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먹을 수 없는, 엄마의 김밥이 그리운 날
일하다가 문득 김밥이 먹고 싶어졌다.
그냥 평범한 김밥이 아니라, 엄마가 싸주신 김밥.
이제는 먹고 싶어도 다시는 먹을 수 없는,
기억 한편에 아련히 자리 잡고 있는 엄마의 김밥.
엄마의 김밥은 특별했다.
식초와 설탕, 소금으로 간을 한 밥.
요즘처럼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한 밥이 아닌,
조금 더 새콤하고 그래서 더 깔끔했던 그 맛, 속 재료도 정갈했다.
소시지가 아닌, 달달하게 볶은 소고기, 싱싱한 시금치와 당근, 노란 달걀지단,
그리고 노란 단무지. 그리고 한 귀퉁이엔 살짝 싸주신 유부초밥 하나.
그 시절엔 흔하지 않아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나는 또래 아이들의 소시지 김밥이 괜히 궁금했었다.
소풍날이면 새벽부터 부엌은 분주했다.
김밥을 준비하는 엄마의 손길,
조용한 새벽 공기를 깨우던 재료 볶는 소리를
나는 아직도 행복한 소리로 기억한다.
“일어나라”는 엄마의 다정한 채근에 눈을 뜨면
벌써 도시락은 가지런히 싸여 있었고,
나는 김밥 꽁지를 하나 몰래 입에 넣었다.
그리고 빙그레 웃었다.
그 맛에 들뜬 마음으로 우리는 소풍 준비를 했다.
우리 세 자매의 소풍날이 달랐기에,
엄마는 한 달에 세 번이나 김밥을 싸야 했지만 우리는 그게 마냥 좋았다.
엄마는 무거운 양주병에 보리차를 가득 담아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음 나는 일이다.
그 유리병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한 번은 병이 깨져서 가방 안이 물바다가 되었던 기억도 있다.
그래도 그땐 그저 엄마가 준비해 준 것이 좋기만 했다.
엄마 손끝에서 태어난 그 맛을 내가 아무리 흉내 내보려 해도 잘 안 된다.
그리고 이제 알게 됐다.
우리 세 자매의 즐거움과 추억을 위해
엄마는 얼마나 많은 정성과 사랑을 담았는지...
그 시절, 엄마의 수고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고
나는 오래도록 고마움을 몰랐다.
이제야 알게 됐지만, 엄마는 이제 안 계시다.
오늘은 유난히 그 김밥이 그립다.
아마 다시는 그 맛을 그대로 느낄 수는 없겠지만,
내 기억 속 그 맛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리고 그 시절, 젊었던 부모님과 웃음 많던
우리 세 자매도 그 기억 속에 함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