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는 왜 글을 써야 하는가

by 꿈꾸는 앤

인생을 40년을 살아도 내가 누구인지, 나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건 인생이 얼마나 어렵고 복잡하다는 것인가. 과연 그럴까. 인생이 복잡해서 내가 인생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인생을 몰라서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단편적인 생각의 파편들만 머릿속을 떠다닐 뿐 완결되는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작가의 서랍 안에는 비루한 글들만 쌓인다.


글 쓰면서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더 잘 알게 되었다고 여겨지도 했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나마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약간은 오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건 깨알 같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얼마나 많은가. 나는 역시 나에게 졌다.


인생이 이렇게 길지 몰랐다. 대학을 가고,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을 하는(남들이 다 하는) 인생의 중요한 과제들을 해치우고 나면, 그 후의 인생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고 나면 저절로 인생이 굴러갈 줄 알았다. 나는 삶을 몰랐다. 사는 게 만만하지 않다는 말을 쥐뿔도 몰랐다. 인생은 굽이굽이 나를 무릎 꿇리고 시험한다. 몰랐을 때가 오히려 만만했다. 남들 다하는 과제라도 있을 때 오히려 삶은 단순했다.


속으로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부짖어도,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출근을 하고, 웃으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나를 본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도대체 어떤 인간인가.


읽어야 한다. 써야 한다. 내가 나답게 여겨지는 유일한 순간. 나를 용서할 수 있는 시간. 삶의 틈에서 새어 나오는 한 줄기 빛을 보는 순간을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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