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다
아이가 6개월이 지나며 방문손님(?)들이 늘고 있다.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고 상호작용도 많아지면서 손님들을 초대하기도 조금 더 편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평일에 단 둘이 시간을 보낼 때에는 힘들 때도 있다. 전보다 깨어있는 시간이 길고, 이유식도 시작했기 때문에 식사를 하고 나면 자잘한 뒷처리가 기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시간이 재밌고, 밝게 웃으며 나에게 기어오는 모습과 오물오물 이유식을 먹는 입만 봐도 행복하다.
육아하는 내 모습을 본 오랜 친구가 "전에 봤을 때보다 아기가 6개월이 되니 덜 부럽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내가 많이 힘들어보여서 친구가 저런 말을 하는구나 싶었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날 수록 아기는 자기 주장도 생기고, 깨어있는 시간도 매우 길어지고, 환경과 교육도 지금보다 더 많이 신경써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6개월이 지나니 더 힘들고 앞으로 여러모로 더 힘들 것이라고 인정했다.
근데 그 말을 다시 생각해보니 육아가 언제부터 남이 부럽거나 혹은 덜 부러워하는 것이 되었는지 의문스러워졌다. 나에게 육아는 가정을 꾸려나가는 행위이다. 나의 결정으로 새로운 가족 멤버가 생겼고, 그 존재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언제든 내 손과 발을 빌려주고 돕는 것이다. 따라서 육아는 밥을 먹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처럼 나의 당연한 일상이다. 따라서 마치 내가 밥먹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 너 밥먹는게 부럽지 않다는 말을 들은 것처럼, 아기가 6개월이 되니 덜 부럽다는 친구의 말은 나에게 낯설게 들렸다.
나의 일상은 TV나 인스타그램 속의 멋진 육아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고자 노력하며 육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SNS가 발달하고 타인과 비교하는 문화가 강화되며 이제 육아도 그 일부가 된 것 같다. 맘카페만 봐도 '급여, 자산이 얼마 미만이면 둘째는 안된다, 집이 몇평 이하면 아이는 1명 이상은 무리다' 이런 말들을 다들 아무렇지 않게 서로에게 말한다. SNS 속의 삶처럼 테니스(혹은 골프)를 치고, 등산을 다니고, 해외여행을 다니고, 호캉스를 다녀야 행복한 것일까. 이러한 맥락에서 집에서 육아하는 나의 일상은 딱히 부럽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남이 보기에 부러운 육아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육아는 남에게 보여주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미래 사회구성원을 만들어가는 한 가족의 일상일 뿐이다. 육아를 자연스러운 일상이 아닌, 부러움(과시)의 잣대로 놓고 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저출산은 절대 쉽게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