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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꿈 Apr 28. 2024

산후조리원 안 가고 1년 뒤

엄마와 아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벌써 우리 아기가 16개월이 되었다. 1년 전 우리 아기는 분명 가만히 누워서 뒤집기 연습을 하던 포동이였는데, 올봄은 서툰 뜀박질로 뛰어다니기 바쁘다. 새삼 정말 16개월이 빠르게도 지나간 것 같다. 떠올려보면 신생아 시절, 기어 다니던 시절, 서툰 걸음마를 하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 긴 기간 동안 내가 제일 후회하지 않는 것은 바로 산후조리원에 안 간 것이다.


다들 산후조리원에 가서 푹 쉬어야 산후풍이 오지 않는다고들 한다. 사실 산후풍은 한국에만 있는 말로써 출산을 한 뒤 뼈에 바람이 드는 증상을 의미한다. 출산 후 조리를 잘 못하면 산후풍이 든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 산후풍 덕분에(?) 엄마들은 아기를 낳으면 계절과 상관없이 목 긴 양말을 신고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 나는 이러한 산후풍을 믿지 않는다. 평소 운동량이 적었던 임산부시절을 지나 과하게 근육과 관절을 사용하면서 무리가 가서 생기는 증상을 과거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 산후풍이라고 불렀다고 생각한다. 이를 입증하는 케이스가 바로 남편이 육아를 해도 손목과 발목이 시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육아휴직기간을 겹쳐서 신청했었다. 두세 달 정도 남편과 육아를 같이 했는데, 이때 남편은 산후풍(?) 증상이 나타났다. 10kg이 넘는 아기를 내내 들고 외출을 한 날이면 손목과 발목이 시큰거리는 것이었다. 반대로 손목발목 사용을 매우 아꼈던 나는 산후풍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아기를 많이 들어주지 않았다. 안기고 싶어 하면 같이 앉아서 포옹했다.). 따라서 이 증상은 산후조리원과는 전혀 상관없다. 산후조리원을 안 간 나에게 산후풍은 오지 않았다.


우리 아가는 어렸을 때부터 잘 울지 않았다. 배고플 땐 쩝쩝거리면 모유를 주고, 낑낑거리면 바로 기저귀를 갈아주고, 하품을 하면 바로 재웠다. 부족함을 느끼고 작은 신호를 보내면 바로 알아차리고 만족감을 느끼도록 노력했다. 이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우리 아가는 부족함을 느끼면 소통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크게 울지 않는다. 최대한 말이나 손짓몸짓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표현하려고 하고, 부모가 그것을 알아차려줄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물론 계속 반복적으로 원하는 것을 캐치하지 못하면 짜증을 낼 때도 있지만, 그 빈도가 잦지는 않다. 우리 부부는 왜 그럴까 자주 생각해 보곤 하는데 아무래도 산후조리원을 안 가서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신생아 시절부터 아기의 표현을 잘 알아차려주고 울 필요가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변인도 있을 수 있겠지만, 산후조리원과 몬테소리 교육이 큰 양대산맥이 되었다고 믿는다.


최근 우리 지역 당근마켓에 산후조리원 구인공고가 올라왔다. 야간근무자를 고용하는 것이었는데 시급이 만 천 원이었고 아무런 조건도 없었다. 산후조리원이 정말 전문가들로 운영되는가? 정말 전문가들로 운영되고 있다면 매년 산후조리원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은 누가 일으키는 것인가? 내 아가의 신생아 시절을 그곳에서 보내게 해도 되는 걸까? 엄마들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산후조리원에 가는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고심해 보면 좋겠다. 사랑스러운 아기의 짧디 짧은 신생아 시절을 따뜻한 부모의 품에서 보내게 해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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