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중에서, 아리아 ‘그대의 찬 손’
여름의 유럽에서는 꽤 많은 뮤직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얼마 전 한국어 깃발과 플래카드로 화제가 되었던 영국의 글래스톤베리와 같은 락 뮤직 페스티벌, 투모로우 랜드 페스티벌과 같은 EDM 페스티벌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답게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도 이 시기 유럽에서 만날 수 있는 즐길 거리 중 하나입니다.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베로나에서는 여름마다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아레나(로마 원형 경기장) 디 베로나가 뛰어난 음향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이후, 사람들은 검투사들의 피맺힌 경기 대신, 오페라 공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매년 6월부터 8월까지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오페라 공연이 올려지는데, 주로 이탈리아 작곡가인 베르디와 푸치니 로시니의 작품이 상연됩니다. 올해도 6월 23일부터 8월 26월까지 축제가 진행된다고 하는군요.
오늘 함께 할 음악은 매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을 함께하는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 중에서, 남자 주인공 로돌포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입니다. <라 보엠>은 183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한 시인 로돌포와 그가 사랑하는 병약하고 가난한 여인 미미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렌트>로도 각색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은 1막에서 로돌포와 미미가 만나는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미미는 자기 방의 촛불이 꺼져 불을 얻기 위해 로돌포의 방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불을 얻어 방을 나가려는 순간 미미는 자신의 방 열쇠를 떨어뜨리게 되고 그 순간 촛불도 동시에 꺼지게 되죠. 열쇠를 찾기 위해 바닥을 더듬다가 미미의 손을 잡게 된 로돌포... 그가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 부르는 아리아가 바로 이 ‘그대의 찬 손’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배경으로 사랑에 빠지는 로돌포와 미미 두 사람의 이야기는 태양처럼 뜨거운 이 여름밤에 역설적으로 다가오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곤 합니다. 눈을 감고 베로나의 별이 쏟아지는 원형 경기장에 앉아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귀를 기울여보세요. 미미를 향해 부르는 이 세레나데가 더욱더 감미롭게 들릴 겁니다.
이 조그만 손이 왜 이다지도 차가운가,
내가 따듯하게 녹여 주리다.
(열쇠를) 찾아보지만 어쩌시겠어요?
캄캄한 어둠 속에선 찾을 수 없어요.
다행히도 달밤이어서,
여기 달빛이
곧 비쳐 드니까.
기다려 주세요, 네, 아가씨,
두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내가 무엇 하는 사람이고 무엇으로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말해도 되겠지요?
내가 누구냐? 누구냐고요?
나는 시인입니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면
그래도 살아갑니다
거칠 것 없는 가난한 생활이지만
시와 사랑의 노래라면
임금님처럼 사치스럽습니다.
꿈과 환상으로
하늘에 그린 궁성에서
마음만은 백만장자입니다.
이따금 내 금고에서
보석을 도둑맞습니다.
2인조에게, 아름다운 두 눈이라는 도둑이.
지금도 또 당신과 함께 들어와
내 늘 꾸던 꿈은
아름다운 꿈 모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립니다.
허나 도둑맞은 것은 조금도 슬프지 않아요.
대신 두고 갔으니까
희망을!
이제 나에 대한 것은 알았을 겁니다.
자, 이젠 당신 이야기를 해주세요.
당신이 누구인지?
말씀해 주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