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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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가족과 함께 외식을 했다. 나, 아내, 어린 두 아이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만약 영을 볼 수 있다면 어떻게 보일까? 우리가 모두 같은 크기로 보이겠지? 몸이 작건 크건 나이가 어떻건 상관없이 말이다.

형체로도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표정도 없고,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겠지. 그런데 그냥 서로가 알고 있을 것이다. 각자가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누구의 영화일까? 예전에 본 어떤 영국 소설에서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남녀가 배를 타고 밤에 호수에 나갔는데, 배에 구멍이 나고 물이 차기 시작하게 되는 장면이 있었다. 남자가 말한다. 안심해도 되요, 이건 내 꿈인 것 같거든요. 나는 당신과 이렇게 함께 배를 타고 낭만적인 꿈을 꾸고 있었던거에요. 이 순간은 꿈일 수밖에 없어요. 여자가 말한다. 글쎄요. 그런데 그게 당신 꿈인가요 아니면 내 꿈인가요? 일종의 농담이다.


뭐 누구의 꿈이든 무슨 상관일까. 아무튼 영이 보고 있는 그 영화는 가벼운 코메디 영화다. 아무리 심각한 일이 생겨도, 웃고 말 일이다. 영화니까. 그렇게 보면,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영화에서 나온 아이의 아버지같은 로베르토 베니니가 했던 역할은 정말 영적인 캐릭터였다. 그는 나치에게 잡혀간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영의 감각이라는 것은 유머가 아닐까. 병에 걸려서 죽음의 문턱에 놓이더라도, 회사가 부도나고 채권자들이 몰려와도, 어떤 상황도 영에게 있어서는 과정일 뿐일 것이다. 실은 단 한번도 실패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모든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삶은 계속된다. 나는 내 삶을 좋아할 수도 있고,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되더라도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모두 괜찮다. 모든게 괜찮다면 점점 미간에 잡힌 주름이 펴지고, 무거웠던 것들이 가벼워지고 슬몃 웃음이 나오면서, 신을 향해 실없는 농담이라도 한마디 던질수밖에 없는, 그런게 바로 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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