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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Jul 22. 2018

우리나라 영화에서
이런 액션 때깔 본 적 있소?

김지운 감독의 신작 <인랑>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영화 <인랑>의 첫 번째 일반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끝나고 김지운 감독과 함께 하는 GV도 있었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의문스러웠던 점들이 다소 해소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영화는 근 미래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중국과 일본의 전쟁이 벌어지고, 그리고 그 뒤에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미국과 러시아와 같은 주변 강대국들로 인해 동북아시아는 혼란스러워집니다. 이에 남북한의 정치 지도자들은 이런 격변하는 동북아시아에서 한민족이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통일에 합의합니다. 5년간의 통일 계획을 추진하기로 하는데, 이 급작스러운 통일 계획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준동하게 되고, 그중 가장 극렬하게 저항하는 이들이 바로 ‘섹트’라고 불리는 조직. 그들은 통일을 반대하기 위해서 테러를 자행하고 무고한 시민들까지 위험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리고 이  ‘섹트’를 막기 위해 공권력은  ‘수도방위 특수 기동대’ 줄여서  ‘특기대’라 불리는 부대를 창설하게 됩니다. 이 특기대의 창설 목적에 맞게, 대 테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특수 부대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따지자면... 백골단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백골단은 시위자와 시위 군중을 체포하기 위한 특수조직이었다면, 이 영화 속 특기대는 테러 조직인 섹트를 비롯한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차이가 있겠죠.) 특기대의 소속원인 임준경(강동원)은 잘못된 정보로 시작된 작전에서 민간인인 어린 여학생 일곱을 사살하게 되고, 그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으로 인해 특기대를 해체하고자 하는 세력들(특히 특기대로 인해 입지가 줄어든 공안부에서...)의 움직임이 시작되죠. 또 다른 작전 중, 섹트의 운반책이었던 빨간 망토의 여중생(신은수)이 임준경이 보는 앞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리고, 그로 인해 특기대에 대한 여론도 악화되어 갑니다. 또다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임준경, 그리고 그런 임준경에게 죽은 여중생의 소지품이라며 다이어리 하나를 건네는 전 특기대원이자 현 공안부 차장인 한상우(김무열). 상우는 여중생의 유일한 가족인 언니(한효주)에게 직접 유품을 건네주라 말하고, 임준경은 죽은 소녀의 언니인 이윤희(한효주)를 만나러 가게 되면서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그리 좋아하진 않습니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영화가 너무 잔인하기 때문에 ’,   혹은 내가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어서’ 같은 이유를 듭니다만, 저는 김지운 감독 영화 특유의  ‘드라이함’이 싫었습니다. 이전 작품들을 보면 전체적인 영화의 결은 무척 건조하지만, 어떤 요소가 그렇지 않다고 느끼면서 영화 전체적인 느낌은  ‘드라이함’과  ‘촉촉한 감성’ 그 사이 어딘가쯤에 놓인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늘 김지운 감독의 작품들은  ‘어중된 건조함’이라고 느꼈고, 그런  ‘어중된’ 것을 저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고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암살>과 김지운 감독의 <밀정>만 놓고 봐도 저는 최동훈 감독의 <암살>이 더 좋았거든요. <밀정>이 싫거나 좋은 영화가 아니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분명 잘 만든 영화지만, 소재가 가진 뜨거움을 풀어내는 방식이 드라이해서 그 소재와 방식의 어우러짐이 제 취향에 맞지 않았던 것뿐이거든요.


그러나 이번 <인랑>은 감독 특유의 드라이한 전개라서 더 잘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역시 그 어중된 부분은 없지 않았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 드라이한 전개로 풀어나갔기 때문에 영화 전체의 무게가 묵직해졌고, 영화 전체의 컬러와도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특기대원들이 입는, 인랑이 입는 그 강화복의 무게만큼이나 영화는 드라이하기 때문에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불친절합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보진 않았지만, 원작을 본 많은 관객들이 말하길... 원작에 비해 등장인물들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원작에서 잘 나타났던 인간 내면의 고뇌나 갈등 등이 잘 보이지 않게 된 것 같다 합니다. 원작을 보지 못한 저 조차도 인물의 행동에서 당위성을 자연스레 발견하지 못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머리를 살짝 굴리면 인물의 행동에서 인과관계를 추리하는 게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영화 보는 동안 추리를 한다거나 사고를 하는 게 싫은 관객들에게는, 특히 영화를 볼 때 모든 요소요소를 친절하게 떠먹여 줘야 하는 관객들에게는 불호의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정치 암투극으로 시작해서 결국 강동원과 한효주의 사랑놀음으로 끝났다고 비판하는데, 시사회 이후 진행된 GV에서 김지운 감독은 ‘조직에서 소모품처럼 희생되는 개인’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고 했습니다. 이 에피소드만 봐도, 감독이 얘기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관객이 받아들인 메시지 간에는 간극이 존재합니다. 결국 이 서사 구조가 관객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네요.


그리고 내러티브가 약하다 보니 캐릭터 또한 약해질 수밖에 없었죠. 강동원, 정우성, 한효주, 김무열. 걸출한 배우들을 섭외해 놓고도 시나리오에서 잡히는 캐릭터의 또렷함이 없었다고 봅니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 못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잘 한 거라고 보지도 않고요...) 그래서 주연 캐릭터가 다 약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한예리 배우가 연기한 구미경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단점보다 장점이 큰 영화입니다. 기본적으로 음악을 잘 썼더군요. 모그 음악감독... 오프닝 시퀀스에서 이름만 봐도 믿고 음악 괜찮겠다 싶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더군요. 그리고 미장센에 강한 김지운 감독답게 소품이며 미술... 다 눈을 황홀하게 만들어줬습니다. 많은 관객분들이 강화복을 극찬하셨는데, 강화복의 시각적 무게감만큼이나 (실제로도 강화복의 완전 군장이 30kg 정도라고 합니다.) 영화 전체의 톤과 일치해서 무척 좋았습니다. 강동원 배우가 강화복이 너무 무겁다고 워너 측 군장 담당 아티스트에게 얘기했더니, 인랑 팀이 가진 예산에서는 그게(30kg)가 최선이고 돈을 더 들이면 더 가볍게도 제작 가능했다고 대답했다던데... 저는 오히려 그 무게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영화의 톤에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무게가 아니었다면 강화복이 가진 무게감과 위압감이 나오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한국 영화에서 액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겁니다. 그동안 제작된 한국 영화에서 이렇게 때깔이 좋은 액션을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액션을 무척 공들여 찍은 티가 납니다. 감히 액션만큼은 ‘코리안 터미네이터’라고 칭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저는 처음 영화 속 세계관이나 설정이 최근 급변한 한반도 정세와 남북 관계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그 때문에 몰입하기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밀도 있는 액션씬들을 보고 있노라니 저도 모르게 어느새 영화에 푹 빠져 몰입한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요소들은 이 영화의 N차 관람의 이유가 될 수 없을 테지만, 액션씬은 N차 관람 요소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인랑
내러티브 ★★★ / 음악 ★★★★ / 연기 ★★★☆ / 액션 ★★★★☆
총점 : ★★★☆ (3.5개 / 5개 만점)
한 줄 평 : 한국 액션 영화의 새 지평을 열다. 감히 (액션만) 코리안 터미네이터라 칭하고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xxWND9Wx3q4

인랑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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