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인하 Dec 05. 2016

동유럽 5개국 + 발칸 2개국 여행기 - 프롤로그  

인생 첫 여행을 떠나다. 그것도 패키지로. 

나이 서른둘을 먹을 때까지, 여행을 안 가려고 마음을 먹었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갈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상하게 늘 그럴 때마다 다른 무언가 때문에 늘 바빠왔기 때문에 기회를 놓쳤던 것뿐... 외가 가족들이 단체로 태국 여행을 떠날 땐 평소에 하지도 않던 알바를 하고 있었고 뭐 그런 식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국에서 작가로 일할 땐 장기 여행은 엄두도 못 냈는 데다가, 방송 내고 나면 체력이 달려서 일주일 중 5일은 집에서 쉬면서 잠만 자기도 했다. 방송국을 나와서는 돈이 없으니 갈 수가 없었고... 우리 부모님은 여행을 별로 좋아하시는 분들이 아니었으므로 가족 해외여행은 택도 없는 이야기였다.


이번 여행은 정말 예정에 없었던 일이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지라 부모님한테 손 벌릴 생각은 없었고, 원래도 내년 여름 즈음 다음 출판을 위한 취재를 겸한 독일 + 오스트리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모들이 여행을 간다는 소식을 들은 엄마는 “우리 딸도 데려가!!!”를 외치셨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여권 재발급을 비롯한 여행 준비에 한창이었다. (여권을 만들어두고 10년 동안 썩혀서 아무 도장도 찍지 않은 채 재발급을 받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부모님은 늘 내게 미안하셨다고 한다. 나보다 나이가 아홉 살이나 어린 남동생은 이미 중학교 때 미국 여행을 다녀왔었고, 수능이 끝나고 나서는 베트남, 방학 땐 몽골과 인도 + 네팔까지 여행을 다녀왔다. 위에 언급한 여행들... 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여행이라는 것. 이상하리만치 동생은 갈 기회도 많았고 그럴 때마다 잘 다녀왔다. 아들은 여행을 몇 차례나 보내줬는데, 딸은 대학교 다닐 때 그 흔한 유럽 배낭여행조차 못 보내주신 게... 그게 그리도 속상하셨던가보다. 나이 서른이 넘은 딸이지만... 이렇게라도 여행을 보내주고 싶으셨단다. 


원래는 두 이모와 함께 떠나기로 했던 여행이었으나, 출발 5일 전 갑작스레 집에 큰일이 생긴 큰 이모는 떠날 수 없게 되었고, 나와 작은 이모는 둘이 함께 유럽으로 날아가게 되었다.


첫 여행이 패키지라는 것이 아쉬웠으나, 결과적으로는 무척 괜찮은 프로그램이었고... 앞으로 떠날 여행들의 예행연습이나 답사라고 생각하니 다녀오길 잘한 것 같다.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긁어 온 여행 루트. 중간중간 숙박만을 위해 머문 도시는 또 빠져있기도 하고, 그날 그날 저녁에 볼 일정을 당겨 아침에 보기도 했다. 11박 12일 일정에 8개국 (일정에는 안 나와 있지만 보스니아 땅도 밟았으니 9개국) 이라니... 정말 기함할만한 빡센 스케줄이었음은 분명하다. 


01일 차 - 인천공항 →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 프랑스 콜마르(1박)

02일 차 - 프랑스 콜마르 → 쁘띠 베니스 →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 쁘띠 프랑스 → 독일 다싱(1박)

03일 차 - 독일 다싱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 잘츠캄머굿 장크트 길겐 마을 → 잘츠캄머굿 할슈타트 → 잘츠부르크(1박)

04일 차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 슬로베니아 블레드 → 크로아티아 카를로바츠(1박)

05일 차 - 크로아티아 카를로바츠 → 라스토케 → 플리트비체 → 스플리트 → 보스니아 네움(1박)

06일 차 - 보스니아 네움 →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 자다르(1박)

07일 차 - 크로아티아 자다르 → 자그레브 → 헝가리 부다페스트

08일 차 - 헝가리 부다페스트 →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 오스트리아 빈

09일 차 - 오스트리아 빈 →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 → 프라하

10일 차 - 프라하 → 독일 테네스 버그 (1박)

11일 차 - 독일 테네스 버그 → 로텐부르크 → 프랑크푸르트 공항 

12일 차 - 인천공항 오전 11시 도착 예정 


적기만 해도 빡빡한 스케줄이다. (괄호 안 1박은 1박 만을 위해 머문 곳들) 원래 11박 12일인 일정이었지만, 독일 루프트한자 조종사 노조의 파업으로 비행기가 결항되었고, 프라하에 머물고 있던 10일 차 오전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우리는 테네스 버그에서 1박을 하고 로텐부르크 일정을 뺐다. 인솔자 말이 빨리 자기가 공항에 도착해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빨리 대체 항공이 잡힌다는 거였다. 대신 여행사는 프랑크푸르트 현지 가이드를 구해서, 인솔자가 공항에 가 있는 동안 프랑크푸르트 시내 관광을 잡아주었다. 


그래서 수정된 일정은...

11일 차 - 독일 테네스 버그 → 프랑크푸르트 

12일 차 - 프랑크푸르트 → 프랑크푸르트 공항 

13일 차 - 인천공항 오후 2시 15분 도착 

이 되시겠다. 


앞으로 올리는 여행기에는 모두 내가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고, 내 감상을 적을 것이며... 그리고 그곳에서 듣고팠던 음악들을 선곡해 함께 할 예정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그 장소에서 어울릴 음악들을 들으며 걷지 못했다는 것인데... (여행사에서 빌려준 수신기를 끼고 있었어야 했기 때문에 이어폰을 또 꽂고 다닐 수가 없었다. 물론 음악 들으며 걸을 시간적 여유도 없었지만...) 그래도 이 장소에서는 이 음악을! 이란 생각은 끊임없이 들었으니... ^^ 


여행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사건 사고가 끊임없었으므로 여행기는 기대해도 좋다. 첫 여행이 이렇게 다사다난했던지라, 앞으로의 여행은 순탄하리라 믿고 싶을 정도니 말이다. 


자. 그럼. 동유럽 5개국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과 발칸 2개국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여행. 함께 떠나 보시라.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