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일상)2024년을 마무리하며

2024년을 보내기 전에 나에게 필요한 것

by 꿈꾸는 앤

올 연말은 다른 해에 비해서 여유롭다. 항상 말일이 되어서야 한 해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그러고 나면 긴장이 풀려 몸살이 나서 연말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새해가 어떻게 오는지 돌아보기 어려웠다. 하긴 나이가 들고 나서는 새해가 오는 것이 그다지 반갑지도 않았고, 한 살을 더 먹어 내 나이가 몇 살이 되는지에도 관심이 없었다. 매년 똑같은 일 년 살이. 뒤돌아 볼 것도 없고, 아쉬운 것도, 미련이 남을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해보다 열흘 정도 일찍 업무가 마무리되었을 때 연말을 해외에서 보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여행지를 물색하고 최저가 비행기티켓을 검색하고, 최적의 숙소를 찾아보는 일들이 설레지 않았다. 힘든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나서 새로운 장소에 가 있는 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낯선 곳에 있는 내가 아니라, 익숙한 곳에서 책에 둘러싸여 있는 내가 보였다.


어제는 예전에 읽다가 멈추고 덮어 두었던 김기태 작가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읽었고, 오늘은 한강 작가의 단편집 <내 여자의 열매>를 읽고 있다. 읽을 시간도 없으면서 책만 주야장천 주문하던 지난 일 년의 나는 어쩌면 이 책들을 읽으며 휴가를 보낼 나를 상상하면서 시간을 버텼던 건 아닐까. 생각해 보면 2024년 내가 가장 힘들었던 건 사람이다. 근무지를 옮겨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고 적응하고 소통해야 했다. 내년도 업무 추진 계획을 세우면서 나로서는 새로운 일에 도전했지만 믿고 있었던 사람에게 꽤나 서운한 마음이 드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나를 리프레쉬해 줄 낯설고 재미있는 여행지가 아니라 나의 마음을 보듬고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볼 침묵의 시간이 아닌가 싶다.


힘들었던 시기, 아래로 가라앉던 나를, 나 조차도 나를 어쩌지 못해서 괴로웠던 나를 위로해 주고 일으켜 세웠던 건 항상 책이었다. 책 속의 한 문장이 꽁꽁 감싸두었던 감정의 빚장을 깨부수고 소리 내어 울게 했고, 요동치던 나의 마음을 고요하게 진정시키기도 했다. 40년이 넘는 시간을 나로 살아오다 보니 그래도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게 무언지 정도는 알게 되었나 보다.


나의 휴가를 함께 보낼 책들이 내 주변에 수북하다. 이미 마음은 충만하고, 이 책들과 만날 생각에 설렌다. 이 시간을 보내고 난 후 난 또 어떤 사람으로 되어 있을까. 조금은 더 깊어지고,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단단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0. (독서)인생의 어른이 보여주는 삶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