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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Jul 12. 2017

유쾌하고 귀여운 히어로의 등장

마블이라는 집으로 돌아온 <스파이더맨:홈커밍>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에 이은 3대 스파이더맨의 등장. 벌써 스파이더맨 실사영화로 세 번째 시리즈 제작입니다. 더 이상 새로울 게 있겠나 싶었던 관람 전 걱정은 기우였고, 역시 마블 스튜디오는 믿고 볼 수 있는 제작사였습니다. 소니 픽쳐스에서 마블로 돌아온... 그야말로 ‘홈 커밍’ 한 스파이더맨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그리고 마크 웨브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로 편입된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실사 영화는 리메이크될수록 영화의 색채와 무게감이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마크 웨브의 스파이더맨은 서민 히어로 그 특유의 찌질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고 하나, 고등학생이라기엔 너무나 과묵했고... 늘 자신의 정체성과 엉클 벤의 죽음으로 인한 번민에 휩싸여 있었죠. 또 사랑하는 MJ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다가가면 그녀를 다치게 할까 하는 걱정에 늘 전전긍긍했습니다. 마크 웨브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에 비해 가볍지만, 역시 영원히 영고(영원히 고통받는) 벤 삼촌의 죽음과 자신과 악당을 물리치다가 사망한 여친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번민하기 때문에 결코 가볍기만 한 히어로는 아니었지요. 그래서 앞서 제작된 스파이더맨들은 세상의 모든 짐을 혼자서 짊어진 듯 한 모습에, 벤 삼촌의 유언과도 같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에 얽매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전체적인 색채도 어둡고 칙칙합니다.



하지만 역대 가장 어린 스파이더맨은, 그리고 마블 스튜디오가 다시 만들어 낸 스파이더맨은 달랐습니다. 극 중 나이 열다섯에 어울리는 통통 거림과 재기 발랄함이 녹아 있었고, 여느 또래의 사춘기 소년들처럼 어른이 되고파 하는 소년이었어요. 또 MCU에 편입된 만큼, 마블의 힙(Hip)한 히어로 색채가 자리 잡았습니다. 영화도 총천연색으로 채워졌습니다. 채도가 높은 빨강과 파랑으로 스파이더맨 코스튬이 제작되었고, 그 위에 미드타운 과학고의 샛노란 개나리색 재킷이 덮였습니다. 영화 색채만으로도 이 영화가 어떤 톤을 가지고 갈 것인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전작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일 수도 있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가지고 가는 전체적인 톤에 맞추겠다는 의도도 깔려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총천연색의 쫄쫄이 꼬마 영웅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어깨에 힘을 팍 주고, “우리가 세상을 구하겠어!”와 같은 (속된 표현으로) 진지 빠는 영웅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최근 DC 코믹스 원작 영화들 성적이 다 그 모양... 아... 아닙니다...) ‘사람들이 왜 아이언맨에게 열광했나?’, ‘사람들이 왜 데드풀에 열광했나?’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히어로에게서 우리 일반 사람들과 같은 결핍을 찾을 수 있어야 비로소 그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재력과 힘, 인성까지 모두 갖춘 히어로는 현실성 없게 느껴지고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이죠. (그래서 DC 영화가... 아... 아닙니다...)



마블은 리부트를 준비하면서, 이 총천연색의 열다섯 살짜리 히어로를 만들기 위해 벤 삼촌의 죽음을 과감히 빼고 이전 작품들에서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스파이더맨의 죄책감을 거세했습니다. 그 대신 벤 삼촌을 대신할 멘토를 투입시켰죠. 스파이더맨을 MCU에 데리고 들어와 준 사람, 바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모습에서 시빌 워 이전의 토니의 겹쳐 보였다면 과민한 것이었을까요? 슈트를 대하는 태도며, 일 벌이고 다니지 말라는 대사까지... 토니가 이전에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갓 히어로 세계에 들어온 피터에게서 발견하고 경계하는 모습은 꼭 멘토와 멘티의 모습과 흡사해 보였습니다. (이쯤 하면 스타크 인턴쉽이 아니라 스타크 멘토링으로 이름을 바꿔야 합니다...)



빌런에게 스토리를 부여해 준 것도 점수를 따기에 좋은 포인트였습니다. 마블이건 어느 히어로 영화건 간에 빌런에 대한 베이스 스토리가 부족했는데... - 특히 아이언맨 2의 이안 반코(미키 루크)를 생각해 본다면...- 이 영화에서는 친절하게 왜 에이드리언 툼스가 벌처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런 스토리들을 부여해서 내러티브에 설득력을 만들어 매력 있는 악당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물론 빌런 역을 한 마이클 키튼이 보통 배우는 아닌지라...)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미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질을 놓치고 있지 않습니다. 러닝타임 내내 유쾌함을 가지고 가지만, 주인공과 영화 전반에는 히어로 영화답게 힘에 대한 책임감과 정의로움을 가지고 갑니다. 또한 이전 MCU에서 뿌려놓은 떡밥 회수 및 앞으로 나올 영화들에서 회수될 떡밥까지 뿌려 놓음으로써 확실히 집으로(마블로) 돌아온 식구를 가족으로 결속시켰지요. 또 마블 히어로물 단독 시리즈의 첫 편 답게 영웅의 탄생과 성장을 깔끔하게 다룸으로써 단독 영화로의 완성도도 높은 편입니다.



새 스파이더맨은 시종일관 ‘귀엽다.’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친구인 네드도 귀엽고요. 두 사람의 케미는 아이언맨에서의 토니와 해피를 연상시킵니다. (그러고 보니 해피와 네드의 체형이 비슷합니다.)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고백할까 말까 고민하는 모습은 딱 그 또래의 모습이고, 너무 순애보적이지 않아서 더 좋았어요. (스파이더맨의 연애물은 어메이징 시리즈로 족합니다.) 비글미 뿜뿜하는 새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보니, 인피니티 워에서 있을 또 다른 MCU 비글 스타로드의 만남이 기대됐습니다. 오랜만에 등장한 페퍼 포츠의 모습도 반가웠고...



이제 마블은 믿고 봐도 되는 제작사로 봐도 될 듯합니다. 어벤져스 시리즈 히트 이후, 새로 내어놓는 영화마다 완성도 있는 영화를 내놨고, 대중적 흥행도 거머쥐었죠. 이 모든 게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 덕분일 겁니다. 역량 있는 신인 감독들을 발굴해서 그들에게 전권을 쥐어주고 능력을 펼치게끔 만들어줄 뿐 아니라, 그의 원작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이 모든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마블의 프랜차이즈 화를 부러워했던 DC 코믹스의 워너 브라더스와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그들만의 프랜차이즈를 계획하여 저스티스 리그와 다크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지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WB는 <배트맨 vs 슈퍼맨>으로 바닥을 찍더니 얼마 전 <원더우먼>으로 겨우 체면을 세웠고, 유니버셜은 거창하게 ‘다크 유니버스’라며 이름을 붙이고 제작한 첫 번째 영화 <미이라>가 폭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최악의 영화는 미이라...) 그냥 만드는 형식만 베껴서 될 게 아니라, 마블의 스타일리시함과 키치함을 보고 배워야 하는 것임을, 더불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캐릭터들을 제 새끼처럼 애정을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는 것임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이야기가 곁가지로 샜지만,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단독 영화로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이어가는 징검다리로도 완성도 있는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새로운 스파이더맨은 매력적이며, 아이언맨을 비롯한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과의 케미가 기대되게 만들었죠. 그리고 제작사에 대한 무한 신뢰에 쐐기까지 박음으로써 이후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까지의 우려를 불식시킨 영화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젠 마블의 영화 챙겨보는 게 힘겹다.’, ‘이젠 마블 영화는 의무감에 본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의무감에 보면 어떻고 힘겹게 보면 어떤가요? 이 정도 완성도에 이 정도 즐거움이라면 그 의무감과 힘겨움... 감수할 만하지 않나요?


스파이더맨 : 홈커밍
별점 : ★★★☆ (3.7개 / 5개 만점)
한 줄 평 : 여러분의 귀여운 이웃 스파이더 맨


https://youtu.be/1rRT7mpZkGw

스파이더맨 : 홈커밍 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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