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대학 합격은 비밀입니다.
별무리학교 10년을 돌아보며
“저희 학교는 대학입시를 목적으로 하는 학교가 아닙니다. 괜찮으시겠어요?”
별무리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기 위해 부모 면접을 보던 날 면접관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던 질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입시 위주 교육을 시키지 않기로 결단하고 선택한 학교였지만 막상 정곡을 찌르는 듯한 질문을 받고 보니 선뜻 대답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면접 자리에서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일단은 “네”라고 대답은 하고 나왔지만 마음 한구석 찜찜함이 남았습니다. ‘정말 우리 아이가 대학을 안가도 될까?’ ‘별무리에서는 아이들 공부를 전혀 안시킨다는 말일까?’ 면접을 보고 나니 오히려 머릿속이 복잡하고 심란해졌습니다.
그때 그 면접관 선생님 질문의 깊은 뜻이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지금에 와서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당시로서는 대학 진학과 대안 교육 사이에 양단간의 결단을 해야하는 건지 상당한 고민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큰 아이가 별무리 중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안 있어서 별무리고등학교가 개교를 했습니다. 별무리고등학교는 학교 입장에서도 대한민국 입시교육을 향한 도전이었지만 대안교육의 길에 이제 막 들어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도 엄청난 고민과 결단이 필요한 관문이었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와 숙제가 한꺼번에 주어진 느낌이었습니다.
대학입시가 조금 멀다고 느껴졌던 중학교 때는 인성교육과 그 외의 가치로운 교육에 집중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대안 고등학교는 아이들이나 부모들 모두에게 그야말로 엄청난 고민을 안겨주었습니다.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이 되자 다시금 처음 면접보던 날 면접관 선생님이 던졌던 질문이 머리속에 떠올랐습니다.
대안교육과 입시교육이라는 이름의 ‘두마리 토끼’는 머릿 속을 사정없이 마구 뛰어다녔고 한동안 정신을 차리기 힘들 만큼 혼란스러웠습니다. 아이가 9학년(중3)이 되던 해에 전체 학년이 인도 뱅갈루루에서 한해 동안 해외 이동수업을 했습니다. 귀국할 무렵이 가까워지자 아이들 사이에서도 별무리고등학교 입학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별무리고등학교를 가면 대학을 못갈거라는 말이 아이들 사이에 돌기 시작했고 몇몇 아이들은 귀국 후에 일반 고등학교에 가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겠다는 말도 들려왔습니다. 자기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별 생각 없던 아이들도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는 인도에 있는 큰 아이와 통화를 하는데 아이에게서 그런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아이의 걱정 어린 목소리를 들으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은 부모의 혼란이 아이에게도 전가될 수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안 교육을 선택한 이상 부모가 우왕좌왕하는 것은 어느모로 보나 아이에게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끝까지 중심을 잡고 믿음을 지키는 것 자체가 장기적으로 아이의 교육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회가 규정한 가치관의 틀 속에서 마이웨이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10년간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대안교육은 저와 아이들에게 교육이라는 의미에 대해 보다 큰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얼마전 별무리입시연구소 선생님께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선생님, 학교에서 아이들 대학 입학 소식 발표를 왜 하지 않으세요? 비밀처럼 소문으로만 들어야 하니 제때 축하도 못해주는것 같아요.” 선생님의 대답은 합격이 안된 아이들이 속상해 하니 그 아이들을 배려한다고 말씀 하셨지만 10년차 부모가 되고 보니 묻고 답하지 않아도 별무리의 철학을 알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솔직한 심정으로는 한편으로 우리 아이들 자랑하고 싶고 소문내고 싶고 그렇습니다. 애초에 대학입학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던 별무리학교의 아이들이 이렇게도 대학을 잘 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이들 대학입학 결과가 궁금하시면 저에게 물어보세요. 학교에서는 대학 합격은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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