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조명이 빛나는 부다페스트의 밤
소매치기 때문에 일정보다는 한 시간이 더 늦어졌지만 우리는 무사히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늦은 만큼 바로 저녁식사. 부다페스트 현지 가이드(한인)가 미리 예약해 둔 Red Pepper Cafe로 향했다. 이날은 맛 기행으로 굴라쉬 수프를 먹게 되었다. 다른 메뉴들은 다 사진으로 남겨놨는데 가장 포인트인 굴라쉬 수프만 사진이 남아있지 않다. 다 찍었는데 사진이 증발한 기분이랄까나... 그래서 ㅎㄴ투어 홈페이지에서 퍼왔다. (내가 간 패키지는 ㅎㄴ투어 상품이 아니었다는 걸 밝힙니다.)
아 그리고 나는 계속 버스 이동 중에 자지 않았는데 이 날은 기절했었다. 아마 낮에 소매치기 때문에 놀란 것도 있고 그동안 안 자고 버티다가 체력의 한계점에 이르렀는지 완전히 기절. 그리고 일어나서 버스에서 내린 후 바로 식당으로 들어왔었다. 식사를 하러 왔는데도 식욕이 없었다. 오히려 역하단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 이때 깨달았다. 나는 이동하는 중에 자고 일어나서 바로 식사를 하면 속이 부대끼는구나. 특히 토마토 베이스의 음식은 더 심하구나...라는 것을. 굴라쉬 수프는 맑은 토마토 국물에 해산물과 채소를 함께 넣고 끓인 수프다. 그 토마토 특유의 향이 너무나 역하게 느껴졌다. 차 타고 자는 것 또한 일종의 멀미라고 하던데 멀미 때문에 수프가 역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비행기에서도 버티다 잠들었고, 잠에서 깨자마자 저녁식사를 배식했는데 그때도 토마토 펜네 파스타... 어쨌든 나는 자는 멀미 + 토마토 베이스의 음식에 취약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굴라쉬 수프에 이어 나온 음식은 삶아서 으깬 감자와 돼지고기 요리. 가니쉬로 따뜻한 야채 (당근, 완두콩, 캔 옥수수), 후식으로 이곳의 전통적인 빈대떡 같은 것이라고 했는데 크레이프 안에 초콜릿 같은 것이 싸여 있었는데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다.
Background Music - 브람스 : 헝가리 무곡 5번 G단조
https://youtu.be/3X9LvC9WkkQ
그리고 유람선을 타고 야경 구경하러 버스를 타고 Go Go!
유람선을 타자, 부다페스트 현지 가이드는 선내 방송실로 이동하여 설명을 해 줬다. 하지만 사진 찍느라 기억은 거의 안 남... 그리고 너무 추워서 손가락이 얼어붙는 것 같아 설명에 귀를 기울일 수가 없었다.
유람선이 운항하는 내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가 계속 나왔는데... 봄날도 아닌 이 추운 날 도나우 왈츠라니... 어울리지 않는 배경음악에 몸서리를 치며 관광이 시작되었다.
강을 기준으로 국회의사당 건물이 있는 편이 페스트 지구, 언덕 위에 옛 헝가리 왕궁이 위치한 쪽이 부다 지구. 그렇게 둘을 합쳐 부다페스트가 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각각의 도시였다고...
국회의사당 건물. 조명이 과해 노출 설정하기 힘들었다. 엄청 많이 찍었는데 건물 윤곽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형체만 뭉뚱그려져 나온 컷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로는 찍을 수 없는 야경 인물 사진... 카메라이기에 가능했다. 서른두 명의 우리 팀 중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닌 사람은 단 세 명(나와 이모, 그리고 초등학생 팀의 삼촌). 다들 아름다운 야경을 담기 위해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야경에 초점이 맞춰지면 사람 얼굴이 까맣게 나오지만 카메라니까 가능했다. 여행 중반이 지났기 때문에 같이 다니던 사람들 중 친해지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라, 나와 이모는 모녀 팀들과 친해졌는데 딸들이 20대 중후반에 30대 초반이라 다들 언니 동생하고 지냈기 때문에 여러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카메라 뽐뿌를 받았다고 한다.)
국회의사당 옆 하얀 다리는 세체니 다리. 내 찍사 인생 중 가장 잘 나온 사진이다. 다리 너머에 국회의사당 건물이 보인다.
세체니 다리 너머 부다 언덕이, 그리고 옛 헝가리의 왕궁이 보인다.
그 외에도 뭐 헝가리 최초의 대학이니 뭐니 여러 설명을 들었지만 기억에 남는 게 없어서 패스...
세체니 다리 다음으로 만난 다리는 엘리자베스 다리. 옛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의 황후였던 엘리자베스, 일명 씨씨의 이름이 붙은 다리다.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만큼이나 새하얀 다리가 아름답다.
다리 너머 부다 지구 멀리에 성인 겔레르트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겔레르트 언덕도 보이고... 반대편인 페스트 지구에는 도심 교구 교회 건물도 보인다.
엘리자베스 다리에 이어 만난 다리는 청동으로 만든 자유의 다리. 전에 만난 두 다리와는 확연히 다른 색감이라 눈에 띈다. 그리고 이 다리가 끝나는 지점에 유명한 헝가리의 온천 겔레르트 온천이 있다.
나와 여행을 갔던 이모의 작은 아들, 내 사촌동생 현이가 내가 동행하게 되자 이모를 데리고 저 온천에 다녀오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하지만 출발 전 검색을 해보니... 평일에는 온천 영업을 일찍 끝낸다고 나와 있었다. 계산을 해보니... 제 아무리 호텔 체크인을 일찍 하더라도 온천욕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도 채 안 됐다. 그래서 포기.
자유의 다리까지 갔다가 유람선은 다시 유턴해서 우리가 출항했던 선착장에 다시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오늘의 숙소인 Hotel Budapest로 이동. (검색해보니 다누비우스 호텔 부다페스트가 풀네임인 모양)
https://goo.gl/maps/U9cPWQ9wKRG2
호텔 외관과 로비, 식당, 객실은 이런 느낌.
4성급 호텔인데... 로비만 번쩍번쩍하고, 객실은 좀 후지다. 우리 방은 아니었지만 다른 방에서는 열쇠로 객실 문을 열다가 문 손잡이가 빠지는 사건도 있었다 하더라. 그래도 역대 호텔들 중에서는 넓은 객실을 가지고 있는 호텔이었다. 아 그리고 기분 탓인지 호텔 화장실 물도 좋았다. 물이 매끈매끈 하다고 해야 하나?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어서 새벽에 구급차가 지나가는 소리에 깼다. 시끄럽다는 게 단점. 그리고 휘황찬란한 무늬의 침대커버도 별로... 호텔 로비에 있는 기프트샵에는 토가이 와인을 판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 오진 않았다. 며칠 묵거나 자유시간이 좀 있고, 이모가 술을 좀 할 줄 알면 사서 마실 법도 했지만... 우리 이모는 술을 못하니까...
일곱 번째 날은 오전에 소매치기 때문에 혼비백산해서 정신이 없었던 날이었다. 하지만 저녁에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만큼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아름다웠기 때문에 오전의 사건이 상쇄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 날은 조명빨을 걷어낸 부다페스트 시내를 구경하기로 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으로 향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