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을 이어가며

닫는 글

by 박유재

이병률 시인의 『끌림』에 매일 사진 찍는 사람 이야기

가 나온다.


‘전문 사진가도 아닌 그가 카메라를 들고 가게 앞에 나와 찍은 사진은 무려 4천여 장. …

모두가 똑같은 사진이기 때문에 천천히 보아야 이해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같아 보이지만 한 장 한 장이 모두 다른 사진들이야. 밝은 날 오전, 어두운 날 오전, 여름 햇볕, 주말, 주중, 겨울 외투를 입은 사람, 셔츠에 짧은 바지를 입은 사람, 똑같은 사람, 전혀 다른 사람, 다른 사람이 같을 때도 있고 똑같은 사람이 사라지기도 하지.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고, 햇빛은 매일 다른 각도로 지구를 비추고 있거든.’ …

그의 표정은 아무 흔들림이 없지만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눈을 감는다. 그의 그 선병질적인 습관, 그의 그 끊임없는 반복에 어떤 성스러움이 웅크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출근길도 모두 똑같다. 『출근길 인생』의 글들도 모두 똑같은 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보는 것도 읽는 것도 고역스러운 점이 있다. 출근길을 겪는 당사자만큼은 아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출근길의 이런 성격 때문에 글을 끝맺을 수 있었다. 화가가 연작을 그리듯이 그려가며.

차갑고 덥고 서늘하고. 눈이 오고 비가 오고 햇빛이 내리쬐고. 배경이 변화무쌍하다.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고 사람들의 바뀌거나 안 바뀌는 모습을 보고. 자동차가 달리고 버스가 움직이고.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객체들 또한 변화 속에 있다. 그리고 표정들. 사람들의 표정들. 사물과 사람 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표정들. 자연이 만들어 주는 또는 인공이 만들어 놓은 배경의 표정들. 이런 모든 것들이 교차하며 바뀌며 이야기가 되었다.


집, 회사, 집, 회사로 출근길을 반복하며 30년을 보냈다. 30년이 다가오는 즈음, 반복해서 생각하다 뇌리에 박혀버린 '30년'을 셀프 기념하고 싶어 졌다.

출근 중에 우연히 에피소드 하나(「천사를 만들어 준 어느 노인」)를 맛본 후 '나의 출근길'을 써보게 되었다. 그 이후 하루하루 찾아보는 눈길로, 깊이 있는 시선으로 관찰하니 출근길은 우습기도 했고 신선하기도 했으며 긴장되기도 했지만 서글프기도 했다.

쓰고 싶은 소재들이 마구마구 생겨났다.

삼사 개월이 지났을 까. 일주일에 두세 편씩 써가다 보니 30년 간의 출근길처럼 ‘30년 번째 나의 출근길’도 밋밋하고 비슷하고 반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글을 쓰는 것에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다. 애초에 무리였던 제재 같았다.

그러다가 이병률 시인의 『끌림』을 접하게 되었다. 시선을 새롭게 하여 비슷한 가운데 변화되는 것을 찾아보고 변화 없는 속에서도 느낌이나 서정을 놓치지 않고 글로 만들어 나갔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 같이 출근하고 있었음을. 그리고 그것이 빠질 수 없는 ‘인생’의 한 토막이었음을.


이 글을 쓰며 눈에 익은 몇몇 얼굴들이 생각났다. 그들 대부분은 다시 볼 수 없었지만, 내가 오늘도 출근하고 있듯이 그들도 어디론 가 출근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도 어디에선 가 ‘출근길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 이번 글로 『출근길 인생』을 끝맺습니다.

2024년 7월 9일 시작해서 매주 2편씩 거의 1년을 발행했습니다. 브런치북은 5편이지만 모두 하나의 글입니다.

글은 볼수록 초라한 느낌이지만 마음 한 켠에 ‘잘 했어!’하는 뿌듯함이 샘솟기도 합니다. ‘내가 이렇게 해 왔단 말이야!’, 놀랍기도 합니다. 구독자님들께서 읽어 주시고 라이킷을 해 주신 덕분임은 두말할 필요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뭘 써야 하나?’, ‘글쓰기는 어떻게 해 나가야 하나?’, 그런 고민 중입니다. 걸음마 하는 아기다운 고민이지요. 도움 글을 주신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자주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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