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해 Oct 23. 2022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너 아닌 그 무엇도

내겐 너보다 소중하지 않아

 22/11/06 여성신문 리뷰 기사  글을 바탕으로 편집되었습니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 암울한 현실일 수도 있는 것들이 아버지에게는 오히려 인생에 활력을 가득 불어넣고, 아버지가 크고 대범하게 살도록 만들었다. 나는 평생 광대 신발을 신은 허무주의자 같은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 걸으려 노력해왔다. 우리의 무의미함을 직시하고, 그런 무의미함 때문에 오히려 행복을 향해 뒤뚱뒤뚱 나아가려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항상 그런 일을 잘했던 건 아니다. ‘너는 중요하지 않아’는 내게 종종 아버지와는 다른 효과를 냈다.

(...)

이제야 나는 나의 아버지에게 할 반박의 말을 찾아냈다.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질척거리는 변명도, 죄도 아니다. 그것은 다윈의 신념이었다! 반대로,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하고 그 주장만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거짓이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과 룰루 밀러(의 아버지)의 ‘우린 중요하지 않아.’

광대한 우주 속에서 한낱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것인지는 항상 철학적 쟁점이 되어왔다. 어쨌든 태어났으니까 즐겁게 살아가야 한다는 낙관적 실존주의 대, 그 태어남 자체를 바라지도 않았다는 반출생주의 사이의 넓은 스펙트럼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상 서로에게 다정하자’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의 태도는 꽤 쓸모 있고 공정한 제언으로 보인다. ‘다정함은 냉소주의보다 훨씬 합리적인 전략’이라는 룰루 밀러의 ‘민들레 연대’와도 상통하는 논리로 뒷받침되기에 더더욱.

하지만 그 유효하고 말이 되는 낙관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울어놓고도, 2주 동안 영화를 다시 곱씹을수록 다소 심란해지는 이유는 뭘까.


에블린은 가사노동의 외주화를 상징하는 세탁소를 운영하며, 가장이자 살림꾼이고, ADHD 증상을 보이는 동양인 중년 이주여성이다. 그는 타고나길 다정한 사람은 아니다. 바쁜 일상에 치인 에블린의 틱틱대는 태도는 소중한 사람들을 무수히 상처 입힌다. 가압류될 위기에 처한 세탁소, 깐깐한 세무서 직원 디어드리, 생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유약한 남편 웨이먼드, 손에 잡혀주지 않고 엇나가는 딸 조이, 치매 걸린 아버지까지 주변의 모든 것이 초래하는 혼란을 관장해야 하는 에블린에게는 단 한순간의 여유도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사실 에블린은 누군가의 마음을 챙길 ‘여유가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을 챙기는 대신 가족공동체의 경제적 ‘생활’을 챙기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거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가족을 위한 최고의 효율을 고려했지만 상냥하지 못했던 이 판단의 결과는 참혹하다. 웨이먼드는 세무서 입구에서 키스하는 노부부를 보며 부러운 눈길을 보내더니 이혼 서류를 들이밀고, 조이는 여자친구 벡키를 할아버지에게 친구라고 소개하곤 사과 한 마디 없이 ‘살쪘다’는 말로 인사하는 엄마가 원망스러워 미칠 지경이다. 상처되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쌓여 얼마나 큰 카오스를 낳았는지 알파-웨이먼드와 조부 투파키를 마주한 후에야 비로소 직접 확인한 에블린은 아연해한다.


그러나 이 테라-우주의 에블린도 억울한 구석이 있다. 에블린은 웨이먼드와 결혼하지 않고 조이를 아예 낳지 않은 버전의 삶이 얼마나 휘황찬란했을지 이미 목격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쿵푸 마스터의 제자가 되고 영화배우가 되어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가 성공한 과거의 연인을 멋있게 마주칠 수도 있었고, 다정한 레즈비언 연인(디어드리)과 핫도그 손가락 대신 발로 피아노를 치며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고, 경극 배우나 철판 요리사나 피자왕이나 피에타나 … 말 그대로 그 어떤 것이라도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알파 웨이먼드의 말마따나 이 우주의 에블린은 온 우주를 통틀어 ‘최악의’ 삶을 살고 있다. 중요한 순간마다 최악의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결혼하기로 한 선택.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른 선택. 심약하고 우유부단한 남편 대신 실질적 가장이 되기로 마음먹은 선택. 그렇게 남편과 딸을 얻은 이 우주의 에블린이 가장 안 좋은 것들을 떠맡은 덕분에, 그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만큼 나머지 에블린들의 삶이 더 나아지고 있다. 이 여자는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자신의 무수한 꿈과 가능성을 잊어버린 채 벼랑까지 내몰렸다. 그리고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스스로 질문한다 : “어떻게 하면 돌아갈 수 있지?”



좋은 엄마가 되기는 좋은 아빠가 되기보다 몇만 배 더 어려운 세상에서, 남편은 가사의 가장 쉬운 버전인 노동에 아주 약간만 참여해도 ‘가정적’이라는 평을 듣지만 부인은 일과 가사를 동시에 완벽하게 해내도 단 하나의 실수 때문에 폄하되기 쉬운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딸이 태어나고 남편과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라는 의미가 숨어있는 에블린의 질문은 딸 된 입장에서 듣기에 섬찟한 말이다. 엄마들은 결국 자기 몫의 가족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많은 기회를 갖고 더 나은 인생을 살았을 사람들이 분명하니까. 우리 엄마 역시 그러하니까. 처음엔 아빠가, 그다음엔 자식인 내가 발목을 잡아서 엄마가 가사와 육아 외의 다른 세계를 맛보지도 못하고 이게 다 ‘자기 선택’이었다고 믿은 채 살아가는 건 아닐지 나도 종종 의심했으니까.


그래서 무슨 가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집안의 소요와 불화를 홀로 짊어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말라죽어가던 에블린이 ‘다른’ 선택을 내린다 한들, 단 한순간 가족들의 그 모든 상처를 모른 척한다고 한들 나는 에블린-엄마를 탓할 수 없었다. 다른 걸 다 잘할 수 있고 오직 ‘엄마’가 되는 것만이 어울리지 않는 진로였는데, 다른 모든 가능성을 무시당하고 ‘엄마’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여성들을, 그들의 노동에 온전히 기대어 먹이고 입히고 키워진 내가 어떻게 감히.


하지만 바로 그 시점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던 에블린은 자기 몫이었어야 할 다른 버전의 화려한 삶을 되찾기보단 모르는 우주의 자신이 상처 입힌 딸을 끌어안기로 결정한다. 웨이먼드가 그녀에게 ‘전략적인 친절함’의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 포옹 역시 에블린이 스스로 내린 선택이다.

그간 저지른 모든 실수, 그간 겪은 그 모든 실패와 거절을 단 한 번에 되돌릴 수는 없더라도 그 첫걸음이 될 수는 있는 아주 작은 변화로써 - 딸의 마음을 이해해보기. 딸의 자리에 앉아보기. 딸의 공허를 직시하기.


서로를 실망시킨 엄마와 딸 (이 서사의 주인공이 아빠와 아들, 혹은 아빠와 딸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하고 희귀한 급진인가)의 화해. 자기 우주의 엄마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좌절감과 원망에 엄마를 죽여버렸던, 베이글 위에 온갖 걸 올려 극단의 허무를 창조한, 이제 마지막으로 단 한 번 기대를 걸고 엄마를 찾아와서 같이 그 허무에 빠져달라고 - 나를 이해하고 내가 보는 것을 같이 봐달라고 애원한 조부 투파키. 낯선 괴로움을 드러낸 딸의 투신을 막기 위해서 함께 굴러 떨어지는 것도 불사한 엄마 덕분에 세계의 뒤틀림은 바로잡힌다.



그리하여, 온 우주에서 제일 실패한 엄마와 제일 실패한 딸이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이 낭만적 서사는 결국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극도의 낙관을 관객에게 설득시키고 만다. 지치고 나이 든 동양인 여성이 사실 모든 우주를 구하는 영웅이었다는 이야기에 현시대 여성으로서 감화되지 않기란 쉽지 않다. 그것이 히어로/안티 히어로의 고질적 문제인 대디 이슈에서 벗어나 ‘엄마에게 상처받은 딸’이 엄마의 가장 위험한 적대자가 되고 기어이 엄마를 영웅으로 각성시키는, 즉 마미 이슈에서 촉발된 드문 서사라면 더더욱 거부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울었고, 어쩔 수 없이 엄마 생각을 했고, 그냥 믿어보기로 했다.

결혼을 하지 말라고 아이도 낳지 말라고 이미 태어난 너희에겐 미안하지만 엄마는 굳이 결혼하지 않았어도 되는 줄 알았다면 안 했을 거라고 했던 엄마의 말과, 그래도 날 사랑한다고 온몸으로 증명하는 엄마의 행동이 ‘동시에’ 진실일 수 있다고. 엄마는 우릴 만난 걸 후회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동시에 우리 엄마라서 좋았을 수 있다고.




서른이 코앞이고 집 나와서 산 지는 십 년째인데, 아직도 엄마는 내게 과일 잘 챙겨 먹으라고, 불 켜놓고 잠들지 말라고, 건강검진 받으라고, 보험비 제때 내라고 그렇게나 걱정을 한다. 예전엔 엄마한테 내가 어떤 모습이든 좋아했을 거냐고 (<레이디버드>처럼, “사랑하는 거 말고 좋아했을 거야?”라고) 물어보지 못한 게 평생의 한이 될 것 같았는데 이제는 안다. 엄마는 내가 든든한 장녀라서, 알아서 혼자 앞가림을 잘해서, 똑똑해서, 엄마를 잘 이해해서, 결혼하지 않겠다고 해서, 공부를 잘해서, 성실해서,... 그래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모든 걸 반대로만 하는 엉망인 딸이었더라도 좋아했을 거라는 거. 최소한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거란 걸 이제는 알아.


엄마와 딸이 서로를 이해하려면 얼마나 큰 상호 존중과 노력이 필요한지 자주 생각한다. 제법 잘 해온 나와 엄마에게도 여러 번 위기의 순간이 있었던 걸 기억해내면, 우리의 지금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우면서도 나의 것보다 더 큰 노력을 들인 - 자기가 알던 세계를 완전히 깎아내고 내 세계를 이해해보기 위해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짜 맞춰야 했을 - 엄마가 고맙고 신기할 만큼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그렇게 엄마가 딸보다 ‘더’ 노력하는 경우가 흔치 않단 걸 잘 알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이제 돌이 되고 싶을 만큼 외롭고 이해받고 싶은 날에는 엄마가 해준 말들을 기억한다. 혼자 견디는 대신 엄마를 가장 먼저 찾는다. 내가 아무 때나 찾아가서 모든 것에 대한 모든 불만을 쏟아내고는 흐트러진 이불과 벗어놓은 옷과 설거지 안 한 그릇을 그대로 놔두고 사라져도 날 사랑할 단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살게 할 때가 있다.


엄마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을 거라고 믿는다.



이미 주변부로 내몰린 존재들에 대한 적절하고 공평한 기회의 제공 없이 알아서 ‘사랑으로 극복해서’ 삶을 이어나가자는 영화의 주장은 어쩌면 찜찜한 미봉책일 뿐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조이의 불변하는 본질을 특이하고 별난 것으로 보거나 잠깐의 일탈로 이해하는 에블린과 조이 사이의 갈등은 끊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 이 정도로 대차게 실패했던 우주라면, 한 번 서로를 이해해보기로 선택한 우주라면 서로의 다정에 대한 신뢰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정신없고 괴롭지만 서로가 있는 현실 속으로 서로를 끊임없이 불러들이며.

 





덧) imdb 트리비아 번역


문서가 길어서 제가 흥미롭게 읽은 항목 위주로 번역했습니다.

원문은 여기 : https://www.imdb.com/title/tt6710474/trivia/?ref_=tt_trv_trv ​

의역 있습니다. 오역 있으면 알려주세요.

​​

1) 다니엘스는 원래 재키 찬(성룡)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극본을 썼다. (어쩐지..)

하지만 남편-부인, 아버지-딸의 갈등보단 부인-남편, 어머니-딸의 갈등이 더 설득적일 거라고 생각해 주연을 여성으로 설정했고, 캐스팅은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3> (Super Cop, 1992)에 함께 출연한 양자경으로 결정했다.​


2) 에블린에게 ADHD가 있다는 설정을 고려했다. 그 정도로 정신 산만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이라면 ‘다른 우주로의 접속’을 더 쉽게 할 거라는 아이디어 때문이었다. 추후에 ADHD 관련 리서치를 하다가 다니엘 콴 감독은 그 자신이 진단받지 않은 ADHD 환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3) 에블린이 아버지에게 말할 때는 광둥어를, 웨이먼드에게 말할 때는 만다린어를 사용한다. 그들이 다른 배경에서 자랐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에블린이 딸에게 말할 때는 영어와 만다린어를 혼용하고 조이는 영어를 주로 쓰며 가끔 실력이 좋지 않은 중국어를 곁들인다.

4) 불발된 캐스팅들 : 아콰피나, 다니엘 래드클리프

- 스테파니 수가 연기한 조이 역으로 아콰피나 역시 고려되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양자경과 함께 출연했기 때문으로 추정.

- 이미 두 다니엘 감독의 <스위스 아미 맨>에 주연으로 나온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출연 제의를 받았으나 (추정하기론 아마도 해리 슘 주니어의 채드 역할?) 일정이 맞지 않아 거절해야만 했다. 다니엘은 나중에 “내가 각본을 보지도 않고 출연하겠다고 말하는 유일한 사람들은 이 다니엘들”이라고 말하기도 함.

5) 기타 레퍼런스들

- 베이글을 보여주면서 조부 투파키가 내민 책 표지는 (조이도 평범한 미국 아기들처럼 읽었을) 닥터 수스의 ‘Oh, the Places You’ll Go!’를 닮았고, 그 속의 삽화는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를 닮았다.

- 핫도그 손가락 유니버스의 아이디어는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중 ‘인류의 기원’ 파트에서 따왔다.

- 에블린이 ‘선택받은 자’라는 설정, 사무실 디어드리 전투씬, 알파 웨이먼드와 그 동료들의 대화, 세무서에서 갈 방향을 정하라는 다이얼로그(빨간 약과 파란 약 고르기) 등 여러 장면에서 <매트릭스> 레퍼런스가 등장함.

- 조이-조부가 에블린에게 소파에 편히 앉으라며 ‘여기 편히 앉아, 스낵도 좀 먹고…’ Come sit here, and get together, have a few snacks…라고 말한 대사는 <다이하드>(1988)의 존 맥클레인이 친 대사 ‘Come out to the coast, we’ll get together, have a few laughs…’의 오마주.​


6) 결말부에서 조부 투파키의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은 ‘Jobu’라고 쓰여 있다.

Jobu Tupaki란 이름은 인도 남부에 사는 텔루구족의 언어로 ‘작은 총’을 의미한다.​


7) 키 호이 콴(웨이먼드)은 2001년 <무한부활> 이후 20년 만에 첫 주연을 맡았다(주연뿐 아니라 영화 출연 자체가 20년 만인 듯). 그의 데뷔작 <인디아나 존스>에서 ‘쇼트 라운드’ 캐릭터가 했던 대사(“Snap out of it!”)가 등장한다.

키 호이 콴은 이 영화에서 대부분의 스턴트를 직접 했다 (!)


8) 오프닝 씬에서 세 가족이 노래방 기계로 놀고 있을 때 에블린이 노래 부르는 조이의 입을 잠시 막는데, 이때 가사가 “내 머리를 빗기고 어디서든 날 벗겨도 돼 you can comb my hair, undress me anywhere” (Barbie Girl - Aqua)였기 때문. 엔딩 씬에서 새해 전야 파티에 온 모두가 노래방 기계로 그 곡을 부르는 장면도 촬영했지만 영화에서는 편집되었다.​


9) 제니 슬레이트가 연기한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코쟁이’ 역할은 서양 개봉 당시 ‘Big nose’ 역할로 크레딧에 뜨면서 유대인 스테레오 타입에 일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동양에서 백인들을 코쟁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오해한 것. 어쨌든 제작진들은 해명 후 dvd 버전에서는 이 캐릭터의 이름을 ‘Dog Mom’으로 바꾸어 내보냈다.

중반부 이 캐릭터와 전투할 때는 당연히 진짜 개가 아니라 cg..도 아니고 그냥 털인형을 활용했다고 함.

10) 조부의 에브리씽 베이글과 웨이먼드의 장난감 눈(googly eyes)은 서로 반전된 형태를 갖고 있다. 베이글은 검은 원 안에 흰 원, 장난감 눈은 흰 원 안에 검은 원이다.

에블린이 총알을 장난감 눈으로 바꿔서 이마에 붙인 것은, 알파우주의 적대자들이 이마에 검은 베이글을 그려놓은 의례를 반대로 한 것이기도 하고, 집안 물건들에 장난감 눈을 붙여가며 에블린의 기분을 풀어주려던 웨이먼드의 다정함을 조부의 허무주의에 대항하는 무기 삼으려는 에블린의 결심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에블린은 영안을 상징하기도 하는 ‘세 번째 눈’을 달고 조부의 부하들을 사랑해주고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주는 방식으로 싸운다.​


11) 조부가 숲에서 쿵푸 무술가 에블린과 대적할 때 그녀가 꺾은 가지가 여러 형태의 무기로 빠르게 변환되는데, 중간에 한 번 오스카 상을 들고 있는 장면이 스쳐간다.​


12) 화양연화 우주에서의 장면들은 기본적으로 왕가위의 여러 기법을 따랐다. 플롯을 오마주할 뿐 아니라 다이얼로그, 뚝뚝 끊어지는 슬로우샷, 색 보정 방식 등등.

12-1) 웨이먼드를 연기한 키 호이 콴은 왕가위의 <화양연화> 후속작인 <2046>의 조감독이기도 했다.​


13) 이 영화의 VFX 효과는 감독 둘을 포함한 단 9명의 팀이 모두 해냈다. 그들 중 전공자는 아무도 없었고 모두 인터넷 무료 툴과 교본으로 서로서로 가르쳐가며 작업했다고 한다. (가능한가…?)

그리고 감독 다니엘 쉐이너트는 bdsm 플레이하던 세무서 직원 리처드 롱, (스페이스 오디세이 오마주인) 핫도그 유니버스가 창조되는 순간의 영장류들을 모두 연기했음.

14) 라따구리의 목소리는 랜디 뉴먼(라따뚜이,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벅스 라이프 등 픽사 대부분의 영화 음악 담당하신 그분)이 더빙했다.​


15) 여러 우주 중 에블린이 냄비 안에서 끓여지는 ‘자의식 있는 스파게티’로 존재한 적도 있었다.

그녀의 ‘아들’은 마카로니였는데, 얼마나 삶아졌는지 보기 위해 벽에 던져서 붙이는 명예의 면이 되어 ‘남자’가 되고 싶어 했다.​


16) 에블린과 웨이먼드의 가족 차(밴)는 알파 웨이먼드와 그 동료들이 사용하는 밴과 같은 차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