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툭툭, 탁탁’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머리통을 콩콩 쥐어박는다. 옆에서 지켜보던 꼬마 녀석도 엄마를 따라 한다. 이리 쥐어 박히고 저리 쥐어 박히다 골병들기 전에 팔려가는 수박, 시퍼런 얼굴에 검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여름이 오면 과일코너 한가운데 돌무덤처럼 쌓아 놓은 수박들이 철장에 갇힌 동물처럼 사람구경이다. 비닐봉지는 어림없다. 얼크러진 그물망에 갇혀 땅에 닿을 듯 말 듯 위태롭게 시장을 떠나간다.
문방구의 뽑기를 뽑듯, 잘 익으면 잘 익은 대로, 덜 익으면 덜 익은 대로 사람들은 도마 위에 두쪽난 수박을 내려다보며 탄성을 지른다.
이제는 끝이 났다. ‘숭덩숭덩 썰어버려, 수저로 파먹을까?’ 난도질된 수박 한 통 군침 돌게 한다.
늦은 여름밤, 엄마는 쟁반 위를 위태롭게 기웃 뚱 대는 수박 한 덩이를 받쳐 들고 와, 평상 가운데 놓으셨다. 가족들이 빙 둘러앉은 평상은 사각의 링 같다. 겁먹은 수박 한 덩이, 칼집 낼 곳을 신중하게 고르고는 온몸을 실어 칼을 꽂아 넣었다. '쩍' 세상을 향한 외마디 비명 소리 남기고 벌겋게 폭파됐다. 숭덩숭덩 넓적하게 썰어 쟁반 한가득 올려진 푸짐한 살밥, 사악한 모기도 모여들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머리통을 시원하게 울렸다. 동생과 경쟁하듯 집어 먹고 나면 불그레한 수박 물이 티셔츠 앞자락을 축축하게 물들였다.
여름 수박 by 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