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여행도 필요하다
사람들과 일에 둘러싸여 받은 스트레스가 임계점에 도달했다. 일상에서 탈출해서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은 욕구가 들끓어 올라왔다. 목놓아 엉엉 울어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는 곳으로, 세상 끝날 것처럼 오열하더라도 아무도 보지 않을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일상의 공간과 시간에서는 허락되지 않는 것들을 해도 괜찮은 곳으로...
마음이 병들어 몸의 병으로 화(化)했을 때, 주변의 안타까움과 걱정도 내겐 부담이고 스트레스였다. ‘힘내라’, ‘곧 괜찮아질 거’란 위로 또한 와 닿지 않았다. 내가 괜찮아지지 않는데, 아직도 명치에 큰 돌덩이 하나가 얹혀 있는 것 같은데 괜찮아진다는 이야기는 그저 공허한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 앞에서 아무리 내 심경을 토해내고 상처를 드러내 보여도 상처는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몰랐다. 사람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 웃다가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공허해하며 눈물짓는 일이 허다했다.
도저히 일상에서는 회복할 수 없어서 나는 충동적으로 혼자 떠났다. 나를 아는 이가 없는 곳에서 억눌렀던 감정을 토해내도 보고,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어 스스로를 돌아보기에 좋았다. 무엇보다도 넘치지 않게만 유지하던 감정의 잔에서 붉게 물든 윗물을 많이 따라낼 수 있었다.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하나의 객채로만 오롯이 둘 수 있는, 얽매여 있는 모든 것에서의 자유를 느끼는 순간이 필요하다. 객체로서의 나를 돌보아 주는 순간, 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나를 돌보아주는 순간 나는 또 일상의 나로 돌아갈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은 척, 좋지 않으면서도 좋은 척하며 억눌러 온 감정들을 돌보아주는 그런 혼자만의 시간이 일상과 나의 결합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