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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꿈 Feb 27. 2024

스스로 탐색하는 아기

아기에게 방임이 아닌 자유를

오랜만에 아빠와 식사를 했다. 우리 아기는 7개월 핑거푸드 및 8개월 자기주도이유식으로 시작해서 어느덧 스스로 먹기 시작한 지 7개월이 넘었다. 여느 아기들처럼 음식을 떨어뜨려보기도 하고 숟가락을 튕겨보기도 하고 국물에 손을 넣고 첨벙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태까지 충분히 음식 떨어뜨리기 실험과 탐색을 했기 때문인지, 현재는 그런 행동은 잘 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은 외식을 하면 흘리지 않고 자기 먹는데 집중한다. 따라서 어른들은 자유롭게 어른들의 식사를 즐기면 된다.  


유독 그 식당에는 우리 아기 또래의 아기들이 많았다. 테이블마다 아기의자가 하나씩 놓여 있을 정도였다. 또래친구들에게 관심이 많은 우리 아기는 옆테이블 친구와 인사를 나누고 싶어 했다. 검지손가락으로 포인팅 하고는 손을 흔들고 "아!"하고 불러보기도 했다. 그런데 옆테이블 친구는 식당에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내내 스마트폰을 보느라 우리 아기의 관심을 눈치채지 못했다. 왜 친구가 자기를 봐주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우리 아기는 몇 번이나 인사를 계속 시도하다가 포기했다. 


어른이 보기에 아기는 산만하고 시끄러운 존재일 수 있다. 그러나 아기들은 자기 나름대로 환경을 탐색하고 분석하고 연구하는 중이다. 그들은 '음식 떨어뜨리기'라는 엉뚱한 실험을 하는 꼬마과학자이다. 충분히 탐구하고 나름의 결론(무엇인진 말을 안 해줘서 모르겠지만)을 얻은 뒤에는 양육자가 원하지 않는 그런 행동들을 굳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어른들은 이런 아기들을 잘 이해하지 못해 주는 것 같다. 혹시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줄까 봐, 딴짓을 할까 봐, 사고를 칠까 봐.. 등등의 이유로 밥상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을 허용한다. 어른들과 발맞춰 걷지 못하기 때문에 충분히 걸고 뛸 수 있는 아이를 유모차를 태워서 이동시킨다. 소리를 지르거나 울 때에는 쪽쪽이를 물린다. 이 모든 것들은 아기의 행동을 어른이 강제로 제어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 적응하려는 꼬마과학자들의 탐색을 못하게 눈과 귀를 가리고, 행동의 자유를 통제하고, 표현을 막는 행위이다. 


몬테소리 교육철학에서는 전부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들이며, 이 것들을 사용했을 때 아기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전혀 없다. 전부 어른의 편리를 위한 것들이다. 아기에게는 스스로 환경을 탐색하기 위해 보고, 듣고, 걷고, 말할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물론 당연히 이 모든 것은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예를 들어 아무 데서나 뛰면 안 된다거나 소리 지르면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회적 룰이다). 가이드라인이 없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다. 다만 어른들이 가이드라인조차 알려주기 귀찮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아기들의 자유를 뺏을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방법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몬테소리교육철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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