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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Dec 30. 2016

동유럽 5개국 + 발칸 2개국 여행기 - 둘째 날

프랑스인 듯 독일인 듯 프랑스 같은 콜마르와 스트라스부르

여행 첫째 날, 아니 정확히는 둘째 날이 밝았다. 기분으로는 첫날 같은데 전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프랑스 콜마르 지방으로 넘어온 게 있으니 둘째 날이라고 해야 하는 거다. 이모는 시차 때문에 새벽 세시 반에 일어났고 나는 다섯 시에 일어났다. 이 날부터 거의 매일 네시 반, 다섯 시, 다섯 시 반 이렇게 일어났음에도 피곤하지 않았다는 건 참 놀라운 거다. 그래도 기본 수면시간 다섯 시간은 꼬박꼬박 채워줬으니 힘들지 않았겠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이모가 싸온 누룽지와 포트를 이용해 누룽지를 끓여먹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한 후, 짐을 모두 쌌다. 그리고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다. 지금 생각하니 호텔 객실과 호텔 조식 사진을 하나도 안 찍어 놓은 게 좀 아쉽긴 한데 대충 기억은 하고 있으니까 조금씩은 언급하겠다. 우리가 전날 묵었던 곳은 Hotel ibis Colmar Horbourg Wihr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mneHkLGJboS2 ) 2일 차 첫 여행지인 콜마르의 쁘띠 베니스와 차로 30분 남짓 거리에 위치한 곳이었다. 조식 메뉴가 부실하네 어떠네 해도 여기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다. 빵 종류도 많은 편이었고, 신선한 과일에 몇 종류의 과일 주스와 커피, 시리얼, 신선한 우유...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메뉴들.


Hotel ibis Colmar Horbourg Wihr에서 먹은 아침식사. 아래는 구글링으로 찾은 조식 사진들.


아침을 차려먹고 짐을 호텔 로비에 옮겨둔 후 소화를 시킬 겸, 주변 경치를 구경할 겸 산책을 나갔다. ‘호텔 주변이 그렇지 뭐...’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조용한 시골 마을... 경치도 좋고 호젓한 느낌이 들어 전날 공항에서 있었던 소동이며 골치 아팠던 것들이 깡그리 날아가는 것 같았다.



인솔자를 비롯, 모든 일행들이 버스에 오르고... 프랑스 콜마르와 스트라스부르 일정이 시작되었다. 버스를 타고 30분 남짓을 달리자 도착했다며 하차한 곳. 쁘띠 베니스 (Petite Venise)였다.






Bachground Music - 히사이시 조 : A Waltz Of Sleigh (영화 <웰컴 투 동막골>)

https://youtu.be/6q3tR5nMcWs


작은 운하가 흐르고 그 운하 주변에 색색의 집들이 나란히 나란히 지어져 있다. 이 작은 운하와 그 느낌이 베니스 같다 하여 작은 베니스 (La Petite Venise)라고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이 마을의 건물들은 주로 16세기에 지어진 건물들이라고 하는데...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 일반인들이 살아가는 집이 300년이나 유지된 곳이 있었던가...?


해 뜨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했는지라 마을 주민들과 우리뿐이었지만 실제로는 관광객들로 무척 북적거리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것은 11월 17일. 유럽 전역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고 성탄 준비에 여념이 없는 때였다. 그러다 보니 쁘띠 베니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집집마다 개성 넘치는 성탄 장식들이 우릴 반겼다.



그리고 이때만 하더라도 낙엽이 다 지지 않은 때여서 색색의 마을과 예쁜 낙엽이 잘 어우러진 때였다. 그러니 어떻게 찍어도 인생 샷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

그냥 막 찍어도 인생사진 나옵니다.jpg


마을의 중심부에는 재래시장이 있는데, 식자재를 포함해 여러 가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시장 안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사람 모양을 한 빵이었는데 그 발상도 재미있고 모양도 귀여워서 한 컷 찍어왔다. 그리고 시장 바깥에도 야시장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런 곳 구경하는 것도 여행의 재미!



콜마르 지방에는 값싸고 질 좋은 치즈와 와인이 잘 생산된다고 한다. 내가 콜마르에 있다고 했더니 내 영국 친구 Ben(Half-English, Half-French)이 꼭 와인과 치즈를 사라고 추천해줬는데... 여행 초반이고 식료품을 샀다가 썩힐까 봐 사지 못했다. 그리고 충분히 돌아보고 살 시간도 없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산책하기 좋은 작은 마을 쁘띠 베니스를 돌아보고 차를 타고 또 조금 달려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다. <꽃보다 할배> 1편에 나온 스트라스부르 대성당과 쁘띠 프랑스가 있는 곳!






Background Music - 바흐 : 칸타타 ‘예수, 인류 소망의 기쁨 되시니’

https://youtu.be/l3UuGPCCm_I


내게 누군가가 ‘스트라스부르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이라고 묻는다면... 나는 ‘거대한 운하가 흐르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라고 대답하겠다. 콜마르에서 스트라스부르로 넘어오면서 도로를 따라 나 있는 거대한 운하와 그 주변에 위치한 공장들을 보면서 막연히 ‘음... 이런 곳도 살기 좋겠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역시 문제는 언어인가!!!)  


차창을 통해 찍은 스트라스부르의 풍경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된 것 중 하나... 일반적으로 우리는 ‘파리 노트르담 성당’이라고 많이 부르곤 하는데 이건 틀린 표현이란다. (다른 아니고 ‘틀린’ 표현!!) 노트르담은 프랑스어로 성당, 교회를 뜻하는 보통명사로 ‘노트르담 성당’이라고 하면 ‘흰백고무신’, ‘역전앞’ 같은 중의적 표현이 되는 거란다. 그러니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은 ‘노트르담 드 파리 (파리의 대성당)’ 정도가 될 거고, 내가 본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은 ‘노트르담 드 스트라스부르 (스트라스부르의 대성당)’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는 거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서 많이 쓰이는 ‘두오모’라는 단어 또한 노트르담과 같이 성당, 교회라는 의미로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은 틀린 표현. ‘피렌체 두오모’ 혹은 ‘피렌체 대성당’이 옳은 표현인 것이다.


이 날은 특히 내가 이 여행 중 기대했던 일정 중 하나였던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에 들어가 볼 생각에 무척 들떠 있었는데... <꽃보다 할배> 시즌 1이 방영되던 그때만 하더라도 나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고, 그래서 이순재 옹의 감상에 좀 더 주목했더랬다. 하지만 지금이야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된 지도 1년이 넘었기에... 신자의 입장에서 성당을 대하는 태도는 박근형 옹의 태도가 좀 더 가깝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라고도 하니까... 그리고 얼마나 아름답기에 지식을 사랑하는 비신자 이순재 옹께서 입을 딱 벌리며 대단하다고 표현하셨는지도 궁금하기도 했고.  



멀리서 보이는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의 웅장함. 일반적인 로마네스크 양식 교회의 첨탑이 둘인 것에 비해, 이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은 첨탑이 하나인 것으로 유명하다. 사암으로 지어져 붉은빛을 띠고 있다. 이미 구시가지로 들어서기 전부터 내 가슴은 콩닥콩닥. 머릿속 생각은 ‘노트르담 들어가서 기도해야지!’


스트라스부르 구시가지에도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인 스트라스부르 구시가지 도로를 따라... 드디어 웅장한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인솔자 왈, 일정이 빡빡해서 성당 안에 들어갈 시간이 없단다... T-T 내가 얼마나 기대했던 순간이었는데! 자유시간 15분 줄 테니 사진 얼른 찍고 오란다. 망했어요... T-T 그리고 이 순간 생각했다. ‘아, 나는 패키지랑 안 맞다 정말로...’



아니 여기까지 와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이 앞까지 와서, 이 앞에서 사진만 찍고 간다는 게 말이나 된다는 건지? 정말 속상했다. 남은 일정 동안 성당 여러 곳을 다녀보겠지만 나는 이곳에서 기도하고 싶었어. 정말로. 성당 안에서 보는 스테인드 글라스가 그리도 아름답다는데 아예 보지도 못한다니... 그리고 여기도 천문 시계가 있어서 매일 12시 30분이면 종이 울린다는데 아주 멀리서 밖에 듣지를 못했어. 진짜 수박 겉핥기도 이런 겉핥기가 어디 있나요...


하지만 내가 온 여행은 패키지여행이고... 아쉬워도 어쩌겠나 싶었다. 처음부터 훗날 다녀올 여행지 사전 답사라고 생각하고 떠나온 것이었으니... 체념하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더불어 성당 앞 선물 가게도 돌아보고... 특히 여기 성당 앞 선물가게에 진열되어 있었던 에이프런이 진짜 예뻤다.


짧은 자유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바로 근처에 위치한 쁘띠 프랑스로 발길을 재촉했다.






Bachground Music - 히사이시 조 : 인생의 회전목마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중에서)

https://youtu.be/DV-V-ftDNqQ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배경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게 정확히 ‘쁘띠 베니스’인지 ‘쁘띠 프랑스’인지 알 수는 없지만 둘은 무척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크기로 따지면 ‘쁘띠 프랑스’가 조금 더 큰 것 같지만 시가지 안에 위치한 ‘쁘띠 프랑스’보다 ‘쁘띠 베니스’가 조금 더 호젓한 맛이 있다고 해야 하려나... 또 차이가 있다면 쁘띠 프랑스는 운하의 수문을 열어 배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관광객들도 이 배를 타고 스트라스부르 시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는 점 정도?



사실 시간을 좀 가지고 산책하며 돌아보기에 좋은 도시였던 것 같은데 워낙 시간에 쫓긴 나머지 남은 건 사진이요 사진이요 사진이요... 사진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다, 미련이 너무 많이 남아서 언젠가 다시 가 볼 것 같은 여행지니까... (스트라스부르 대성당...T-T)


이 곳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중 하나... 가 있긴 한데... 너무 황당하고 짜증 나는 일화(아름다운 스트라스부르 편에 더러운 게 묻게 놔둘 수가 없네!)라 각 날짜별 여행기를 올린 후 별도의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완전 진상 of the 진상, Ugly Korean 편을 기대해 주시라... -_-;






엄청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다. 이른 아침인 여섯 시에 식사를 하고 여섯 시간 넘게 아무것도 못 먹은 채 돌아다녔더니 무척 허기졌다. 식당은 노트르담에서 쁘띠 프랑스로 올 때 성당 바로 맞은편에 있던 식당. 노트르담 성당이 바로 보이고 트램 다니는 도로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식당인데... 지금 찾아보려니 어딘지 모르겠다... ^-^; 음식은 So So...


익힌 비트와 토마토를 올린 샐러드, 웨지 감자와 돼지고기 요리, 그리고 후식으로 후르츠 칵테일...

이때만 해도 주는 대로 먹었는데 여기 1인분이 우리나라에서 1.5인분에서 2인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음식 나오는 대로 먹다 보면 여행 다니면서 살 대박 찜...!

 


점심을 잘 먹고, 우리는 독일 다싱 (혹은 다징이라고 부르기도...)으로 이동했다. 다음 날 일정이 잘츠부르크, 잘츠캄머굿, 할슈타트였기 때문에 또다시 우리는 국경을 넘어 독일로 들어간 것이다. 이날뿐 아니라 매번 숙소의 위치는 다음날 일정에서 가장 가까운 곳, 혹은 가는 여정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세 시간이었나, 네 시간이었나... 열심히 달려 그 날 묵을 다싱의 Best Western Hotel Dasing Augsburg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란 수프와... 구운 닭고기 요리. 짜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나는 괜찮았다. 근데 우리 점심 먹고 바로 차 타고 앉아만 있었잖아... 맛은 있었는데 배가 별로 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먹어서 결국 닭고기 절반을 남겼다.



식사를 마친 후 식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약 5분 거리?) B. W. Hotel Dasing Augsburg에 도착했다. 객실은 전날 묵었던 콜마르의 Ibis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단점은... 객실 문 열기가 어마어마하게 힘들다는 점? (결국 우리는 인솔자가 열어줬다.)  호텔 로비에 바가 있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바로 씻고 잠들어버렸다.


https://goo.gl/maps/iNvUwnqUcN92 (호텔 사진은 구글링으로...)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둘째 날 돌아본 지역은 프랑스의 콜마르와 스트라스부르. 둘 다 알자스 지방에 속해있다. 오랜 시간 이 땅을 두고 전쟁이 일어났었고, 전쟁의 결과에 따라 프랑스에 속해 있을 때도 있었고, 독일에 속해 있을 때도 있었다. 그 때문에 이 지방 건물들이나 문화는 무척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고 한다. 스트라스부르에서 라인 강을 통과하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독일 땅인 데다가 바로 강 건너인 오펜부르크에 살면서 스트라스부르에 직장을 두고 있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미련이 많이 남은 여행지다. 쁘띠 프랑스며 쁘띠 베니스는 구석구석 돌아보지 못했고... (현지에서의 첫날이라 좀 얼어있었음...)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은 들어가 보지도 못했으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돌아다니다가 독일로 넘어갔는지라 많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도시의 느낌들은 좋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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