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나의 나이는 만 40이 되었다. 0으로 딱 떨어지는 나이가 되어 깔끔한 기분이다. 30이 되어 느꼈던 것과는 참 다른 것들을 느낀다. 30에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40이 되니, 결혼 10년 차가 되었고, 아이가 컸고, 사업은 하지 않는다. 지난 40년의 삶을 돌아보면 이런저런 것들이 있었는데, 나와 그다지 상관없는 게 참 많았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고, 일도, 꿈도, 대부분이 그렇다. 그 순간엔 아주 진지했고, 깊이 느껴졌던 것들도 이제 와선 그냥 별 일 아니었다 싶다. 뭔가 자꾸 해내려고 애쓰고, 도달하려고 하고, 극복해야지 하고, 이루려고 했던 것들. 지금 와서 보면, 그런 것들은 착각이었고, 망상이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꾸벅꾸벅 졸며 오전을 다 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정오쯤 정신이 든다. 뭔가 꿈을 꾼 것 같기도 한데, 별로 기억은 안 난다. 중요한 의미나 메시지가 있는 꿈도 아닌 것 같고.
그런데 후회가 밀려오거나 오전을 그렇게 보낸 것이 전혀 아깝지가 않은 거다. 오히려 너무 깔끔하고 맑은 정신이 되어 피식 웃으며 휘파람을 부르게 된다. 세수하고 거울을 보니 벌써 아저씨가 된 내 얼굴이 참 귀엽다. 인생이 하루라면,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헤롱거리며 살았다 생각하니, 살아온 만큼 다시 해가 지고 밤이 되어 잠이 들 때까지 재미나게 살다 갈 수 있을 것 같다. 뭐든 내가 하는 게 아닌, 그저 그렇게 되어간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하든, 뭐라 말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된 것. 나의 몸이 어떤 몸인지 알고, 내 몸을 사랑할 줄 알게 된 것. 그런 것들에 참 감사하다. 30세도, 40세도, 또 앞으로 올 50세도, 60세도 어떤 중요한 분기점이 아니다. 나는 그냥 흐르고 있고, 계속 흐를 것이다. 그렇게 삶이 흘러가겠지.
길어야 고작 100년 사는 한 사람의 삶이라는 게 어찌 보면 참 짧다. 우리는 삶에서 많은 걸 겪고, 이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 생각엔 인간의 삶은 저마다 참 한계가 깊다. 온갖 일을 하고 산 것 같아도, 사실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는 어떤 일관된 테마를 흐르다 간다. 마당에 핀 잡초처럼, 어떤 녀석의 줄기는 자라다 말고 어떤 녀석은 기어이 꽃을 피워내듯이, 이런 흐름이 끝내 한번쯤 생긴대로의 아름다움으로 피어나게 될지 아닐지 그건 알 수 없다. 어쩌면 여느 때와 같은 단 하루의 삶이 지나가는 모습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그 안에는 내 평생의 주제, 그 비밀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고. 피어나도 그만, 못 피어도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