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빨리 학교 가고 싶다."
별무리학교 10년을 돌아보며
결국 저는 결단을 해야했고 2013년 2월 아이는 별무리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지금도 제 인생에 가장 길었던 일주일 간의 기억이 뚜렷합니다. 영원처럼 느리게만 흐르던 첫주가 지나고 드디어 금요일이 되었습니다.
스쿨버스가 정차하는 대전복합터미널 앞에 일찌감치 도착해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버스가 도착하자 아이들이 하나 둘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몸크기 만한 캐리어를 든 아이들도 있었고 부랴부랴 다음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터미널로 들어가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곧 딸아이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이의 얼굴은 활짝 피어있었습니다. 집에서는 볼 수 없던 밝은 표정으로 걸어오는 아이를 보니 걱정했던 마음이 눈녹듯 사라지고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일주일만에 만난 아이가 저에게 처음으로 했던 말은 “아, 학교 빨리가고 싶다” 였습니다.
방금 스쿨버스에서 내려 엄마를 만났는데 빨리 학교 가고 싶다고? 일단은 아이가 학교를 즐거워하는 게 분명하니 안심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저렇게 밝게 웃는 아이를 내가 그동안 너무 엄하게만 키웠구나.’ 그때부터 매주 금요일 아이가 스쿨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얼굴이 조금씩 더 밝아졌습니다. 정말 마법학교에 다녀온게 아닐까 싶을 만큼 아이는 계속해서 조금씩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는 재미없는 곳, 어쩔수 없이 억지로 다녀야 하는 곳이라는 저의 평생의 고정관념이 산산히 무너지는 시간들 이었습니다. 아이에게 학교는 너무 즐거운 곳이었고, 날마다 빨리 가고 싶은 행복한 곳이었습니다.
당시 큰 아이의 7학년 담임선생님이셨던 김형규 선생님은 하루가 멀다하고 아이들 사진을 밴드에 올려주셨습니다. 수십장에 달하는 사진들이 끝없이 내려가도 부모님들은 아이들 사진을 보고 또 보았습니다. 어쩌다 아이 사진이 없는 날이면 ‘혹시 무슨일이 있는 건가? 왜 우리 애 얼굴이 없지?’ 조바심을 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사진을 유심히 관찰하면 할수록 엄마들에게는 엄청난 능력이 생겨났습니다. 사진 한 장 속 아이 표정이나 함께 찍힌 친구들 구성만 봐도 아이의 근황을 다 파악할 수 있게된 것입니다.
선생님의 사진기 앞에서 손가락 브이를 하며 예쁘게 웃어주는 아이들은 효자 효녀가 따로 없었습니다. 유독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남학생들도 있었는데 정말 얼굴 한 번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 처럼 힘들었어요. 그런 아이들은 선생님이 007작전으로 기가막히게 포착을 해서 올려주셨습니다. 그런 날은 아들 엄마들의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올라온 아들 사진을 본 엄마의 댓글로 인해 다른 엄마들도 감동하고 함께 기뻐했습니다.
어떤 때는 아이가 보고 싶은데 일주일이 너무 길게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그런 날은 빵이며 과자며 아이들 간식을 사들고 염치불구하고 학교로 향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학교에 도착해보면 저 말고도 다른 엄마들이 한 두분 정도 학교에 와계셨어요.
그때만 해도 별무리 마을에는 학교가 하나만 있었고 전교생이 100명도 채 안되던 때라서 엄마들이 아이들 간식을 준비해가서 함께 나누기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정말 정겨웠던 나날이었어요. 아이들만 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엄마들도 이런 저런 모양으로 함께 별무리학교를 다니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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