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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인 Mar 28. 2022

에세이 출간 텀블벅 프로젝트 기록 (1)


난생 처음 제 작업물을 가지고 텀블벅 펀딩에 도전하는 재미난 경험을 했습니다.

텀블벅 승인이 나는 시점부터 브런치에 차곡차곡 기록해두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웬만큼 긍정적인 저도 펀딩에 대한 걱정이 많아 글을 쓰는게 내키지 않았나 봅니다..

작성을 미루다 미루다 제때 기록하지 못해서 30일치..60일치 할 말이 쌓이게 되었고,

결국 프로젝트가 끝난지 2달이 지난 지금에야

밀린 방학 숙제를 하듯 첫 시작부터 종료 이후까지의 기록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01. 텀블벅 기획

에세이 출간 계약을 하게 되었을 쯤에, '텀블벅 펀딩'에 대해 대표님으로부터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원고 쓰기에 여념이 없었던 때라 텀블벅 펀딩으로 출간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알아보지 않았어요. 텀블벅 사이트 메인에 걸려있던 수천 만원대의 펀딩 성공 프로젝트들의 이름만 대충 보고 'ㅋ 내가 할 스케일은 아닌데..' 라는 생각으로 창을 끄곤 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출판사 대표님께 정말로 텀블벅 진행과 관련된 카톡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 텀블벅 사이트에서 스스로 책을 골라 구매해본 적도 없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겁에 질린 상태로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벼락치기로 텀블벅을 준비하는 사례도 많지 않을 거예요. 아무래도 MBTI 결과에 매번 등장하는 p라는 글자 때문이겠죠.. 저는 늘 MBTI로 날 판단하는 게 싫어! 라고 생각해서 개인 SNS에도 그 유형을 적지 않는 편이지만, 저를 겪은 모두가 (친하지 않은 사람조차) 금방 '유인님은 P이신가봐요' 라고.. 물어봐주지않고 맘대로 확정 지어버릴 정도면 꽤나 티 나는 P 유형인가 봐요.


그래서 그런지 이런 내용의 프로젝트 일정을 보고 나니 와 드디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는 게 이런거구나.. 라는 기분에 눈물마저 찔끔 났습니다. 그런데도 막막함의 망망대해에서 세월아 네월아 헤엄치고만 있었습니다. 이 일정을 완수하기 위해 제 나름의 계획도 있어야 하는게 당연한데 이런 중대사를 앞두고도 뭐에 씐 듯 계획만 세우려 하면 딴생각이 나고 의식이 사라져서 너무 괴로웠습니다. (발행되는 글의 부제를 <겁이 무지무지 많은 겁쟁이 쫄보 ***P 사람의 텀블벅 임기응변 기록>이라고 짓고 싶었으나 제목 글자 수에 한계가 있더군요) 제가 닥쳐온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하는 동안 제 텀블벅 프로젝트를 주관하시는 우리 출판사 대표님은 파죽지세로 목표 금액을 설정하고, 일정을 세우고, 제가 짜지 않는 이런저런 계획을 짜며 준비를 해주셨어요.



02. 텀블벅 시작

확정된 일정이 나오자 부랴부랴 텀블벅 사이트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기웃거려 보았습니다. 보통 출판 프로젝트는 달성 금액을 50에서 100만 원 정도 잡더라구요. 나도 처음이니까 대충 50만 원 선에서 목표 금액을 정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텀블벅에 대한 막연히 무거운 인상이 한결 괜찮아졌습니다.「지인들에게 사정사정해서 성공할 수 있어~♡ 특히나 올해는 축의금을 많이 냈으니까..^^」 라는 안일한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출판사 대표님이 제안하신 달성 목표 금액은 무려 230만 원이었습니다. 어 뭐야, 230만원? 상상해보지 못한 3자리 숫자 앞에서 저는 한없이 쪼그라들었습니다.


╭────────────────────╮

큰일났다 큰일났어 ,,

내 책이 번듯한 기업가의 억대 매출 성공담도 아니고..

이런 작은 이야기로 230만원은 커녕 30만원은 채워질지..

대표님께 그건 너무 과하다고 징징대볼까 ,,

╰────────────────────╯

˚。・* ੈ                        


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목표 금액 230만 원에 대한 생각이 떠오를 때면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남의 후기라도 봐야 마음이 진정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나마 살면서 단 한 순간도 핑거프린세스로 살아본적 없는 21세기의 핑거노비답게 곧바로 텀블벅 출판 프로젝트의 후기들을 검색하는데..

뭘 검색해도 그렇듯이 성공담보다 실패담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그걸 보고 있자니 저렇게 대단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도 성공하기가 어려운데,

저 따위가 텀블벅에 도전하는 것이 어쩌면 흑역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전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려고 쓴 책인데 저자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그러는 사이 예고된 시일이 다가왔고, 아무런 대책 없이 고민하다 시간을 다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궁지에 몰렸을 때 저는 '이럴 운명이다'를 시전해버리는 답없는 운명론자이기 때문에

이 또한 내가 텀블벅 펀딩을 할 운명이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퉁쳐버렸습니다.

때마침 대표님이 제가 금액 때문에 벌벌 떠는 것을 아시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실패를 하더라도 책팔기 연습을 하는거라고, 되는대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아무튼 정신을 차리고 그렇게 처음 얘기된 230만 원 그대로 펀딩을 진행하게 됩니다.




03. 승인까지의 우여곡절

230만원이라는 금액만 떠올리면 마음이 영 편치 않았지만, '책을 홍보해서 첫 독자들을 만드는 과정이다', '어차피 나중엔 해야할 일이다'로 합리화하며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어차피 책을 출간하고 팔기 시작하면 230만원어치 이상은 팔아야 하니까요.. 텀블벅 프로젝트가 성사된다면 제게 어쩔 수 없이 강매당해 후원하는 지인들을 포함해 약 100여 명이 제 책의 첫 독자가 될 예정이었어요. 내 책을 구매해주는 분들께 직접 만든 키링을 선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막상 후원자들께 보낼 리워드 선물을 구성하고 보니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후원 금액의 가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좀 더 괜찮은 선물이 있는지 알아보던 중 책 제목의 '짭짤'에서 착안해 히말라야 핑크솔트를 추가하기로 했어요. 주변에서 물어봤더니 꽤 참신하고 괜찮다고 말해줘서 부푼 마음을 안고 구입처와 상담까지 마쳤는데...


승인도 안난채로 급하게 만들어버린 리워드 설명용 사진


이 핑크솔트 때문에 승인이 안나게 됩니다. 이유는 이미 오픈마켓에서 팔리고 있는 기성품, 텀블벅 심사 기준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었어요. 프로젝트 심사 기준을 나름대로 다 훑어 봤는데도 이렇게 되더라고요. 고작 이틀 잡고 봐서 그랬던걸까요, 빠른 승인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이 기준들을 일주일은 정독하고 자신의 프로젝트 내용과 꼼꼼하게 비교하며 검수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텀블벅 프로젝트 심사 기준 ( 출처 : https://help.tumblbug.com/hc/ko/articles/360052346633-프로젝트-심사-기준)


정말 기가 막힌 선물이었는데, 소금 선물은 어쩔 수 없이 나중에 개인적으로 하기로 하고... 다른 참신한 아이템을 생각하다가 소중한 시간이 3일이나 흘렀습니다. 불현듯 Basic is Best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특이한 선물을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도서 프로젝트 창작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리워드인 엽서를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책의 제목과 본문 내용을 활용해서 만든 엽서입니다. 일러스트로 디자인하고 인쇄소에 맡기니 하루만에 결과물이 뚝딱 나왔습니다. 이제 진짜 모든 것이 준비되었어요.



04. 홍보 계획 세우기

텀블벅에서는 홍보 계획을 짤 수 있게 대략의 중간 목표를 계산하는 시트를 제공합니다.

숫자를 넣고 돌리니 너무나도 간편하게, 펀딩 오픈 D+3 동안 51명, 92만 원을 모아야하고, D+7에는 64명, 115만 원을 모아야한다는 깔끔한 계산이 나왔습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지인이 일주일 동안 64명씩이나 펀딩을 해줄 것 같진 않은데.. 적어도 하루에 9명이 나를 위해 펀딩을 해주어야 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과연 이 책을 살까..? "



물론 이런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출판사 대표님도 활발한 블로그와 브런치 활동을 권해주시고 간곡하게 부탁이라는 말까지 덧붙이셨으나 저는.. 지금 생각해도 등짝 스매싱 감이지만 포스팅 한 두개라도 시작하라는 그 너그러운 말씀조차 듣지 않았습니다.. 208p 에세이는 줄줄 다 써놓고 브런치 글 한 편 쓰는게 뭐가 그리 어려웠는지, 텀블벅 홍보글 첫 문단을 다 채우지 못하고 노트북을 닫아버리는 날들이 반복되었어요. 가끔은 의욕이 날 때도 있었지만, 브런치 창을 보고 있으면 그저 '내가 뭐라고.. 내가 뭐라고..' 라는 생각에 잠식되어서 그저 책상에 머리만 찧기 바빴어요. 읽으시는 분들은 책까지 내놓고 왜 이렇게 답답하게 구나.. 싶으실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책 원고를 쓰면서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들을 서른 권쯤 읽었는데, 하나같이 저보다 대단한 사람들의 책이어서 「예상은 했지만.. 역시 난 정말 하찮은 이야기로 책을 쓰고 있구나..」하고 위축이 되었던 것 같아요. 애초에 출판사 대표님이 대단한 억대 매출 이야기를 찾다가 컨택해주신 것도 아닐뿐더러, 이렇게 「하찮은 사람의 얼렁뚱땅 성공기」가 기획 당시의 컨셉이자 셀링 포인트였는데도 말이에요.



05. 텀블벅 프로젝트 홍보하기

  그렇게 인터넷상의 어떤 홍보수단도 마련하지 못한채 텀블벅 오픈일이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지인들에게 먼저 텀블벅 오픈을 알리는 글을 써야하는데, 텀블벅으로 책을 권한다는 것이 왠지 '자자~ 돈내세요~'하고 강매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도 눈 딱 감고, 그것도 딱 한 번 개인 계정에 홍보용 인스타스토리를 올렸습니다. 인스타그램에도 저보다 대단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쟤가 책을 낸다고?'하고 우습게 생각할까봐 당당하게 올리지도 못했어요.「제가 이런 책 내는데, 여러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니 구경해보세요!」 도 아니고, 저에게 빚진 분들 책 구매로 갚으세요~ 라고 말하는.. 지금 생각해봐도 굉장히 뻔뻔하고 찌질한 홍보였습니다. 그래도 이 스토리의 효과는 실로 대단했습니다.





2편에서...계속됩니다..!

2편 보기 : https://brunch.co.kr/@yooin/3

스튜디오유수 블로그 구경하기 : https://blog.naver.com/studioyoo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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