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 프로젝트가 승인됐을때만 해도 우연히 텀블벅에 들어온 손님이 '어머 이 책 뭐야? 표지 예쁜데?' 하고 클릭했다가 가슴 뛰는 책 소개글에 매혹되어 후원자가 되어줄거란 환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5년 전인가 친구 놀리려고 저장한 짤방을 이렇게 쓰게 되네요
텀블벅에 쌓여있는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인기순으로 정렬했을 때 정확히 마우스 스크롤을 38번 내려야 비로소 제 에세이 출판 프로젝트가 나왔습니다. 우연히 텀블벅을 탐방하던, 절 모르는 손님이 제 에세이를 발견해서 후원까지 하는 일은 전혀, 단 1건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앞서 1편에서 언급했듯 제 개인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텀블벅 펀딩 소식을 공유하는 식으로 홍보의 첫 발을 떼게 됩니다. 다른 분들의 텀블벅 프로젝트 후기를 보면서 여러가지 소통방법, 이벤트, 기대평 마케팅, 인스타&페북 홍보 등등.. 스마트한 방식으로 노출-구매전환을 이루어내는 현란한 방법들을 접했지만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손이 떼어지질 않았어요. 온라인에 나와있는 수많은 텀블벅 성공 공식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지만 이렇게 가장 원초적인 형식으로 텀블벅 펀딩 성공을 이루어낸 케이스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구구절절 적게 됐습니다.
07. 내 펀딩, 셀프 진단하기
일단 책 출간을 준비하면서 얼떨결에 텀블벅 프로젝트를 신청해버렸기 때문에 저 스스로 이게 될까, 안될까를 진단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실패한다면 그 요인이 뭔지부터 생각해봤습니다. 무엇보다 이 셀프 진단은 저같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해버리는 낙관주의자에게 꼭 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해요.
먼저 출판 프로젝트로 제 에세이가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 2가지를 간단하게 적어봤습니다. 원래는 8가지 정도 이유가 있었는데 그렇게 늘어놓으니 사기가 떨어지더라구요. 그렇게 되면 다시 징징대고 있게 되니까 간결하게 2~3가지로만 압축해보는걸 추천합니다.
1. 실용성보다는 경험 중심의 에세이다보니 반드시 후원해야 할 이유가 없다. 2. 그리고 텀블벅 유저들은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사실 출판사 대표님이 브런치나 블로그를 통해 에세이 사전 연재를 해서 책을 알려보라는 조언을 해주셨지만 자신감이 0%에 수렴한 저는 말을 듣지 않고 숨어버렸습니다. 아마 사전 연재를 부지런히 했더라면, 위의 어려운 점들이 해소되어서 조금 더 빠르게 펀딩 성공을 이루어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오히려 책을 낸 후에 작가의 활발한 글 연재의 힘에 대해 알게 된 바보같은 케이스에요. 어차피 나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니까 브런치에 글 써봤자 보는 사람도 없을거야, 라는 생각으로 텀블벅 펀딩을 진행하며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유명하지 않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알렸어야 하는건데..)
그렇게 책을 낸 후에야 겨우 책에 대한 첫 글을 올렸는데 모르는 분들이 줄줄이 하트를 눌러주시더라구요. 브런치 글 보고 책을 구매하게 됐다는 분도 생겼어요. 진작 매일매일 글을 썼으면 정말 좋았겠죠? 물론 온라인에 글을 쓰는 것은 제게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책에 대한 어떤 글이라도 써보시면 좋겠어요. 저는 이제야 브런치에 글을 올리게 된 것을 매일매일 후회하고 있거든요. (TT) 그래도 지금은 글쓰기에 대한 어려움을 더 극복한 상태니까 다음에는 조금 더 쉽게 글쓰는 팁도 공유해봐야겠어요.
08. 지인에게부터 알려보자
다시 펀딩하던 시점으로 돌아가볼게요. 위에 주절주절 써놓은 이런저런 얘기를 요약하자면, 인스타 게시물 홍보, 사전 연재 등 온라인 상에서 관심을 끌만한 많은 방법을 실행할 수 있었지만 저 스스로 섣불리 아무런 반응이 없을거라고 판단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후원해줄 확률이 높은 지인들을 먼저 공세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쨌든 지인들은 나를 아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라도 붙여볼 수 있으니까요. 텀블벅에서 지나가던 유저들이 제 에세이를 보고 혹해서 후원할 확률보다는 확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뜸 지인들에게 1:1로 후원해달라고 말하는 것도 저에겐 굉장히 끌리지 않는 방법이었어요. 텀블벅 펀딩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나 텀블벅 펀딩하고 있어...'라는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습니다. 왠지 그 말이 '돈 내! 사 줘!' 하는 것만 같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기부하라는 것도 아니고, 책이라는 실물을 받는거니까 조금만 더 철판 깔고 나섰어도 좋았을텐데, 그때는 왠지 '한 권 팔아줍쇼!'하는 기분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죄지은 마음으로 입을 꾹 닫게 되었습니다.
평소보다 더 심적으로 쪼그라드는 이유를 찾다보니 왠지 원숭이띠가 올해부터 삼재여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운세같은 것에 의존해서 살려고 하진 않지만 일이 맘처럼 되지 않으니까 조금만 기대고 탓하고픈 마음에 신년 운세를 봤습니다.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해라, 더욱 더 원만히 해라, 가벼운 술자리나 친목회에 참석해서 자신을 어필하고 좋은 인상을 남겨라, 멀리 나갈수록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읽고 보니 조금 억울했습니다. 전 그동안 원만한 대인관계와 좋은 인상을 위해 남들 부탁을 많이도 들어줬거든요. '남들은 나한테 그렇게 쉽게 쉽게 부탁을 하는데, 나는 왜 텀블벅 후원 한 번 해달라는 그 간단한 말을 못해봤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까 왠지 주변에 이야기해볼 용기가 조금은 생기더라구요.
09. 온라인 광고에서 찾은 힌트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주 아주 오래간만에 코인에 돈을 넣었어요. 머릿속이 복잡할 때 업비트에 돈 넣어놓으면 잡생각이 사라지거든요. 정말 생각없이 아무 종목에 돈을 넣었고 공교롭게도 그날따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비트코인 갤러리에 들어갔는데, 아니 거기에 텀블벅 광고가 따라붙는 것 아니겠어요? 책 생각 잠시만 안하고 싶은데 눈치없이 저 새파란 책 표지를 들이미는 저 무식한 크기의 광고 때문에 솔직히 좀 짜증이 났습니다만 그 와중에 전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내가 텀블벅에 뭐 한 번 검색하고 안사면, 그거 살 때까지 텀블벅 광고가 따라다니는구나! 내가 방문하는 페이지가 어디든... 광고 영역만 있다면...
제가 검색만 하고 펀딩은 하지 않자 광고는 더 끈질기게 저를 따라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내 친구들이 찜해놨으니 빨리 참여하라는 문구로 아직 펀딩하지 않은 저의 불안감을 자극하기 시작했어요. 이걸 보니 '역시..괜히 플랫폼이 있는게 아니지!' 라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편해져서 '구매 종용까지는 아니어도 내가 이런거 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도 주변에 알려보자!' 라는 소소한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쯤에서 '텀블벅 펀딩을 지인 위주로 공략하다니, 펀딩해줄 지인이 많아서 그런거 아냐?..' 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결코 많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진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경조사가 있다고 해서 주변에 먼저 연락하는 편도 아니고요. 코로나 시국이 겹쳐서 스튜디오 개업 이후에 만난 지인도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새로 약속을 만들지는 못해도, 불러주는 약속에는 모두 참석하자! 라고 다짐했습니다.
정말 몇 년이나 연락이 없다가 받게 된 청첩장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한 번에 여러 사람을 만날 일이 있다면 열심히 참석했습니다. 생각지 못했는데, 30대가 되면서 거의 매주 매달 있다시피 한 지인 결혼식이 꽤 많은 연결점을 만들어주었어요. 펀딩에 참여할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평소 연락을 자주 주고받고 지내지 않던 지인들이 제 근황을 듣고 텀블벅에 들어가 귀찮을 수도 있는 로그인, 펀딩 절차를 거쳐서 후원자가 되어주는 것을 보면서 결혼식 참석에 대해 재고 계산하지 않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 인스타스토리로 홍보하는 방법
지인들이 인스타스토리에 펀딩 인증 사진을 올려주면 그냥 지나가지 않고, 업로드해주신 분에 대한 홍보와 함께 재공유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더 많은 지인들이 자발적으로 인증을 하는거예요. 간단한 방법일 수 있지만 이 방법이 가장 펀딩 독려에 효과가 좋았어요. 어차피 내가 계속 내 펀딩에 대한 홍보글을 올리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 피로감만 높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첫 홍보글 이후엔 따로 후속 홍보글을 글을 올리지 않았어요. 인증 스토리는 각각 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홍보글보다 피로하지 않고, 펀딩에 실제로 참여해준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라는 것이 어필되어서 텀블벅 펀딩 참여를 좀 더 친근하게 알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후 더 많은 지인들이 인스타스토리에 제 펀딩에 관한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지인의 지인들까지 펀딩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11. 마지막 순간까지 소중하게..
텀블벅에서는 무엇을 해주냐고요? 이렇게 찜 누르고 후원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마지막 주에 메일을 보내서 다시 상기하게 합니다. 저에게도 후원하라는 메일이 오더라구요. 이 메일이 좀 결정적으로 펀딩을 100% 까지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마감 시일이 얼마 안남은 상태였기 때문에 '내가 하면 이거 100% 달성되겠다' 싶은 마음에 펀딩해주셨다는 분이 있었거든요. 마감이 하루 이틀 남았을 때는 마감이 임박한 프로젝트에 올려주셔서 더 많이 노출이 됐고, 이 때에 저를 아예 모르는 텀블벅 회원분들이 10분 정도 유입됐습니다. 둘러보니까 다들 감성적으로 문구를 적는 것 같아서 소개글을 <즐겁고 짭짤하게 사는 법> 이렇게 적었는데 지금 보니까 너무 추상적으로 적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다양한 소자본 창업 경험담> 처럼 조금 더 직관적으로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꼭 이런 것들은 지나고 나서야 보이더라구요.
12. 펀딩 115% 달성, 끝!
이렇게 감사한 100명의 후원자 분들의 성원으로 겨우겨우 펀딩을 성공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무언가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해본 적이 없었는데, 목표 금액보다 30만원 정도 더 높은 금액으로 성공했어요. 후회가 많이 남았지만 그만큼 온라인 상에서의 책 홍보를 다들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 많이 공부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노력없이 어물쩡 100%를 달성했더라면 이 글도 쓰지 않았을거고요. 부족한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하루하루 짭짤한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