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대안학교 쿼터제가 뭐예요?
별무리학교 10년을 돌아보며
아이들이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특별히 훈련 받았던 부분 중에 하나는 ‘글쓰기’와 ‘발표하기’였습니다. 일반 공립학교에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평가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별무리학교에서는 일년에 네 번 ‘쿼터 발표’를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쿼터 발표회 시간에는 아이들이 한 쿼터 동안 자신이 계획하고 실천한 모든 학습과정과 프로젝트, 동아리 활동 등의 내용을 부모님들과 선생님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 하고 평가하는 시간입니다.
이미 개교 초기부터 고교학점제를 시행해 온 별무리학교의 학생들은 쿼터가 시작되기 전에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을 포함하여 한 쿼터에 23학점 정도의 과목을 직접 신청해야 합니다. 올해 4쿼터 기간에 11학년인 둘째 딸아이가 신청한 과목들은 필수 과목 이외에도 ‘학술적 글쓰기’, ‘인지 언어학’, ‘생명과학’, ‘본깨적’, ‘이타적 자서전’ 등이 있었습니다.
‘이타적 자서전’ 과목은 학생들이 마을 어른 중 한분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그분의 자서전을 쓰는 프로젝트입니다. ‘학술적 글쓰기’ 수업에서는 소논문 쓰는 방법을 배우고 직접 주제를 정해 자료 조사를 하면서 소논문을 작성 하는 전과정을 한 쿼터 동안 완수하는 수업입니다. 이러한 학습의 전 과정을 스스로 평가하고 발표하는 쿼터발표회를 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학습의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깨닫게 되고 부모님들도 아이들의 학습 내용과 성장 과정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일년에 네 번 매 쿼터마다 발표와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일 수 있지만 수 년간 이런 글쓰기와 발표하기 훈련을 받은 아이들의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말하기 역량은 놀라울 만큼 성장하게 됩니다. 한 쿼터 동안의 자신의 생활을 기록하다 보면 물론 허투루 흘려보낸 시간들도 있고 후회되는 일들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정직하게 돌아보고 성찰을 통해서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에 올라가 첫 쿼터 발표회를 할 때와 졸업학년인 12학년에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계획과 비전을 발표했던 모습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매 쿼터 발표회에 참여하면서 아이의 발표 수준과 학습의 내용 등이 발전해 가는 것을 보면서 부모인 저에게는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자체가 기쁨이었습니다.
발표회가 시작되기 전에는 담당 어드바이저 선생님이 부모님들에게 특별히 당부하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조금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보여도 아이들에게 폭풍칭찬을 해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칭찬할 내용이 별로 없을 때에라도 발표한 그 자체를 칭찬해주어야 한다고 하셨고 실제로 많은 부모님들의 박수와 환호가 아이들에게 큰 격려와 힘이 되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아이마다 관심사와 진로에 관한 적성이 비슷할 지언정 똑같은 아이는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고교학점제와 쿼터발표 등을 통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주도적으로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을 문과와 이과라는 범주에 나누고 그 안에서 취직이 잘되는 학과를 위주로 자신의 점수와 적성을 끼워 맞추는 기존의 교육 현장과 사뭇 다른 대안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강점과 적성을 찾아 탐색하고 고민하고 스스로 평가하는 일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입시미술학원을 다녀야 미대를 간다든지 음악전문학교에서 훈련받아야 음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은 별무리학교에서 이미 깨어진지 오래입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탐색할 수 있는 교육 환경에서는 전통의 가치관으로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멋지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아이들이 지금도 계속해서 행복하게 공부하고 삶에 도전하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안학교 #대안교육 #별무리학교
#기독대안학교 #기숙형대안학교
#고교학점제 #쿼터제 #쿼터발표회
#리니아니레터 #별무리학교10년을돌아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