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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Jan 24. 2017

동유럽 5개국 + 발칸 2개국 여행기 - 셋째 날 ②

알프스의 한 자락 잘츠캄머굿과 장크트 길겐 마을

Background Music - 모차르트 : 오보에 협주곡 C장조 中 2악장 아다지오 논 트로포

https://youtu.be/x2HH28fvEdE


빠른 시간에 잘츠부르크 시가지를 돌아보고, 우리는 알프스의 잘츠캄머굿으로 향했다. 티 없이 맑은 하늘과 맞닿은 알프스의 풍경이 차창 건너 펼쳐지는데 모든 일행들의 “우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인솔자는 이 곳의 투어는 신이 허락해야 가능한 것들이라며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날은 천사가 지상으로 내려오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에 나는 씨익 웃으며 ‘내가 간다^-^’라고 생각했다. (내 세례명은 대천사 중 하나인 ‘라파엘’의 여성형인 ‘라파엘라’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볼프강 호수와 그림 같은 풍경


이번 유럽 여행을 통해 느낀 것인데 이 곳의 풍경은 정말 유화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척박한 돌산과 나지막한 나무들, 그리고 그 아래 위치한 작은 마을들... 우리 강산이 수묵화에 어울리듯 이 곳은 유화가... 그래서 여행 내내 이모를 무척 졸랐다. ‘유화 좀 그려보라.’고... (우리 이모는 서양화를 전공해서 졸업하셨고, 전직 미술학원 원장님이기도 하심.)


버스는 달리고 달려 우리의 목적지인 장크트 길겐(St. Gilgen / Sankt Gilgen) 마을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의 일정은 유람선을 타고 볼프강 호수(Wolfgang See)를 돌아본 후, 마을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볼프강 호수 반대편에 있는 츠뵐퍼호른(Zwoelferhorn)의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코스. 우리 패키지의 첫 번째 옵션 투어였다. 가격은 80€. 


솔직히 말하면 나는 츠뵐퍼호른 산을 올라보고 싶었다. 인터넷 여행기를 찾아보니 잘츠캄머굿 다녀온 사람들은 거의 다 이 즈뵐퍼호른 산의 케이블카를 언급할 정도로 무척 아름답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행한 이모는 웬만한 옵션 투어는 하지 말자는 의견. 이미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훗날을 기약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이 아니라면 다른 언젠가를 기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 또한 이 날의 옵션 투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일행들이 볼프강 호수 유람선을 타러 간 사이, 나와 이모는 장크트 길겐 마을 산책을 시작했다. 이곳은 모차르트의 외가가 위치한 곳이다. 모차르트의 어머니 안나 마리아 발부르가 모차르트(Anna Maria Walburga Mozart / 결혼 전 성 : 페르틀Pertl)가 이 곳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따지자면 모차르트의 외가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곳도 모차르트와 관련 있는 이름들이나 모차르트에 대한 흔적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모차르트의 징슈필 오페라인 <마술피리>의 등장인물인 파파게노, 모차르트의 누나 이름인 난네를... 뭐 그런 것들. 모차르트의 동상도 세워져 있다. 모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아는 사람들이야 요런 소소한 것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모차르트의 어머니인 안나 마리아의 생가 / 마을 중심에 세워져 있는 바이올린 켜는 모차르트 동상 /파파게노 카페 / 카페 난네를... / 모두 모차르트와 연관된 곳들이다.


외가인 모차르트 하우스 인 장크트 길겐 옆에는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성황당 같은 나무가 서 있었고, 그 옆에는 그림 같은 볼프강 호수와 알프스 산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볼프강 호수(Wolfgang See; Lake가 아닌 독일식 표기인 See를 더 많이 사용하더라...) 이 이름 또한 모차르트의 이름이다. 그의 이름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니까. (풀네임은 너무 길어서 기억도 못한다.) 


호수 곁에는 작지만 예쁜 집이. 그리고 그 주변엔 백조를 비롯한 새들이 노닌다. 그리고 그 뒤엔 병풍처럼 알프스 산맥의 줄기가 호수를 감싸고 있었다. 인솔자 말처럼 천사가 지상에 내려오는 날이었는지 구름 한 점 없이 춥지도 않은 날씨... 산책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장크트 길겐 마을은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다 돌아보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한 마을... 조용한 마을이지만 국제학교도 있고, 관광객들이 잘 찾는 마을이라 그런지 숙박 업소도 많이 보였다. 비슷해 보이지만 건물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각자의 개성이 있다. 공터에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느라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 있었고, 그곳에서 아기자기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따끈하게 데운 술,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을 판매했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마켓 앞에서 서서, 혹은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하며 즐거워했다. 보기만 해도 따뜻한 기분, 느낌... 집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오스트리아의 한 작은 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 좋았다. (속으로는 나도!! 나도 저 안에 섞이고 싶다!! 이런 생각을...ㅋㅋ)



Background Music - 모차르트 : 아베 베룸 코르푸스 
https://youtu.be/6KUDs8KJc_c


산책하다가 성당을 발견하고 이모와 나는 동시에 들어가 보자고 했다. 사실 이 날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우리 가족에게 기도가 필요한 날이었다. 한국에 두고 온 가족들 중 하나가 수술을 받는 날이어서... 새벽에 일어나 호텔을 떠나기 전에 한국의 가족들과 통화하고, 수술 잘 될 거라고 서로를 다독였지만, 그래도 기도는 더 필요했다. 작지만 아름다웠던 장크트 길겐의 성당에서 나와 이모는 기도를 시작했다. 서로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비슷한 기도였을 것 같다. 오늘 수술 무사히 잘 끝나게 해주세요... 우리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이 여행 무사히 끝날 수 있게 해 주세요... 뭐 그런 내용들 아니었을까?



성당에서 나오자 일행들과 만날 시간이 되었다. 그들을 찾고 나서 바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카페 난네를. 모차르트의 누나 이름을 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메뉴는 함박 스테이크였다. 식전 수프로 누들 수프가 나왔는데 이 수프... 여행 내내 몇 번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매번 먹을 때마다 국물에 왜 국수를 넣어주는지도 이해가 안 됐고, 국물도 별다른 게 들어있지 않은 그냥 짭조름한 물이었다. 식감 때문에 넣는 건지, 아니면 푸짐해 보이라고 넣는 건진 여전히 모르겠다. 그리고 메인 디쉬로 함박스테이크와 매쉬드 포테이토. 맛은 괜찮았다. 너무 짜지도 않았고 달콤 짭짜름한 스테이크 소스도 맛있었고... 후식으로는 테이블에 놓여있던 신선한 사과 한 알까지 모두 다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식당... 한국에서 장크트 길겐에 오는 단체 관광객들이 다 오는 식당이란다...^-^;



식사를 마친 후, 다른 일행들은 츠뵐퍼호른에 오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타러 갔고, 나와 이모는 또다시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장크트 길겐 마을 중심에는 주민들을 위해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인근에 유치원이 있는지 유치원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놀이터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것은 주로 조부모들. 아이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에는 조부모가 낮 시간의 양육을 맡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놀이터에는 미끄럼틀이 있고, 트램펄린도 있었고, 짚 와이어 놀이기구도 있었는데 아이들은 특히 집 와이어 기구를 좋아했다. 나도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놀이기구인지라 유심히 보고 있다가 아이들이 없을 때 한 번 타봤는데 생각보다 속도감도 있고 재미있더라. 한국 돌아와서는 한 번만 탄 게 후회가 될 정도로... ^-^;;;



해가 산등성이 너머로 넘어가자 쌀쌀해졌다. 게다가 돌아다니다가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그래서 이모와 커피를 한 잔 마시기로 했다. 펍? 바? 같은 곳이었는데 들어가 물으니 커피도 판다고 하기에 냉큼 자리를 잡았다. 인테리어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만약 장크트 길겐 마을에서 1박을 한다면 맥주 한 잔 하고 싶은 그런 분위기였다. 커피도 비싸지 않았다. 한 잔에 2.9 유로. 환산하면 우리 돈으로 3천6백 원 정도. 맛도 있었다. 시간 있으면 여기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온종일 앉아있고 싶은 그런 곳.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이고 쉬다 보니 어느새 다른 일행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 갔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케이블카 탑승동 앞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조금 이른 시간에 카페를 나왔다. 탑승동 앞에 딱 도착하니 일행들이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하고 있었기에 모두 내려오길 기다렸다가 다음 여행지인 할슈타트로 이동했다. 


다음 방문 때는 꼭 타 보리라 츠뵐퍼호른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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