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인하 Dec 29. 2016

동유럽 5개국 + 발칸 2개국 여행기 - 첫째 날

서울 - 인천 - 프랑크푸르트 - 콜마르까지 

Background Music - 요한 슈트라우스 2세  : 오페라 <박쥐> 中 서곡 
https://youtu.be/gPybrOxRoT4


그토록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출국날이 밝았다. 우리 비행기 출발 시간은 15시 30분. 하지만 여행사에서 공항에 오라고 한 시간은 11시 30분.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을지로 입구역에서 2호선을 갈아탄 다음, 홍대 입구역에서 공항철도를 갈아탈 생각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준비를 하고 9시에서 9시 반 사이에 집에서 출발해야 했다. 전날 Jtbc 뉴스룸에서 길라임 건이 터지는 바람에 어이가 없어서 너무 웃긴 나머지 잠을 설쳤지만, 여섯 시에 일어나 준비를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 미리 챙겨 둔 짐들과 출발하기 직전까지 쓴 화장품 같은 것들을 챙기고, 잊어버린 것은 없나 꼼꼼히 체크한 후 캐리어를 닫았다.  


출발하기 전. 최대한 짐 무게를 줄인다고 옷도 몇 개나 뺐는데... 왜 그렇게 무거웠는지.


9시 10분.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짐을 들고 나왔는데... 28인치 내 캐리어... 왜 이렇게 무겁나...? 우리 집은 2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다. 그래서 짐을 들고 나올 때 낑낑거리며 안간힘을 써버렸다. 겨우 집 앞에 나왔는데 지하철을 갈아탈 생각을 하니, 더구나 에스컬레이터 없는 을지로 입구역을 환승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결국... 전날 혹시나 해서 알아둔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공항버스 표지판이 어찌나 반갑던지...


문제는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도 순탄치 않았다는 거다. 오르막... 경사면이 그리 가파른 편이 아니었지만 운동 에너지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었던가. 게다가 인도 보도블록은 왜 그리 거친 지... 땀을 뻘뻘 흘리며 캐리어를 끈다기보다는 밀다시피 하면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캐리어 손잡이는 잡지 않고 캐리어 본체를 낑낑거리며 밀어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바람은 쌀쌀했고 ‘독일 도착했을 때 이것보다 더 추우면 어떡하지?’라는 막연한 걱정을 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10여분이 흐른 후, 버스가 도착했고 짐을 실은 후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문제는 원래 계획이었던 지하철이 아닌 공항버스를 탑승했기 때문에 예정보다 훨씬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는 거다. 공항 도착시간이 약 10시 5분... 여행사에서는 11시 30분까지 공항에 오라고 했는데 무려 한 시간 반이나 일찍 도착한 셈이었다. 그 와중에 울 아부진 계속 페이스톡을 걸어오시고... ‘한 시간 반 동안 뭐하냐.’라고... ‘왜 이렇게 빨리 도착했냐.’며 그러시는데... 원래 나는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니까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사실 버스 타기 전에 정신이 안 들어서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셨는데 단골 카페 오픈 시간 전이라 어쩔 수 없이 열려있는 아무 카페나 들어가서 사 마셨었다. 그 커피가 내게 맞지 않았는지 (가끔 커피 블렌딩이나 로스팅 상태 등에 따라 속이 부대끼기도 한다.) 공항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속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버거킹에 들어가서 탄산음료 라지 사이즈를 사 마셨다. 속을 좀 가라 앉힌 후 미리 인터넷으로 계약하고, 여객 터미널에서 수령하기로 한 유럽 통합 유심을 찾은 후 여객 터미널 3층에 위치한 여행사 카운터로 가 안내서와 네임텍을 수령했다. 같이 동행할 이모는 시간을 착각해서 30분 정도 늦게 도착했고, 이모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셀카질을... ^-^;;


이모가 도착하고, 체크인을 하고, 수하물을 맡긴 후 조금 이른 점심(비빔밥!)을 먹은 후 탑승 수속을 하러 갔다.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출국하는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지... (비행기 처음 타는 티 팍팍 냄.)



보딩 대기하면서... 여권지갑 필요없다고 한 사람 누구니? 있으니까 완전 편하던데... -_-+


보딩 한 후 탑승동에 위치한 면세품 인도장으로 향했다. 이모도 전날 명동 신세계 면세점에서 구입한 것이 있었고, 나도 명동 신세계 + 롯데 (명동 + 인터넷)으로 구매한 것이 있었기 때문에... 듣기로는 롯데 면세 인도장 앞은 늘 혼잡해서 길게는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모를 재촉해서 면세품부터 받아 챙길 생각이었다. 신세계 면세품 인도장은 확실히 롯데에 비하면 한산한 편이었고, 롯데에서도 예상보다는 일찍 물건을 받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탑승 게이트 앞에 가서 시간 죽이기... 



우리가 탈 LH713편은 이미 게이트 앞에 도착해 수하물을 싣고 있었다. 이모는 공항에 늦게 도착했었으니 일정표를 비롯한 유인물을 살펴보고 있었고, 나는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고... ^-^







탑승이 시작되고, 우리는 장장 11시간 50분을 타고 가야 하므로 최대한 늦게 비행기를 탔다. 파이널 콜까지 기다림. 



창가 자리가 불편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첫 비행이라 창가 측이길 바랐는데... 통로 자리... 크흡... T-T

이륙하니까 늦은 점심을 준다고 방송이 나왔고, 메뉴판을 나눠줬다.


이륙하자마자 음료를 주는데 루프트한자 항공의 맥주가 맛있다고 해서 처음부터 맥주를 시켜 마셨다. 맛은 홉의 씁쓸한 맛이 한국 맥주보다 조금 더 강한 라거 맥주? 추천하지는 않겠다. (유럽 현지에 가서 마시는 맥주가 훨씬 더 맛있다.) 기내식은 총 세 번. 늦은 점심, 중간에 간식, 저녁. 이렇게 나온다. 


점심 
전채요리 : 감자 샐러드를 곁들인 햄과 살라미
메인 요리 : 각종 채소와 소고기, 우엉을 곁들인 당면 (잡채)
    / 라따뚜이와 웨지 감자를 곁들인 치킨 코르동 블루
디저트 : 신선한 과일

간식 
컵누들 / 햄 샌드위치 / 치즈 샌드위치

저녁
메인 요리 : 간장 닭고기 스튜 & 쌀밥과 채소 / 아라비아타 소스를 곁들인 펜네와 말린 토마토 
디저트 : 얼그레이 무스 케이크 

음료
스파클링 와인 / 레드 와인 / 화이트 와인 / 위스키 / 독일 맥주 / 청량음료 / 미네랄워터 / 커피 / 차 



내가 점심때 먹은 것은 ‘라따뚜이와 웨지 감자를 곁들인 치킨 코르동 블루’, 간식으로 먹은 것은 ‘치즈 샌드위치(모닝빵 사이에 잼과 슬라이스 체다치즈 넣은 것)’, 저녁으로 먹은 것은 ‘아라비아타 소스를 곁들인 펜네와 말린 토마토’... 기내식은 전체적으로 다 맛있었다. 특히 바게트 빵이 정말 맛있었음! 겉은 바삭바삭하고 안은 쫄깃쫄깃 촉촉! 희한합니다. 특히 치킨 코르동 블루는 닭가슴살 사이에 치즈와 시즈닝을 넣어서 구운 건데 맛있었음. 


문제는 저녁... 맛은 있었는데 저녁 먹기 전에 자다 깨서 멀미를 했다. 잠에서 깨니 저녁밥을 서빙하고 있는데 토마토 향이 화악 코로 들어오면서 역하단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저녁밥은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게다가 계속 먹었는데 비행기 좌석에만 앉아 있었으니 소화가 안 되기도 했고... 


멀미하기 전까지... 영화 보고 즐거웠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루프트한자를 비롯한 외항사 항공을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외항사가 아닌 국적기 상품은 빨리빨리 마감이 되는 반면, 원래 나와 이모가 예약했던 에미레이트 항공 상품은 최소인원 모객 미달로 상품을 바꿔 출발하게 되었다.) 


나는 외항사이건 아니건 솔직히 크게 불편함을 못 느꼈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시아나를 타게 되었음.) 외항사에도 한국인 승무원을 많이 채용하기도 하고 (내가 탄 비행기에는 한국인 승무원이 둘이나 있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영어로 할 줄 알면 크게 불편한 것은 없더라. 기내식으로 한식이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 정도일 텐데... 나처럼 비위 강한 사람은 음식도 잘 안 가리니까 괜찮다. 


마일리지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항공사들도 동맹을 맺고 있으므로 마일리지도 한쪽으로 몰아서 적립이 가능하다. 아시아나와 루프트한자는 ‘스타 얼라이언스’ 소속으로 (대한항공은 에어 프랑스와 같은 스카이팀 소속) 루트프한자 항공을 이용하면 아시아나로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다. 물론 좌석 등급에 따라 100% 교환되는 좌석이 있는가 하면 아예 안 되는 좌석도 있지만... 


승무원들 서비스도 무척 좋았다. 우리나라 승무원들은 ‘예쁘고 친절하다.’는 느낌이라면 루프트한자 승무원들은 ‘멋있다.’라는 느낌. 스튜어디스도 있고 스튜어드도 있고... (스튜어드 님들 넘 멋있음! >_<) 


좌석 스크린도 무척 좋았다! USB 포트가 있어서 기기 충전도 가능하고... 터치 스크린 감도도 무척 좋았다는 거!! 별로였던 것은 한국어 서비스 선택하면 영화가 더빙판으로 나온다... (더빙판 좋아하지 않음...) 자막은 중국어만 지원... 그래서 봤던 영화 또 봤다. 마블 시리즈 중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가 다 들어 있어서 윈터 솔저랑 시빌 워 두 편을 봤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기내에서 인터넷이 된다는 점! 물론 유료 서비스이긴 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괜찮은 서비스인 것 같다. 심지어 유료 결제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은 접속 가능해서 페이스북 하면서 열심히 놀았다... ^-^



프랑크푸르트까지 11시간 50분 예정이었지만 실제론 그것보다는 조금 덜 걸렸다. 하지만 11시간이 넘는 비행은 힘들었다. 나는 허리를 다친 적이 있어 허리가 좋지 않은 편이었고, 이번 여행 내내 허리 걱정을 많이 했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집에 있는 붙이는 파스를 종류별로 싸가지고 가는 것도 모자라 또 약국에 가서 파스를 더 사 왔으니... 이런 것만 봐도 내가 얼마나 걱정을 하며 여행을 떠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륙하고 다섯 시간이 지나자 허리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고, 중간에 한 시간은 화장실 앞 통로석에 서서 왔다 갔다 하며 보내야만 했다. 나중엔 허리가 너무 아파서 지쳐버렸고, 지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자고 일어나자 멀미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저녁 기내식은 거의 손도 못 대보고 다시 돌려주게 되었지... T-T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해가 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인솔자가 기다리고 있을 거랬는데, 우리처럼 단체 패키지여행 온 팀이 몇 있었다. 내린 후 인솔자를 찾아야 했고, 에스컬레이터 두 개를 올라가니 우리 인솔자가 보였다. 동행들이 모두 다 모이고, 함께 이동해서 입국 심사를 받으러 갔는데 앞서 가시던 동행 분(수염을 도인처럼 기르셨던 할아버지...)이 걸려서 인솔자가 대신 설명하느라 애쓰는 걸 봤다. 나는 ‘저 직원한테는 안 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나랑 이모 순서가 딱 그 직원 앞에 걸려버렸다. 하지만 의외로 여권 사진이랑 내 얼굴이랑 대조하고는 바로 도장 쾅! 쾅! 찍어주며 통과시켜 주던... ^-^;; 



수하물을 다 찾고, 공항 게이트를 모두 나온 후 버스로 이동하기 전에 인원 체크를 했는데... 한 팀이 사라져 버렸다. 알고 보니 한국 다른 여행사 팀을 쫓아가서 공항 나오는 게이트가 아니라 환승하는 곳으로 따라갔단다... -_-;;; 다행히 그 팀이 휴대전화 로밍을 해 와서 공항에서 내린 후 전원을 켜 뒀던지라 인솔자와 연락이 닿았고, 그 잃어버린 팀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과 나와 이모는 프랑크푸르트 공항 바닥에 널브러져 한 시간 반을 기다렸다. 다들 오랜 비행으로 지쳐있는 데다가 이런 일이 생기니 ‘이번 여행 망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을 했을 거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길 잃은 팀이 요주의 인물들이었다... 으으...-_-;;;)


시간이 흐르고... 다행히 길을 잃은 일행도 무사히 게이트로 나왔고, 인솔자를 따라 공항 주차장에 세워진 단체 버스를 타고 우리가 1박 할 호텔이 있는 프랑스 콜마르 지방으로 이동했다. 다음 날 일정이 콜마르와 스트라스부르에서 있었기 때문에 공항에서 세 시간 정도 걸리는 콜마르에서 1박을 하는 것이었다. 


https://goo.gl/maps/mneHkLGJboS2


우리가 묵을 이비즈 호텔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넘었고...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나와 이모는 짐을 풀었다. (원래는 호텔 객실 사진도 찍을 생각이었는데 그럴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모도 저녁 기내식 서빙 때 소화가 안된다며 거의 먹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씻는 동안 포트에 누룽지 끓여서 먹었다. 


구글링으로 우리가 묵었던 방과 가장 유사한 사진을 찾아 보았다.


잠자리에 들었을 때는 1시가 넘었지만 모닝콜은 다섯 시 반... 조식 식사는 여섯 시 반... 출발은 일곱 시 반... 이러나저러나 이 날부터 11일간 언제 호텔에 들어가더라도 7시에 출발하는 빡센 일정이 시작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유럽 5개국 + 발칸 2개국 여행기 -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