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자. 그 끝이 어디일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를 보내드린 지 어느덧 12일의 시간이 지났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을 압축해서 겪어서인지… 시간개념이 현실에 와 닿지 않는 요즘이다. 겨우 12일밖에 지나지 않았구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기 한 달여 전, 할머니가 계시던 길주 요양병원(옛 안동대, 경국대 바로 옆) 맞은편 야산까지 화마에 휩싸였던 걸 사진으로 본 그 순간부터였을 거다. 내 안의 실존적 위기가 도래한 게.
지금도 이 글을 올리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이 글을 읽을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을까 두렵다.
2025년 5월 12일 지난 월요일 오후. 나는 네 번째 공황발작을 겪었다. 2011년 12월, PD수첩 팀에서 근무하던 당시, 분당 서현동으로 귀가하던 빨간 광역버스에서 겪은 걸 시작으로, 2018년 10월 12일. 생일을 맞아 영화<서치>를 보러 갔던 강남 메가박스 상영관 좌석에서, 2022년 6월 20일. 을지로 작업실로 향하던 지하철 3호선 압구정-옥수역 구간… (메니에르병의 시작) 그리고… 지난 월요일 2025년 5월 12일 네 번째 공황발작.
이전에 비해 발작 텀이 짧아지고 있다. 6년 10개월 - 3년 8개월 - 2년 11개월… 더 큰 문제는, 이번에 찾아온 발작이 일회성이 아니란 거다. 월요일 오후 3시경에 시작된 발작은, 화요일 12시경, 오후 5시경, 그리고 어제 수요일 12시경 피크를 찍었다. 한 시간 반의 공황발작. 과호흡이 와 숨을 못 쉬어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갔고, 어지럼증을 동반하여 몸을 가누지 못했으며, 식은땀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손발이 식어갔다. 사지 경련도 있었다. 억지로 정신줄을 붙잡고 있었지만… 최악의 가정이지만 만약 실신한 상태로 발견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지 못했겠지.
그러나… 죽으란 운명이 아니었을 거다. 어디 길거리를 걷다가 기절해 쓰러진 것도 아니고, 혼자 남아있던 집에서 쓰러졌던 것도 아니고, 그래도 사람들한테 발견될 수 있는 시공간에서 기절이 아니라 실신으로 발견되었으니까.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아니 정확히는,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공황 발작 그 순간의 고통이 두렵다. 그럼에도… 그 고통을 떨치려 노력 중이다. ‘공황이 오지 않을 거야.’가 아니라, ‘나는 괜찮을 것이다.’ 뇌는 부정을 인식하지 못하니까. 무의식은 힘이 세니까.
일단 살아내자. 정말로 생과 사를 오가며 죽을 뻔했지만… 그래도 운명은 내 곁에 사람들을 데려다주었다. 차갑게 식어가던 내 몸을 수건으로 덥혀주었고, 미지근한 물을 입에 흘려주었으며, 한약 한 포를 손에 쥐여주었다.
그러니… 살 수 있을 거다. 아니 살아갈 거다. 힘든 건 오늘까지만 하련다.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운동 가고, 글 쓰고, 우리 애들(세븐틴) 정규 5집 하이라이트 메들리 올라오는 거 듣고… 오늘까지 지난 4일간 힘들어서 웃지 못했던 것들만큼 더 웃고 행복해하련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류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