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꿈 Oct 24. 2023

저출산 시대에 아기 낳기

서울과 지방 출산율 차이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최근 서울과 지방의 출산율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뉴스를 접하였다. 서울에서 자라고 학업을 마친 뒤, 지방에서 육아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쉽게 체감이 되는 이야기들이다. 출산율이 차이 날 수밖에 없는 확실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하여 적어본다. (당연히 지방도 많은 도시가 있고, 도시별로 다를 수 있다. 나의 경험과 근거가 모든 지방의 분위기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1. 주거비

지방은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낮은 편이다. 처음 서울을 벗어나 지방에서 근무하며 놀랐던 점이 이것이었다. 당시 서울에서 원룸-투룸을 사는 비용이면 여기서는 소형아파트에 혼자 거주할 수가 있었다. 따라서 사회초년생임에도 쉽게 독립을 하였으며, 결혼을 결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기대소득으로 보아 충분히 아파트 거주가 가능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지방도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그럼에도 서울에 비하면 지금도 저렴하다. 

반면 서울에 거주하는 경우, 아파트를 매매하는 것은 매우 힘든 결정이다. 저렴한 대출이자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매매가가 비싼 탓에 거의 모든 월급이 주거비로 나가게 된다. 자신의 터전이 안정되어야 결혼과 출산이 결심하기 쉬워진다. 그런 면에서 서울에서는 결혼, 출산이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옛날처럼 반지하빌라에서도 아기를 낳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일부 동의하지만 요즘 세대에선 굳이 그렇게 어려운 여건에서 육아를 하고 싶지 않아 한다.)


2. 사교육비

지방은 사교육비에 상한선이 존재한다. 교육시장이 작다 보니 말도 안 되는 고액학원비 책정이 성립되지 않는다. 정말 공부를 잘하는 극소수의 아이들이 주말에 서울에 학원을 다닌다거나, 개인과외를 받는 정도이다. 

반면 서울은 사교육비를 쓰자면 끝도 없이 쓸 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은 줄어드는데 사교육시장의 크기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은 1인당에게 매겨지는 금액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부모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남들만큼은 해줘야 한다.'는 의식이 저번에 깔려있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였을 때, 서울에서 아이를 키우고 교육을 시키는 것은 끝도 없는 사교육시장의 늪에 발을 담그는 것과 같다. 


3. 사회적 분위기(?)

모든 지방의 분위기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나의 경험에 기반하여 적어보자면 지방에서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것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느낌이다. 어디를 가도 아이에게 따뜻한 눈빛을 주고, 다양한 환영 인사들을 접할 수 있다. 집 근처 대형마트에 갔을 때 누군가 "귀한 작은 손님이 왔네요~ 어서 와요~"라고 말해주셨다. 진짜 들은 게 맞는지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그 외에도 동네를 산책하거나, 음식점을 가거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면 모두 아이에게 웃어주시거나 인사를 해주신다. 또한 우리 동네에는 노키즈존이 없다. 오히려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이 많다 보니 아이들의 놀이시설을 갖춘 음식점들이 많다. 아예 아이를 동반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식당들도 있다. 이러한 도시의 분위기는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민폐라고 생각하지 않게 해 주고, 오히려 아이가 환영을 받는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이는 아기를 키우고 있거나,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나조차도 아기를 낳기 전과 낳은 후에 아기들을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에는 절대적인 아이의 수가 적다 보니, 아기를 경험할 일이 없다. 본가 근처 카페를 방문하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키즈존인지 확인하게 되고, 아기가 울거나 큰 소리를 내면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된다. 그게 당연히 아기라면 통제할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기가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행동의 제약이 된다.


'도시가 주는 메시지가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각 도시마다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어서, 그 도시에서는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은 보통 나에게 이런 메시지를 주었었다. '너는 더 노력하고 부지런히 자기 계발을 해야 해.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을 봐. 저런 좋은 호텔 같은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비싸고 좋은 아파트에서 가정을 일구어야 해. 그리고 넌 아직 어려서 결혼과 출산은 나중으로 미뤄도 돼. 그러니까 너에게 더 투자해.'라는 메시지를. 그런 서울에서 계속 생활했더라면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결심할 수 있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아도 '못했을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정말 복잡하고 어렵다. 과연 누군가 해결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키우기 쉬운 아기는 따로 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