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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Jul 12. 2019

영화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서 클래식 찾기

드뷔시의 ‘두 개의 아라베스크’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의 ‘하루에 한 곡’ 매거진 새 글입니다. 개봉 2주 차에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을 관람했습니다. 워낙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 영화들을 챙겨보는 팬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세 명의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 톰 홀랜드- 중에서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을 가장 좋아하는지라 제작 단계부터 무척 기대하며 기다렸던 영화였거든요. 






영화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결말에서 바로 이어지며 시작됩니다. 타노스의 핑거 스냅으로 사라졌다가, 어벤져스의 활약으로 5년 만에 다시 돌아온 사람들과, 핑거 스냅에도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갭(블립 The Blip이라는 용어로 부름)이 생기며 사회 전체에 문제가 생깁니다. 피터 파커가 다니고 있던 미드타운 과학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죠. 먼지가 되지 않았던 친구들, 코찔찔이 꼬꼬마 후배가 블립에서 돌아온 친구들과 같은 학년이 되어 함께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피터와 대부분의 친구들-베프 네드와 여주인공 미셸(MJ), 피터를 ‘피똥 파커’로 부르는 플래시, 교내 방송국 앵커인 베티 등-은 블립 현상을 겪었지만, 브래드 데이비스라는 친구의 경우 5년 전만 해도 젖비린내가 나던 꼬마였지만 그들이 사라진 사이 키도 큰 훈남이 되어 있었죠. 



문제는 이 브래드가 관심 있어하는 대상이 피터가 짝사랑하는 MJ(전편의 미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수학여행으로 유럽으로 떠나게 되어 들떠 있는 친구들과는 달리, 피터는 수학여행에서 MJ에게 고백하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첫 여행지 베니스로 떠난 피터. 그곳에서 ‘엘리멘탈’이라고 불리는 괴물을 맞닥뜨리고, 엘리멘탈을 저지하는 ‘미스테리오’라는 사람과 쉴드의 국장이었던 닉 퓨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멀티버스의 경계에서 생성된 엘리멘탈을 저지하기 위해서 스파이더맨이 필요하다고 하는 퓨리와 미스테리오에게 자신은 수학여행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고백을 하고 싶다며 세상을 구하는 일은 다른 어른 영웅들, 미스테리오가 맡았으면 좋겠다고 하고 숙소로 돌아갑니다.


원래대로라면 베니스에서 파리로 이동해야 할 피터와 친구들은 퓨리의 계략에 말려 파리가 아닌 프라하로 떠나게 되고(인솔 교사인 해링턴 선생님이 여행사에 허름하고 물에 잠긴 호텔을 제공한 것에 대해 항의해서 업그레이드를 해 준 것으로 다들 알고) 프라하와 런던에서 다시 엘리멘탈과의 격전을 벌이게 됩니다.






<파 프롬 홈>에서 피터와 친구들이 프라하의 호텔의 럭셔리함에 눈이 휘둥그레져 있을 때, 호텔 유심히 보신 분들 있으실까요? (저처럼요...^-^;) 럭셔리한 인테리어에 침구까지 무척 좋아 보여서 혹시 나중에 프라하에 다시 가게 되면 숙박할까 싶어서 알아봤는데... 실제 있는 호텔이더라고요. ‘카를로 IV, 더 데디카 앤솔로지, 오토그래프 컬렉션’이라는 이름도 엄청 긴 호텔이었습니다. 위치는 프라하 중앙역 근처고 제일 싼 방이 1박에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였고요. 5성급 호텔이니 뭐 그 정도 가격은 할 만 하단 생각은 듭니다.



그런데, 영화 속 이 호텔의 로비에서 들린 음악이 바로 클래식 음악이라는 거 다들 알고 계셨나요? 호텔의 럭셔리함에 입을 떡 벌린 피터와 친구들 뒤로 깔린 음악은 바로 프랑스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의 곡, ‘두 개의 아라베스크’입니다. 


프랑스의 인상주의 음악을 선도했던 드뷔시. 인상주의 음악은 인상주의 미술에 영향을 받은 음악으로 고흐, 모네, 마네, 고갱, 르누아르로 대표되는 미술들에서 영향을 받아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운 느낌이 드는 음악입니다. 규격적이고 조직적인 전통적인 베토벤이나 하이든 같은 음악들과 달리 조성이 해체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죠. 인상주의 작곡가로는 프랑스의 드뷔시와 라벨이 대표적인데, 개인적으로는 드뷔시가 그 끝판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드뷔시의 음악은 로맨틱하기까지 해서 좋아하는 편인데, <파 프롬 홈>에도 쓰였던 ‘두 개의 아라베스크’도 전형적인 드뷔시의 음악적 특성, 몽환적이고 신비 스로우며 로맨틱한 느낌이 듭니다. 풋풋한 첫사랑에 온통 신경이 팔려 있는 10대의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에게 잘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프라하의 로맨틱함과 아름다움에도 잘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5성 호텔의 분위기에도 딱 떨어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https://youtu.be/tPAtHN83UT0

알랭 플레인(피아노) - 드뷔시 : 두 개의 아라베스크 L.66


한 여름밤, 드뷔시의 음악 들으며 휘영청 뜬 달 구경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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