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인하 Jan 17. 2017

동유럽 5개국 + 발칸 2개국 여행기 - 셋째 날 ①

모차르트와 카라얀의 고향 잘츠부르크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11시 무렵 잠이 들었는데 역시 새벽 네 시에 잠에서 깨버렸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자꾸만 묵고 있는 객실 문을 두드렸기 때문에 그 문소리 때문에 깬 것이었다. (하지만 절대 절대 문을 열면 안 된다. 더러 그렇게 강도짓을 하는 나쁜 사람들이 있단다...) 덕분에 일찍 씻고 준비한 후 조식을 먹으러 갔다. 이 날부터 조식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이 B. W. Hotel Dasing Augsburg 의 조식이 별로였기 때문에... 


https://goo.gl/maps/iNvUwnqUcN92

시리얼은 몇 종류가 있었지만... 과일도 있고 주스도 있고, 커피도 있었고 빵도 있었지만 12박 했던 모든 호텔 중 가장 조식이 별로였던 호텔... 다행인 것은 그 날 아침에도 이모와 누룽지를 끓여먹었기 때문에 많이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 빵 위에 버터를 바르고 치즈와 햄을 올려 커피와 함께 먹고 사과 하나를 베어 먹은 후 출발했다. 


이 날 원래 일정은 할슈타트에 갔다가 잘츠캄머굿에서 유람선과 케이블카 옵션 관광 후 잘츠부르크 (미라벨 정원 - 모차르트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로 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솔자가 “할슈타트 갔다가 잘츠캄머굿 갔다가 잘츠부르크 시내를 가면 해가 떨어져서 뭘 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잘츠부르크 먼저 갔다가 할슈타트를 제일 나중에 갑니다!”라고 했기에 제일 먼저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Background Music - 도-레-미 송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https://youtu.be/pLm07s8fnzM

잘츠부르크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EBS 명화극장, 혹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명작 영화 시리즈에 꼭 포함되는 영화 중 하나인 <사운드 오브 뮤직>이 영화 스토리의 배경이 잘츠부르크고, 그러다 보니 영화 곳곳에 잘츠부르크 전경이 녹아있다. 특히 이 날 첫 번째로 방문한 미라벨 정원도 이 영상에서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잘츠부르크 도시와 그 일대의 지방은 1803년까지 대주교에 의해 통치되었는데, 그 이후에는 오스트리아에 합병되었다. 그러니 정확히 따지자면 우리가 모차르트(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1756년 1월 27일 ~ 1791년 12월 5일)라 부르는 천재 음악가는 오스트리아 출신이 아니라 잘츠부르크 출신이라 해야 한다. 지금이야 잘츠부르크가 오스트리아령에 속해 있으니 오스트리아 음악가라고 해도 되겠지만...


미라벨 궁전과 정원은 1606년 당시 잘츠부르크 지방을 통치하고 있던 볼프-디트리히 폰 라이테나우 대주교에 의해 지어진 곳이다. 대주교가 사랑한 여인 ‘살로메 알트’라는 여인을 위하여 건축을 지시하였는데, 바로크 건축 대가였던 요한 피셔 폰 에를라흐가 이 명을 받아 짓게 되었다. 이 미라벨 정원의 정면에는 호엔 잘츠부르크 성이 훤히 보이는데, 아마 성채에 머물던 볼프-디트리히 대주교가 머물던 성채의 방 창가에서 이 정원과 궁전이 훤히 보이게끔 건축되었을 것이다. 나랏일을 돌보며 성채에 머물다가, 그가 사랑하는 여인이 생각나면 바로 창가에서 볼 수 있게끔... 


호엔 잘츠부르크 성에서 어떤 장애물도 없이 미라벨 정원이 내려다 보인다.


둘의 사랑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금지된 사랑이었다. 볼프-디트리히는 신에게 정절을 지켜야 하는 사제였고, 살로메는 그의 정부.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열다섯 명의 아이가 태어났으니 대주교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세간의 눈은 그 둘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결국 볼프-디트리히는 대주교 자리에서 쫓겨나 자신이 주인으로 있던 요새의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살로메는 잘츠부르크에서 추방되었다고 한다. 그의 후임이었던 마르쿠스 시티쿠스는 이 부도덕한 사랑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이전에 부르던 이름 ‘알트나우(Altenau)’에서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뜻의 ‘미라벨 정원(Mirabell Garden, Mirabellgarten)’이라고 개칭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갖가지 꽃과 우거진 나무들, 그리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조각들이 늘어서 있는데, 내가 방문했던 당시는 추운 계절이라 정원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름은 아름다운(Mirabell) 정원인데 왜 아름답다는 느낌이 안 들까?’ 하는 생각을 했다. 꽃이 만발한 계절에는 돈 많은 일본인들이나 중국인들이 결혼식을 많이 한다는데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이 정원 옆에 서 있는 궁전 건물의 2층에는 대리석 홀 (마블 홀이라고 부르기도...)이 있는데, 이 곳에서 모차르트가 대주교 앞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고 하더라. 물론 현재도 여러 실내악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고...

 


차가운 아침 공기 속, 미라벨 정원을 통해 출근하는 사람들과 여행자들 사이에서 한 하피스트를 만났다. 이름도 모르겠지만 여행지에서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지! 시간적인 여유만 있다면, 춥지만 않았다면 그 자리에 한동안 계속 서서 그의 연주를 더 듣고 싶었다. 






Background Music - 모차르트 :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中 March
https://youtu.be/eIUIJKgNuAc


잘츠부르크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태어난 고장이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매년 여름이면 생전의 카라얀이 열정을 쏟았던 잘츠부르크 음악축제가 열리고, 그의 생가 또한 찾을 수 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생가 표지


카라얀의 생가는 구시가지로 향하는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사유지이기도 하고,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있지 않는지라 딱 이 정도만 볼 수 있다. 철제 담장 앞에서 바라보는 정도... 그래도 잘 모르면 그냥 휙 지나칠 수 있으니 조심! 미카르트 다리 직전에 있으니 잘츠부르크를 방문한다면 꼭 둘러보고 가라고 권하고 싶다.


카라얀은 내가 좋아하는 지휘자 중 하나다. 예전에는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취향도 좀 변하는지 단독 1위로 올리고 있지는 않다. 그가 나치당에 가입한 전적이며, 베를린 필하모닉의 종신 음악감독직을 먼저 요구했던 것, 제왕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모습들은 내가 지극히 멀리하고픈 모습들. 하지만 그가 음악감독으로 있었던 베를린 필의 음악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풍부한 해석을 보여주고 있으니... 미워할 수가 없다. 오히려 음악 때문에 그의 정치적 행보를 용서하게 되어버리는 경향도 없지 않다. 



미라벨 정원에서 구시가지 쪽으로 향하는 도중(카라얀 하우스 가기 전), 인솔자가 저 핑크색 건물을 가리키며 모차르트가 빈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살았던 집이라고 알려줬다. 이 건물도 오늘날 모차르트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단다. 하지만 우리는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로 갈 것이었으므로 멀리서 외관만 보고 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나는 훗날을 기약하며 카메라 렌즈로, 내 마음에 모차르트 하우스를 담아야만 했다. 



많은 연인들이 굳센 사랑을 약속하며 걸어둔 자물쇠가 가득한 미카르트 다리를 건너는데, 드디어 잘츠부르크를 제대로 만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자전거로 출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사이로 모차르트가 살아 있었던 18세기의 잘츠부르크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것만으로도 무척 마음 한 구석이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갑작스레 떠난 이번 여행을 잘 떠났다고 생각하게끔 했었던 첫 번째 순간이었다. 이 작고 조용한 도시가 여름, 음악제가 열리는 때에는 또 어떻게 변신할까 하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게트라이데 거리. 모차르트의 생가가 위치한 곳이니 만큼 여행객들로 붐볐다. 이 곳에는 모차르트의 생가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상가도 입점해 있으므로 한국으로 따지면 명동 거리라고 비유하는 게 맞을 거다.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인 ZARA도 있으니. 하지만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오랜 구시가지와의 조화를 위해 가게 간판들이 그리 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신 구의 조화가 적절하다고 해야 할까? 



마침내 꿈에 그리던 모차르트 생가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현재는 모차르트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입장료를 내면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여전히 우리는 시간이 부족했다. 두 번째로 절감한 ‘나는 패키지랑 안 맞는 것 같아...’의 순간. 



이렇게 패키지는 또 다른 아쉬움을 남기고... 아마 이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꼭 1년 안에 이 곳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결심을 마음속에 하게 된 게... 아쉬움이 남은 만큼 모차르트 하우스 앞에서 사진을 팍팍 찍고, 여행 오기 전에 꼭 사겠다고 마음먹었던 모차르트 쿠겔른(Mozart Kugeln) 초콜릿을 샀다. 나중에 여행 다녀와서 알게 된 것이지만 빨간 포장지는 공산품이고, 원래 오리지널은 파란색 포장이란다. 값은 조금 더 비싸도 더 맛있다고... 참고로 게트라이데 거리에서 모차르트 쿠겔른(빨강)이 싼 집은 이 모차르트 하우스 1층이다. 돌아다녀보니까 그 주변에 조금씩 더 비싸더라. 하지만 더 싼 곳이 있으니... 흐흐. 잘츠부르크에 가게 되신다면 물어보시라 알려드릴 테니. ^-^



게트라이데 거리엔 모차르트 관련 상품들이 무척 많았다. 모차르트 러버덕부터 시작해서 스프링 인형, 모차르트 피규어, 모차르트 음반, 모차르트 초콜릿 등등... 덤으로 여러 악기 모양의 오르골을 볼 수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이곳에서 오르골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잘츠캄머굿 포함해서) 여기만큼 여러 가지 모양을 보지 못했다. 


짧았던 자유시간이 끝나고, 다시 투어 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미라벨 정원 앞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푸르른 잘자흐 강과 맑은 하늘. 조용한 잘츠부르크의 아침. 아쉬움은 남았지만 곧 다시 돌아가겠노란 의지와 다짐도 남은 여행 셋째 날의 시작은 너무나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유럽 5개국 + 발칸 2개국 여행기 - 둘째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