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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Feb 07. 2017

동유럽 5개국 + 발칸 2개국 여행기 - 셋째 날③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中 아렌델 왕국의 배경 할슈타트

Background Music -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中 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
https://youtu.be/ly1iTD0zB1Y


원래대로라면 사흘 차 일정의 첫 일정이었던 할슈타트. 하지만 인솔자의 계획 수정으로 인해 이 날의 마지막 일정으로 가게 되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거의 해가 질 무렵. 이 작은 마을에는 더 이상 햇빛이 닿지 않았기에 꽤 쌀쌀했다. 듣자니 이 마을이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 안나 공주가 살았던 아렌델 왕국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얘기를 듣고 보니 그도 그럴듯해 보였다. 


이번 여행 내내 도시 전체가 혹은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지정된 곳들이 꽤 많았는데 할슈타트도 그랬다. Hal은 켈트어로 소금, Statt는 마을을 뜻하는 단어로 이름에서 이미 이 마을의 특징을 잘 알 수 있다. 옛날부터 소금광산으로 유명했던 마을이란다. 소금광산도 가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우리는 그냥 마을 산책이나... 패키지객들의 비애.


어찌 보면 아란델 왕국이 겹쳐 보이기도...?


원래는 마을 주민보다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곳이라고 하던데 해가 짧은 동절기에 해 질 녘이라 마을에 관광객들이라고는 우리뿐... 좋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추워서 좀 그랬다... 아, 물가라서 더 추웠으려나...? 


이 마을에도 크리스마스 맞이가 한창이었다. 집집마다 개성 강한 리스를 문 앞에 걸어두고, 뭔가 중국스러운 장식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기도 하고. 마을 곳곳에 위치해 있는 선물가게들에도 크리스마스 아이템들이 가득했다. 예쁜 소품들이 무척 많았는데 여행 초반이기도 하고, 예쁜 것들이 주로 도자기나 유리 같은 것들이라 자제했다. (이모는 철사로 만들어진 하얀 모빌을 구매했는데 이날부터 상전으로 등극하셨다. 이동하는 동안 늘 걱정하고... 호칭도 그냥 모빌이 아니라 상전님이 되었다. ^-^;)



가파른 절벽을 깎아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지형에 집들을 짓고, 집 벽면 옆에 나무를 키우는 할슈타트 마을 사람들. 마을 중심인 마르크트 광장 옆에 있는 집들은 대다수 16세기와 18세기에 지어진 집들로 이곳 사람들 또한 자연과 전통을 소중히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한국인들이었다면 새로 싹 밀고 옆에 리조트를 뙇!!! 지었겠지... 하는 생각에 미쳐 입안이 살짝 씁쓸해지기도...


마르크트 광장에서 유럽 여행 첫 점프. 두세 번 뛰고 나니 돌바닥에서 뛰어서 그런지 발목이 시큰시큰...


역시 이 마을도 중심에 교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광장 근처에는 신교회(할슈타트 루터른 처치), 그리고 마을에서 언덕배기를 조금 올라가면 구교회(가톨릭 교회, 마리아 암 베르크) 둘 다 존재하는데 가톨릭 교회에 갈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기에 그냥 신교회만 살짝 들어가서 기도를 했다. 다음 방문 때에는 마리아 암 베르크도 가 보리라...


할슈타트의 신교회인 할슈타트 루터른 처치
멀리 보이는 할슈타트의 마리아 암 베르크 성당


짧은 자유시간이 끝나가고... 할슈타트에도 어둠이 내렸다.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 차를 기다리며 본 할슈타트의 야경은 며칠 뒤 만날 부다페스트나 프라하와는 또 다른 멋이 있었다.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저녁은 잘츠부르크 시내로 돌아와서 중식당에서 먹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잘츠부르크에 중식당이 꽤 있던데 어디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일단 (안남미로 만들었지만) 밥이 나오고, 탕수육이랑 계란 토마토 볶음 같은 것들이 나오는데 괜찮았다. (일단 유럽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어설프지만 겉절이 김치도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달려간 세 번째 숙소는 잘츠부르크 외곽에 위치한 펜션이었다. 인솔자는 ‘펜션 호텔’이라고 얘기했지만... 아니다... 여긴 호텔이 아니라 그냥 펜션이었다... 수동 엘리베이터(도착하면 문을 손으로 밀어야 한다)가 있고, 객실 내부도 무척 예스러운 인테리어... 곰팡이 냄새 날 것 같이 생겼지만 무척 깨끗했다.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하면서 들은 얘기였지만, 할아버지는 아버지에게 물려주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물려주고... 그런 식으로 계속 물려주며 가업으로 이 집을 이어간단다. 그러니 깨끗하게 계속 관리할 수밖에. 


모두 나쁘지 않았지만 침대 매트리스가 너무 푹신푹신해서 다음 날 아침에 허리가 아파서 일찍 깼다. 그것만 빼면 아주 가성비 괜찮은 숙소가 아니었나 싶다. 


https://goo.gl/maps/JwQt45kkksJ2


3일 차 여행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잘츠부르크 시내에서는 꽃이 없는 미라벨 정원, 들어가 보지 못한 모차르트 생가 박물관... 급하게 초콜릿만 산 게트라이데 거리. 아예 일정에 없었던 호엔 잘츠부르크 성과 잘츠부르크 대성당. 그리고 장크트 길겐 마을에서 타지 못했던 츠뵐퍼호른 케이블카. 자유시간이 너무 짧았던 할슈타트 마을까지... 그래도 ‘언젠가는 오스트리아에 다시 찾아올 테니까... 꼭 다시 가봐야지.’ 하는 마음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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