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출근길
오늘 버스 정류장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버스에 올랐다. 뒷자리에 앉아 앞을 보니 직모의 머리가 짧고 단정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연한 파란색 재킷을 입은 남자는 옆얼굴이 마른 편이었고 목 주변으로 물결 지듯 잔 주름이 보였다.
'한 사람 정도…'
개략 세어보니 버스에는 서른 명 정도의 승객들이 있었다. 서른 명 중에 한 명.
며칠 전 사거리에서 몇 개월 만에 파지를 줍는 노인을 봤었다. 날씨가 풀려서 인지 복장은 가벼웠고 챙이 넓은 모자를 썼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 얼굴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조막만 한 얼굴. 눈은 검은 선을 그은 듯 눈매만 보이고 코는 낮고 동그랬다. 무엇보다 코 양 옆으로 팔자 주름이 선명하게 보였었다.
선명한 팔자 주름과 거기에 더해 입가 양쪽에서 턱선으로 내려가는 이중 팔자 주름. 이제 내게도 생기고 있다.
돌곶이역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1-3번 출입구로 걸어가며 사람들을 세어 보고 팔자주름을 찾아보았다. 뒤돌아 서있는 한 사람이 흰 머리카락이 섞인 주변머리 위로 윗머리가 훤했다. 약간 굽은 어깨. 어두운 표정의 옆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통과. 계단을 내려와 세어본 사람은 서른두 명. 서른 명에 한 명 꼴이 맞나?
열차를 탔다. 빈자리는 없었다.
'하나, 둘, 세엣, …'
객실 통로에 서있는 사람들을 세어보고 줄의자에 앉은 승객들을 더해 보니 대략 팔십 명이 되었다.
'어디 누가 있을까?'
오른편 앞쪽에 앉은 사람의 머리가 온통 하얗다. 얼굴에는 마스크를 쓰고 앞머리에 안경을 올려놓은 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반들반들한 검은색 인조가죽 슬링백을 걸치고 자잘한 체크무늬 셔츠를 입었다. 통과.
그 옆의 옆으로 머리가 반은 벗겨진 채 파란색 반팔 면티를 입은 가벼운 차림의 남자. 얼굴을 보니 역시 통과. 왼쪽으로도 한 명이 보였다. 연한 하늘색 셔츠에 푸른 재킷을 입었다. 번들거리는 피부에 미간을 꼬집고 이마는 주름으로 울퉁불퉁했다. 머리는 굵은 모발이었는데 제품을 썼는지 헤어 스타일이 가발같이 고정되었다. 통과.
'세 명 정도…'
조금 떨어져서 버스에서 보았던 남자가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큰 폴더형으로 화면이 두 배가 되는 휴대전화였다. 남자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었다. 뭔가를 보려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그런 모습.
환승 통로를 거의 지났을 때,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계단을 내려가며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열차 소리가 들렸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걷고, 열차는 정지하자마자 출입문을 열고, 나는 좀 더 걸어서 9-4번 출입구로 탔다. 노약자석이었다. 만석이었다.
약간 젊어 보이는 노년의 여자들이 넷, 비슷한 남자들이 두 명 앉아 있었다. 한 여자는 퉁퉁한 몸매에 카키색 점퍼를 입었다. 모서리 구석에 머리를 기대고 팔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 옆에 또 한 여자는 볼을 붉게 화장하고 머리는 단발로 둥그러니 단정하게 꾸몄다. 휴대전화를 보다가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다가 도리도리 하듯이 네다섯 번 좁게 머리를 흔들었다. 마치 머리가 목 위로 불안하게 얹어져 흔들리듯이.
반대편에는 자리가 없어 앉지 못한 노년의 여자가 서있었다. 짤막한 키, 붉은 조끼에 두툼한 가죽 등가방. 알록달록한 나** 운동화를 신었다. 둥그스름하게 귀까지 가려지는 선캡을 쓰고 선캡 위로 듬성듬성 속이 보이는 뽀글뽀글 파마머리가 보였다. 흰색 마스크를 썼는데 그 위로 보이는 눈빛은 초점이 없었다.
누가 그랬나. '출근할 수 있는 게 행복이라고' 출근길을 한 번이라도 찬찬히 살펴보면 그 소리는 엉터리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건 그냥 체념의 소리일 뿐이다.
도리어 생각나는 점은 이것이었다.
'얼마나 이 몸을 소진해야 노동은 끝이 날까.'