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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Feb 07. 2017

동유럽 5개국 + 발칸 2개국 여행기 - 넷째 날

그림 같은 슬로베니아의 호반, 블레드 호수와 블레드 성  

이전 날 묵었던 Pension Leonharderhof는 주변 경관이 무척 아름답다고 하던데... 우리는 또 어슴푸레하게 날이 밝아올 무렵 숙소를 출발해야 했다. 조식은 무척 괜찮았다. 삶은 달걀 1인 1개씩 먹은 것도 좋았고... 유일하게 삶은 달걀을 조식에 주는 숙소였다. ^-^ (하지만 삶은 후 찬물에 안 담갔는지 껍질이 잘 안 까져서 애먹었다.) 이 숙소는 침대 매트리스를 생각하자면 다시 묵고 싶진 않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와 가성비를 생각하자니... 아쉬운 그런 마음이 들었다. (먹자니 싫고 먹지 않으려니 아깝고 뭐 그런 심리인가...) 


4일 차 일정은 단 하나였다.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성과 호수. 그리고 블레드 호수 중간에 위치한 블레드 섬과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 투어가 다였다. 맛 기행으로 슈니첼을 먹는 것도 있었는데... 아니 왜 독일도 오스트리아도 아닌 슬로베니아에서 슈니첼을 먹나요... 알 수 없는 일정...^-^;;


잘츠부르크에서 슬로베니아로 넘어가는 건 오스트리아 한 나라를 종단하는 경로다. 북쪽의 잘츠부르크에서 남쪽을 지나 슬로베니아... 차를 타고 몇 시간이나 가야 했지만 다행인 것은 모두 다 고속도로를 통해서 갈 수 있다는 것이었고, 또 이동 중에 만난 너무나 거대한 알프스 산맥은 너무나 멋졌다. 영화에서만 봤을 법한 알프스 대자연의 모습 덕분에 버스 안에서 넋을 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을 수 있어 그리 힘들지만은 않았다.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 국경에 가까이 다다랐을 때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꽤 굵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 그토록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랐건만... 그 바람이 무색하게 비바람이 무척 심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우리 일정 중 유일하게 비 온 날이었다는 것... ^-^ 그리고 블레드 성에 도착했다.


Background Music - 드보르작 : 슬라브 무곡 작품번호 72 中 2번 E단조 

https://youtu.be/wX52fGwrG20


비는 오지, 바람은 불어대지, 돌바닥은 미끄럽지... 근데 관광객은 우리뿐이 아니었다. 성으로 올라가는데 왜 이리도 복잡한지... 그래도 단체 손님이라 그런지 우리가 우선 입장이어서 다행이었다. 무척 가파르고 미끄럽지만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얼른 후루룩 올라갔다. 



중세 유럽의 성이라는 것은 요새, 군사시설이므로 적의 방어에 최적화되어 있다. 우리가 방문한 블레드 성 또한 그런 용도로 만들어졌겠지만, 오늘날에는 블레드 호수를 전망하는 전망대 같은 역할로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잔잔한 호수 위에 블레드 섬이, 그리고 블레드 섬 위에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이 고요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비바람만 거세지 않았더라면... 호수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고요했을 텐데... ^_T... 

동절기가 아닌 하절기에는 수상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전 유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 블레드로 모여들기 때문에 무척 인기 있는 휴양지라고 한다. 


비바람이 심해서 빗방울까지 사진에 담길 지경이니 원...


사진을 몇 컷 찍으니 옷이 쫄딱 젖었고 추워졌다. 얼른 내부에 있는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이 지역은 꽤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던 곳인데, 그 때문인지 호수 근처에서 나온 유물들이 이 지역 역사의 유구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들은 금속 공예품이었는데 우리 백제 왕릉에서 나온 것 못지않게 세밀하고 섬세한 것들이었다. 



박물관 내부는 그리 넓지 않았고, 장시간 머물기엔 적당치 않았다. 우리는 예정보다 빨리 블레드 성을 떠나기로 했다. 박물관에서 내려오니 옛날 방식 그대로 인쇄하는 인쇄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예전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처음 만들어서 성서를 찍어냈던 그 방식 그대로란다. 인쇄공에게 “Can I take your picutre?”라고 질문했더니 흔쾌히 “Sure!”라고 대답하곤 포즈까지 취해준다.


이곳어서는 구텐베르크 방식 그대로 직조하여 블레드 그림과 함께 기념품을 인쇄하여 만들어주는데 무척 내 스타일이었다. 저... 이런 거 무척 좋아하는데요! 옛날 스타일 잉크, 딥펜, 퀼펜, 실링 왁스... 이런 거 정말 좋아하는데요... 하지만... 액자로 걸어둘 데가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패스... T-T



블레드 성에서 내려온 우리가 항한 곳은 블레드 호수 인근의 Pizzeria라는 레스토랑.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이름이 쉬워서... ^-^;) 이곳에서 우리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잘 먹는다는 슈니첼로 점심식사를 했다. 슈니첼은 원래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라고 알고 있는데... 어째서 슬로베니아에서 슈니첼을 먹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슬로베니아 슈니첼도 맛있었다. 인솔자는 오늘 비도 오는데 오전에 너무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며 2인당 맥주 한 잔씩을 돌렸다. 이 동네 생맥주는 어디서나 다 맛있어서 술 안 마시는 우리 이모도 조금씩은 드셨다. (나는 다른 팀에서 남은 맥주까지 한 잔 반을 마신 듯...^-^;)



점심식사로 배를 채우고 나니 체온이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 맥주 때문인가?) 그리고 다음 일정이었던 블레드 섬으로 고고! 플라타네라는 보트를 타고 블레드 섬으로 들어가는 것은 선택관광, 1인당 60€였다. 이모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나는 내가 언제 슬로베니아에 또 올까 싶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는 다시 온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슬로베니아는 다시 올 거란 확신이 없었음) 옵션을 하고 싶다고 했고... 근데 나중에 돌이켜 보면 날씨 때문에 어설퍼서 괜히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후회막심. 


보트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데, 백조가 우리 옆으로 유유히 헤엄쳐서 지나갔다. 누가 백조 보고 물 밖에서만 우아하고 떠 있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며 발장구를 친다고 했나? 백조는 롱다리고 그 롱다리로 사람 평영 하듯 발을 젓더라. 그래도 너무 커서 징그러웠다. 엔간해서는 강심장인 내가 백조 가까이에서 쫄았다.


점점 가까워 오는 블레드 섬. 선착장에서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까지는 아흔아홉 개의 계단이 놓여 있다. 이 성당에서 결혼하는 신랑은 신부를 안고 이 아흔아홉 개의 계단을 올라야 결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슬로베니아 남자들은 결혼하려면 팔뚝이 굵어야 할 것 같다. 아니면 허리 힘이 좋던지... ^-^;



섬에는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과 기념품 샵 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워낙 작은 섬이라 뭘 더 짓고 할 자투리 공간도 없다. 그래도 성당 안은 무척 화려한데 성당 중앙에는 종을 칠 때 사용하는 줄이 내려와 있다. 이 종을 세 번 치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종 치는 건 쉽지 않다. 체중을 엄청 싣고 당겨야 겨우 울린다. 



나는 역시 성당에 놓인 파이프 오르간에 눈길이 갔는데 파이프 오르간 연주로 듣는 웨딩마치는 어떠려나? 하는 궁금증이 들어 한참을 바라봤다. 그런데 나오는 길에 발견한 새신부와 새신랑!!! 그렇다 내가 블레드 섬을 방문한 그 날에도 결혼식이 있었던 것이다... Lucky! 


파이프 오르간으로 웨딩마치가 울리고, 신랑 신부, 그리고 신부 아버지가 입장을 한다. 예식은 한국에서의 천주교 혼배 예식과 같은 것 같았다. 관계자 외에는 나가라는 말에 쫓겨나긴 했지만... 그래도 우중충했던 이 날 일정 중에서는 가장 반짝반짝한 순간이었다. ^-^ 덩달아 나도 행복해지는 느낌. 슬로베니아 신랑 신부 언니 오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요? 



성당을 나와 작은 블레드 섬을 한 바퀴 돌았다. 화창한 여름날의 블레드가 무척 궁금해졌지만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만 들뿐... 미련을 버려야지... 



다시 플라타네 보트를 타고 섬을 빠져나왔다. 우리 인원이 많아서 보트 두 개에 나눠 타고 들어갔다 나왔는데 뱃사공 중 한 분이 무척 유명한 분이란다. 세계 테마 기행에 출연한 적 있는 분이라며 알아본 사람들은 같이 사진도 찍고 그러더라. 나는 워낙 여행 프로그램 같은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못 알아봄... ^-^;;



또다시 버스를 타고 우리가 1박 할 크로아티아의 카를로바크로 향했다. 또 국가 종단 코스였다. 이번에는 슬로베니아 종단...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잠시 쉴 수 있었는데, 나도 너무 오랜 시간 버스에 앉아 있었더니 슬슬 허리에 무리가 가기 시작했고, 버스에서 살짝 나와 스트레칭을 하고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해가 완전히 지고, 우리는 카를로바크의 호텔 유로파에 도착했다. 저녁 식사로 돼지고기 요리가 나왔는데 돼지 누린내가 무척 심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 호텔 식당에서는 즉석밥이나 포장해온 반찬류를 풀어놓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컵라면 물은 1유로였던가? 돈을 내야 서비스 가능하고 전자렌지도 있어서 서버에게 부탁해서 무료로 즉석밥을 데워 먹을 수 있었는데 나도 싸간 즉석밥을 꺼내 먹었다. 3성급 호텔답게 객실도 깨끗하고 좋았다. 


이렇게 나흘째 여행이 끝났다. 슬로베니아라는 국가를 내가 또 갈 일이 있을까 싶어 무리하게 선택관광을 했는데 날씨 때문에 망한 것 같고, 너무 장시간 이동해서 허리에 무리가 갔다. 이 날부터 허리가 슬슬 안 좋아졌는데 결국 여행 막바지에는 잠자기 전에 파스를 붙이고 침대에 누웠고, 막판에는 진통제를 먹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https://goo.gl/maps/LJeP9h8eTJq

홈페이지 - http://www.hotel-europa.com.hr/ENG/index_en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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