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인하 Jul 11. 2017

한 여름밤의 겨울 아리아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중에서, 아리아 ‘그대의 찬 손’

여름의 유럽에서는 꽤 많은 뮤직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얼마 전 한국어 깃발과 플래카드로 화제가 되었던 영국의 글래스톤베리와 같은 락 뮤직 페스티벌, 투모로우 랜드 페스티벌과 같은 EDM 페스티벌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답게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도 이 시기 유럽에서 만날 수 있는 즐길 거리 중 하나입니다.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베로나에서는 여름마다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아레나(로마 원형 경기장) 디 베로나가 뛰어난 음향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이후, 사람들은 검투사들의 피맺힌 경기 대신, 오페라 공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매년 6월부터 8월까지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오페라 공연이 올려지는데, 주로 이탈리아 작곡가인 베르디와 푸치니 로시니의 작품이 상연됩니다. 올해도 6월 23일부터 8월 26월까지 축제가 진행된다고 하는군요.



오늘 함께 할 음악은 매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을 함께하는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 중에서, 남자 주인공 로돌포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입니다. <라 보엠>은 183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한 시인 로돌포와 그가 사랑하는 병약하고 가난한 여인 미미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렌트>로도 각색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은 1막에서 로돌포와 미미가 만나는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미미는 자기 방의 촛불이 꺼져 불을 얻기 위해 로돌포의 방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불을 얻어 방을 나가려는 순간 미미는 자신의 방 열쇠를 떨어뜨리게 되고 그 순간 촛불도 동시에 꺼지게 되죠. 열쇠를 찾기 위해 바닥을 더듬다가 미미의 손을 잡게 된 로돌포... 그가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 부르는 아리아가 바로 이 ‘그대의 찬 손’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배경으로 사랑에 빠지는 로돌포와 미미 두 사람의 이야기는 태양처럼 뜨거운 이 여름밤에 역설적으로 다가오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곤 합니다. 눈을 감고 베로나의 별이 쏟아지는 원형 경기장에 앉아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귀를 기울여보세요. 미미를 향해 부르는 이 세레나데가 더욱더 감미롭게 들릴 겁니다.


https://youtu.be/AmKEzGY8DtI

안나 넵트레코, 롤란드 빌라존 주연의 <라 보엠> 필름버전


이 조그만 손이 왜 이다지도 차가운가,
내가 따듯하게 녹여 주리다.
(열쇠를) 찾아보지만 어쩌시겠어요?
캄캄한 어둠 속에선 찾을 수 없어요.

다행히도 달밤이어서,
여기 달빛이
곧 비쳐 드니까.
기다려 주세요, 네, 아가씨,
두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내가 무엇 하는 사람이고 무엇으로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말해도 되겠지요?

내가 누구냐? 누구냐고요?
나는 시인입니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면
그래도 살아갑니다

거칠 것 없는 가난한 생활이지만
시와 사랑의 노래라면
임금님처럼 사치스럽습니다.
꿈과 환상으로
하늘에 그린 궁성에서
마음만은 백만장자입니다.

이따금 내 금고에서
보석을 도둑맞습니다.
2인조에게, 아름다운 두 눈이라는 도둑이.
지금도 또 당신과 함께 들어와
내 늘 꾸던 꿈은
아름다운 꿈 모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립니다.
허나 도둑맞은 것은 조금도 슬프지 않아요.

대신 두고 갔으니까
희망을!

이제 나에 대한 것은 알았을 겁니다.
자, 이젠 당신 이야기를 해주세요.
당신이 누구인지?
말씀해 주시겠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