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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Feb 07. 2017

<반지의 제왕> 확장판 재개봉

판타지 에픽 장르를 개척한 새로운 고전의 시작

첫 영화 개봉 16년 만의 재개봉


2017년 새해가 밝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월 11일. 첫 번째 <반지의 제왕>이 공개된 지 16년 만에 재개봉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전 개봉 당시에 단 한 편도 극장에서 보질 못해 이번 재개봉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제아무리 큰 텔레비전과 좋은 음향시설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멀티플렉스 영화관 가장 작은 관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화를 볼 때는 되도록이면 극장에서 보는 것을 선호하는지라, 무척 기대가 컸었죠.



솔직히 말하자면 100퍼센트 만족할 관람은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로 자막의 오역 혹은 트릴로지 세 편의 자막 통일성의 부재가 무척 아쉬웠습니다. 관람 후 알게 된 것이지만 시중에 나온 블루레이를 상영한 것이라 자막 또한 블루레이에 수록된 그대로라 오역도 그대로, 자막의 통일성도 그대로였다고 합니다. 분명 1편 <반지 원정대>에서는 샘이 프로도에게 ‘프로도 씨’라고 불렀다면, 다음 2편 <두 개의 탑>과 3편 <왕의 귀환>에서는 ‘프로도 나리’로 호칭이 바뀌는 것이 무척 어색했습니다. 순간 ‘호빗 족도 계급이 있나?’ 싶었던 대목. 처음부터 호칭이 ‘프로도 나리’였으면 별 문제없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명색이 재개봉인데... 자막 번역 좀 제대로 해서 재개봉해주지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두 번째로 남은 아쉬움. 아침과 밤 상영 스케줄의 극과 극. 이건 마지막 편이었던 <왕의 귀환> 편 상영 내내 있었던 문제였는데... 설 연휴가 끼어서 새로운 영화가 많이 개봉을 하고, 새로 개봉하는 작품들이 상영관을 많이 잡는 것은 알지만... 너무 극과 극인 스케줄이랄까... 아침 일찍 아니면 아주 밤늦은 시간에 배치가 되어 관람하기 무척 힘들었다는 게 저와 저의 주변인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세 번째 아쉬움... 가격. 아무리 최초 재개봉이라 할 지라도 한 편당 만 오천 원이라는 금액은 거의 아이맥스 티켓값과 맞먹습니다. 이벤트로 선착순 3,333명에게는 세 편 가격 4만 5천 원 대신 3만 원의 이용권을 팔았고, 다음에 선착순 2,222명에게 두 편 가격 3만 원 대신 2만 원에 이용권을 팔았지만 그 선착순 안에 들지 못하면 세 편에 4만 5천 원을 내고 봐야 했습니다. 게다가 이벤트 창 같은 것을 잘 보지 않으면 알 수도 없는 정보였기에... 차라리 그럴 바에는 1인 티켓값을 조금 더 낮게 책정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개봉 관람은 무척 좋았습니다. 1편 <반지 원정대>가 228분, 2편 <두 개의 탑>이 235분, 마지막 편인 <왕의 귀환>이 263분이라는 러닝타임에 한 편당 네 시간에 육박하는 이 러닝타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체감하기로는 두 시간 정도로 느껴졌습니다.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었는데, 네 시간짜리 재개봉작까지 찾아볼 정도의 관객들이라면 영화 마니아에 <반지의 제왕> 시리즈 마니아일 가능성이 무척 높고, 그러다 보니 관람 매너가 좋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덧붙여서 <호빗> 트릴로지도 극장판에서 잘려나간 부분이 무척 많은데... 그 장면들 또한 큰 스케일의 전투씬, 그리고 전차 레이싱 씬이니 <호빗> 트릴로지 확장판도 재개봉을 해 주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까지 생겼네요. 



새로운 고전 영화의 반열에 오를
<반지의 제왕> 시리즈


이번 <반지의 제왕> 확장판 재개봉으로 느낀 것은 ‘이것이 새로운 고전 영화의 반열에 오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미 소설 <반지의 제왕>은 서양 고전이나 마찬가지인 반열에 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일찍이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와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 시리즈>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소설의 반열에 들어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별개로 영화 <반지의 제왕>은 어떠한가요? 원작을 완벽하게 영상으로 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면서, 그 이후 다수의 판타지 에픽 장르 영화 제작을 이끌어 낸 주역이기도 합니다. <반지의 제왕> 이후 <해리포터> 시리즈와 <나니아 연대기> 또한 안정적으로 제작되었고 전 세계에 개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 세 편의 영화가 고전영화로 분류될 수 있나?’ 하고 물으면 아직까지는 그렇다고 답할 수 없습니다. 죽기 전에 봐야 할 명화 100선이나, 그런 류의 분류에도 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는 제작된 지 아직 10여 년밖에 지나지 않았기도 하고... 하지만 이 이야기는 고전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봅니다. 고전이 되기 위해서는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필요하며 높은 퀄리티의 제작 스킬이 필요한데, 이 두 가지를 모두 다 충족하기 때문이죠.


첫째로, 이야기가 심플합니다. 성장의 플롯이 기본 뼈대이기 때문이죠. 주인공인 프로도와 샘, 메리, 피핀 네 명의 호빗들이 뜻하지 않았던 여정을 떠나면서 갖가지 모험을 하고, 인격적으로 성숙하여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 주된 내용이므로 교훈적인 요소가 섞일 수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선악구도가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그로 인해 스토리가 복잡하게 흐르지 않을 수 있게 되며 끝나는 순간까지 몰입을 깨지 않습니다. 


세 번째, 후세에 남기는 메시지가 산재해 있습니다. 이를테면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그런 일을 겪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럴 때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것뿐이지.” 라던가, “희망은 언제나 믿는 자의 편이다.”,  “죽음은 마지막 여정이 아니라 우리가 걸어나갈 또 다른 여정일 뿐이지.”와 같은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나타납니다.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만듦새 또한 고전의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합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1959년作)> 전차 경주 신을 보며 입을 떠억 벌렸던 것을 생각해 보죠. 벤허라는 그와 같은 제목의 영화, 그와 같은 경주 장면들이 이후 많이 제작되었지만 그 이상의 영화가 나오지 않았던 것처럼 <반지의 제왕>의 전투 장면은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볼만하고, 여전히 박진감이 넘칩니다. 이런 촬영 스킬이나 비주얼 이펙트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촌스럽지 않고요. 


최근 할리우드 영화들에서는 다시금 고전을 찾고 있습니다. <라라랜드> 며 <얼라이드>에서 <카사블랑카>가 자꾸만 언급이 되고, 만듦새 또한 그런 오래된 고전들이 묻어납니다. 혹자는 이 또한 돌고 도는 유행이라 하겠지만 또 어떤 이들은 저물어 가는 고전 영화의 시대에 대한 오마쥬라고 하기도 합니다. 어떤 의견이 맞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혹시 후자의 의견이 맞아떨어진다면 예전 고전영화의 시대는 저물고 새로운 고전 영화의 시대가 올 지도 모르죠.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어린 시절 보았던 <로마의 휴일>이나 <벤허>와 같은 고전 영화처럼, 훗날 우리의 다음 세대는 우리가 보았던 그 고전 영화 대신 <반지의 제왕>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고전을 보게 되리라 감히 예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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