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 OST 중에서, Hedwig's Theme
‘하루 한 곡’ 매거진 발행 후 처음 소개해 드렸던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 이어, 오늘은 영국으로 날아가 보겠습니다. 매년 여름, 영국에서는 오케스트라들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오케스트라들의 축제, BBC Proms가 열립니다. 올해 2017년에는 오늘 7월 14일부터 9월 9일까지 열린다고 하는군요. (의도한 건 아닌데 관련된 글을 쓰는 오늘이 이번 시즌의 시작이라네요...)
프롬스 하면 많은 분들이 마지막 날 런던의 로열 알버트 홀에서 연주되는 연주회, 그리고 앵콜 곡으로 연주되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과 함께 합창하는 ‘희망과 영광의 나라(Land of Hope and Glory)’를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 해 열리는 프롬스 중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콘서트 프로그램은, 지휘자 키스 록허트와 BBC 콘서트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 2011년 8월 12일의 Film Night이었습니다. 많고 많은 프롬스 영상들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지만, 이 날의 영상은 제가 가장 자주 찾아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 해 드릴 영상과 음악은 이 날 연주된 영화 음악들 중 하나인 Harry Potter 시리즈의 테마곡 중 하나인 Hedwig's Theme입니다.
맑고 청명한 첼레스타의 소리로 시작되는 이 곡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영화로 보신 분들이라면 무척 익숙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첼레스타가 광범위하게 쓰인 악기가 아니기도 하고, 종소리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음색 때문에 개성이 무척 잘 살아있거든요. 첼레스타는 건반악기와 타악기의 일종인 유율 타악기로 분류됩니다. 겉모습은 피아노와 비슷한 영락없는 건반악기지만, 안을 뜯어보면 건반과 연결된 해머가 건반을 누르면 그 아래에 위치해 있는 쇠로 된 울림판을 때려 소리를 내는 구조기 때문에 타악기로도 분류되는 것이지요.
이 첼레스타가 쓰인 가장 클래식 곡들 중 유명한 곡으로 손꼽히는 곡으로는,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중 ‘아쿠아리움’, 차이콥스키의 발레곡인 <호두까기 인형> 중 ‘사탕요정의 춤’이 있습니다. 두 곡 다 아름답고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곡들입니다. 차이콥스키는 미국 연주여행을 다녀오던 귀국길에 파리에 들렀다가 우연히 이 매력적인 악기를 알게 되는데, 한 대를 구입하여 러시아의 자택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라이벌인 다른 러시아 음악가들에게는 이 악기를 판매하지 말라고 말이죠. 그리고 새로운 작품에 비밀스럽게 이 악기를 이용하는데, 이렇게 탄생한 곡이 바로 발레곡 <호두까기 인형>의 ‘사탕요정의 춤’입니다. <호두까기 인형>의 첫 공연 이후 첼레스타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악기가 되었고, 이어 구스타프 말러, 구스타프 홀스트 등 다른 작곡가들도 이 첼레스타를 이용한 작품을 만들어 세상에 내어 놓습니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의 시대가 끝난 오늘날에는 영화 음악과 재즈 등 다양한 음악에 종종 쓰이는 악기가 되었습니다.
첼레스타의 종소리가 담긴 음색은 마치 여름밤의 별빛을 연상시키는 청아하고 몽환적인 소리입니다. 무척 매력적이죠. 오늘 밤은 해리 포터의 Hedwig's Theme 곡을 들으며 오늘 개막하는 BBC Proms로 떠나보심이 어떨까요? 첼레스타가 그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