외된 아동들의 인권’에 관한 것이었다. 친구와 함께 아동 인권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고 토론회를 하면서 하은이는 고모가 계시는 네팔의 어우러이 마을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에도 하은이는 직접 네팔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선교사님이신 고모의 초청을 받고 그해 겨울 네팔의 어우러이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은이는 네팔로 가기 전에 “너에게 줄게”라는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친구들이 쓰지 않는 학용품들을 모아 네팔의 아이들에게 선물로 전해 주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먼저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각 교실을 돌며 프로젝트의 목적과 가치를 설명하면서 쓰지 않는 학용품을 모아줄 것을 부탁했다. 가장 많이 모은 반에는 과자 한박스를 상품으로 걸었다. 크래용, 색연필, 연필, 펜, 지우개 등등 아이들이 집에서 쓰지 않고 쌓아 두었던 학용품들이 셀수 없을 만큼 많이 모아졌다. 하은이는 친구와 함께 모아진 학용품을 들고 그 해 겨울방학에 어우러이 마을로 떠났다.

네팔의 어우러이 마을은 마치 버려진 땅처럼 황량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이었다. 히말라야가 가까운 네팔의 추위 속에서도 아이들은 대부분 구멍이 난 누더기 옷을 입고 있었다. 신발도 없이 맨발로 땅을 걸어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다. 겨울 외투를 대신 얇은 티셔츠를 입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고모를 따라 초등학교 때 인도의 선교지에 갔던 기억과 9학년의 인도이동수업의 기억도 어우러이 마을의 상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도착한 날부터 하은이는 마을 아이들을 위한 아트수업을 열었다. 5세부터 13세의 마을 학교 아이들이 색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미리 도안을 만들어 준비해갔다. 뜻밖에도 마을의 아이들은 아트수업이 있던 그날 색연필 같은 다양한 색깔이 나오는 펜을 처음 보았다. 아침 8시에 시작되는 아트수업을 듣기 위해 한 시간 반 전 부터 학교 앞에 50명 정도의 아이들이 줄을 서 있었다. 등에 어린 동생을 업고 있는 소녀도 있었다. 교실과 책상이 좁아서 30명도 빠듯한 공간에 50명이 넘는 아이들이 들어왔다. 4명이 앉기에도 비좁은 의자에 7명 정도의 아이들이 끼어 앉았다. 아이들에게는 다채로운 색깔의 펜도 자기네 마을을 찾아와준 외국인도 모두가 난생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었다. 다음날 새벽에는 아트수업을 기다리는 아이들 줄이 더 길게 늘어났다. 부모들은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갔고, 대부분 누군가 입다가 버린 아이들 옷을 부모들이 주워오면 그걸 입고 다녔다.

그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꿈을 펼쳐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우리에게는 넘쳐나고 버려지는 것들이 그 아이들에게는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귀한 물건들이었다. 10박 11일 동안 마을에 머물면서 하은이는 어우러이 마을 아이들과 아트수업 이외에도 간단한 악기 만들기와 전통놀이 등을 함께 했다. 그리고 네팔어로 외워간 성경 말씀을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말해주며 하나님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마을 아이들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한국에 돌아온 하은이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네팔 어우러이 마을아이들을 후원하기 위한 작은 NGO 로뎀나무를 만들었다. 그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갈 수 있는 기회를 조금이라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두 명으로 시작한 로뎀나무는 곧 5명으로 늘어났다. 아이들은 선교사님의 소망이 몇 년 뒤에 어우러이 마을 학교 아이들에게 교복을 입혀주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선교사님의 비전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울림이 되었고, 곧 로뎀나무는 네팔의 아이들에게 교복을 입혀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5세반 아이들부터 교복을 후원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모금활동을 했다. 학교 신문과 잡지에 네팔 아이들의 상황에 대한 글을 올리고 영상을 제작해서 부모님들에게도 기회가 될 때마다 로뎀나무의 가치와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펀딩을 받기 시작했다. 5세반을 위해 시작한 교복후원 프로젝트에 놀랍게도 많은 후원금이 모금되었다. 어우러이 마을 학교 아이들 전체에게 교복을 입힐 수 있는 충분한 금액이 모아졌다.

이듬해 두 번째 어우러이에 방문했을 때 아이들은 모두 교복을 입고 있었다. 이번에는 두 명의 후배들도 함께 동행했다. 아이들에게 복음 팔지를 만들어 주며 예수님을 전했다. 하은이는 별무리 고등학교를 다니는 3년 동안 로뎀나무 NGO 프로젝트를 계속했고 교복 이외에도 버려지는 유치원 가방을 모아서 네팔에 보내주는 등 지속적인 후원활동을 했다. 졸업이후에는 자신의 진로를 따라 총신대 유아 교육학과에 입학했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유치원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꿈을 키워가고 있다.

엘리야 선지자가 고난중에 있을때 로뎀나무 아래에서 위로와 쉼을 얻었던 것처럼 소외된 이땅의 많은 어린 아이들이 작은 NGO 로뎀나무를 통해 위로와 평안을 얻을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작은 NGO 로뎀나무는 지금도 별무리의 후배들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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