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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Jul 02. 2017

팟빵의 독과점, 그리고 이른바 팟빵 사태를 규탄한다.

팟빵의 독과점과 이른바 '팟빵 사태' 그리고 인터넷 오디오 콘텐츠

팟캐스트(Podcast). 아이팟의 팟(Pod)과 방송(Broadcast)의 합성어. 일반적으로 제작자가 드롭박스 같은 인터넷 속의 가상의 공간, 즉 호스팅 서버에 파일을 업로드하면, Rss Feed 기술이라는 것을 통해 그 파일을 구독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그 파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형태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농부가 사과를 생산해서 물류창고에 갖다 놓으면, 물류창고 소식지를 받아 보는 소비자들에게 자동적으로 연락이 가고, 심지어 원하는 사람은 자기 집 앞에 자동 배송되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자동 다운로드 기능)

초기 한국 팟캐스트 시장은, 아이폰 사용자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한국 팟캐스트 1세대의 킬러 콘텐츠였던 <나는 꼼수다>가 배포되던 시절에는 안드로이드 폰 유저들이 나꼼수를 듣기 위해 나꼼수 팬인 능력자가 만든 나꼼수 플레이어를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나꼼수가 그들이 목표했던 2012년 대선을 맞으며 종영한 후, 팟빵이 한국의 팟캐스트 시장에 새롭게 등장했다. 아이폰 점유율에 비해, 안드로이드 폰의 점유율이 기형적으로 높았던 한국 미디어 시장에서, 팟빵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초기의 팟빵은 일종의 주파수와 같았던 이전의 팟캐스트들의 Rss Feed url을 긁어서 자신들의 플랫폼에 콘텐츠를 채웠다.(아이튠즈 팟캐스트에서는 그때도 지금도 누구나 Feed url을 긁어서 공유할 수 있다.) 그렇게 팟빵은 서서히 팟캐스트 플랫폼 시장 점유율을 높여갔다.

아이블러그라고, 2014년 12월인가에 종료한 팟캐스트 호스팅 서버 업체가 있었다. 앞에 광고가 붙는다는 것 빼고는 (광고도 그리 질적으로 낮지 않은) 괜찮은 업체였는데, 결국 수익구조를 찾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갑작스럽게 서비스 중지 결정을 알려서, 유예기간이었던 일주일 동안, 팟캐스트 제작자들은 대체할 호스팅 서비스를 찾아 헤맸다. 당시 립신(https://www.libsyn.com/)이나 팟빈(https://www.podbean.com/), 사운드 클라우드(https://soundcloud.com/)와 같은 외국 호스팅 업체, 가비아(https://media.gabia.com/service)와 팟빵의 쎈호스팅(http://www.ssenhosting.com/pod/) 과 같은 국내 호스팅 업체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당시 사운드 클라우드의 팟캐스트 호스팅은 베타 서비스였으므로 테스터가 되는 데 제한이 있었고, 립신이나 팟빈은 인지도가 무척 낮은 편이었으므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영어라는 큰 장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가비아는 한국 업체였으나 팟캐스트 전문 호스팅 업체가 아니었으므로 갈 곳은 팟빵의 쎈호스팅 뿐이었다. 팟빵도 공격적으로 제작자들을 유치했다. 이른바 포장이사해드립니다. 옮겨 올 파일에 대한 용량에 맞게 돈만 주신다면 제작자들 번거롭지 않게 팟빵에서 기술적으로 모든 파일을 쎈호스팅으로 옮겨준다고 홍보했다. 전략은 주효했다. 아이블러그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거의 90% 가까이 팟빵의 쎈호스팅으로 파일을 옮겼다. 한국에서 제작되는 (방송사나 언론사, 몇몇 미디어 그룹과 같이 자신들만의 서버를 가진 팟캐스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팟캐스트는 이렇게 팟빵에 종속되어버렸다.

팟캐스트의 영향력은 점점 커져갔다. 원래 한국 팟캐스트 1세대의 붐이 정치 팟캐스트였던 나꼼수 아니었던가. (웃긴 건 미국도 정치 콘텐츠 때문에 팟캐스트 시장이 커졌다는 거... 역시 선거는 올림픽과 월드컵만큼 빅 이벤트인 게 틀림없다.) 2세대로 대표되는 국민TV, 팩트TV, 이이제이 등, 정치 팟캐스트는 여전히 강세일 수밖에 없었다. 지상파를 비롯하여 종편 4사와 보도전문 채널에서는 알 수 없는 뉴스들이 팟캐스트를 타고 뉴스 소비자들에게 도달했다. 그리고 백 퍼센트는 아니지만,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내고 무혈혁명을 이끌어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정치 콘텐츠로 시작된 콘텐츠 이용은 다른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어학, 교양, 과학, 인문 등.... 종이 신문을 유로로 보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팟캐스트를 위시한 인터넷 오디오 콘텐츠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많아질 전망인지, 네이버에서 3년간 오디오 콘텐츠에 300억이라는 거금을 투자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에 질세라 다음-카카오도 팟빵과 업무협약을 맺고 오디오 콘텐츠를 자신들의 메인 서비스인 카카오톡과 연동하기 시작했다. 네이버로 대표되는 NHN의 계열사인 NHN벅스도 팟티(PODTY)라는 팟캐스트 플랫폼 서비스를 론칭했다. 본격적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2017년 7월 1일. 팟빵이 자신들이 제공하던 호스팅 서비스인 쎈호스팅과 팟캐스트 재생 플랫폼인 팟빵의 대대적인 통합을 선언했다. 명목상으로는 좀 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과 제작자들의 수익구조 개선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웠지만, 앞서 언급한 오디오 콘텐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화살을 쏘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는 이에 관한 소식을 '통보'만 할 뿐이어서 플랫폼 업체의 갑질이라는 소리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팟빵이 이번 통합과 더불어 제작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내용


팟빵의 서비스 약관 개정을 통한 제작자들에의 '통보'는 이번 일만이 아니었다. 정확히 주기를 알 수는 없지만, 제작자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콘텐츠 앞에 자신들의 광고를 붙이지를 않나... (그 광고비가 제작자들에게도 돌아갔다면 아마 계속 붙일 수 있었겠지만 제작자들이 항의하자 광고를 뺐다가 또 붙였다가 하는 식으로 간을 참 많이 봤더랬다.) 꽤 빈번히 일어났던 일이었다. 얼마 전에도 RSS Feed를 막아서 쎈호스팅을 사용하는 팟캐스트들이 다른 플랫폼(아이튠즈를 비롯한 많은 다른 팟캐스트들)을 통해 방송을 송출하지 못하기도 했다. 과연 제작자들이 팟빵이 이렇게 나올 거라고 미리 예상했다면, 팟빵의 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했을까? 의문이 든다.

팟빵이 이렇게까지 하게 된 데는 많은 서버 유지비용을 이유로 든다. 그렇다면 호스팅 서비스에 대해서 유료화로 돌리면 된다. 사운드 클라우드처럼 한 달에 만원 정도의 서버비를 받고, 일정 용량을 제공하고, 그보다 더 많은 서버를 사용할 유저에게는 더 많은 돈을 물리면 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사업인데 그동안 이용자들을 붙잡는답시고 너무 무리하게 무료로 진행해 온 것은 팟빵 자신들이 아니었나 물어본다. (처음부터 유료였던 서비스를 무료로 돌린 건 팟빵 쪽이다.)


'그럼 팟빵을 안 쓰면 되지 않냐?'는 질문을 할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은 생산자가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팟빵을 비롯한 플랫폼 업체는 그것을 위탁받았을 뿐, 제작자들에게 '외부 호스팅을 사용 중인 방송 제작자 분들은 7월 말까지 팟빵 계정을 생성하여 팟빵에 콘텐츠를 업로드 주시길 바랍니다'와 같은 고압적인 표현을 써 가며 우리 호스팅을 쓰면 우리 플랫폼에만 유통시켜야 한다고 강권할 권리 또한 없다. 나는 그냥 호스팅 서버 서비스가 마음에 들어 쎈호스팅을 쓴 것이 다 였는데 이런 일을 강권당한다고 생각해봐라. 팟빵의 쎈호스팅을 쓰는 제작자는 내가 유통시킬 플랫폼에 대한 선택의 자유도 없다는 것인가. (어차피 니들이 외국 서버 쓸 거 아니면 갈 데도 없으니 그냥 따라오라는 것인가.)

팟빵이 한국의 팟캐스트 시장을 키우는 데 공헌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수많은 제작자들을 서버와 그곳에 업로드해놓은 파일들로 볼모 잡고 이렇게 나오는 것은 갑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팟빵이 정말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싶었다면, 이런 갑질을 하지 말고 팟빵 플레이어에 대한 개선과 개발이 선행되어야 했다. 잦은 오류와 다운, 먹통... 휴대폰에 차지하는 큰 용량... 이런 것부터 개선하며, 팟빵에서만 들을 수 있는 독점적인 킬러 콘텐츠 발굴에 힘썼다면. 그랬다면 웹툰 시장처럼 유료화도 자연스레 진행되었을지도 모른다.

결론을 내야겠다. 팟빵이 이렇게 나온 이상, 팟티나 네이버 쪽에서도 공격적인 사업 진행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스타 제작자들과 진행자들을 거금을 주고 스카우트해 오면서 독점적으로 콘텐츠를 유통시키려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팟빵의 이번 조치가 제 살을 깎아먹고 자멸하는 프리챌의 길을 걷는 그 시발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견 1) 네이버나 팟티 같은 곳에서 호스팅 서비스를 저렴하게 진행한다면 많은 제작자들이 팟빵에서 건너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도 팟티가 훨씬 더 깔끔하고 오류도 적다. 용량도 많이 안 차지하고.)


(사견 2) 얼마 전에 팟캐스트 제작실습 수업을 5일 연달아 진행했다. 앞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콘텐츠 제작자가 될 대학생들 대상으로... 앞으로 나는 팟캐스트 제작과 관련된 강의나 수업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절대 팟빵에 방송을 올리는 것을 권하지 않겠다. 오히려 보이콧 하겠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많은 학생들에게 팟캐스트 제작과 관련된 강의를 하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내 제자들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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